-
얼마 전 몸담았던 상담센터에서 나오면서 만감과 회한이 교차했다. 마치 부동산중개업소처럼 치료사와 심리치료 고객을 이어줄 뿐, 아무런 내적 반성이나 성장을 기울이지 않는 센터 운영자들에게서 환멸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깊이 있는 상담과 서로의 성장을 위해 함께 워크숍도 하고 세미나도 하자는 제안은 번번이 묵살되었다. 심리상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다른 곳에 쓸 여력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핑계일 뿐이다.
나는 심리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신신당부한다. 당신이 상담 받을 분을 알고 가느냐, 그 분이 쓴 책이나 논문, 그리고 치료받았던 사람들에게서 어떤 좋을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아 보고 가느냐며 어린 아이에게 일러주듯 상세히 심리상담센터를 고르는 법을 알려준다.
안타까운 것은 심리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한없이 약해진 사람들이고, 당장 자기 문제에 깊이 빠져있는지라, 현명하고 냉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런 취약성이 상담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맞고 역량 있는 상담가를 택하는 일을 막는다.
그러니 스마트폰을 펼쳐 많이 검색되는 상담센터부터 마음에 두기가 쉽다. 하지만 마음이 급할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심리센터가 자신의 존재와 장점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인터넷정보를 펴는 것은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자기PR 시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지사인지 모른다. 하나 좋은 것을 좋다고 알리는 것은 선한 일이지만, 좋지도 않은 것을 무조건 좋다고 허풍을 떠는 것은 단지 악행일 따름이다.
자기PR을 잘 하지 않지만, 지역에 단단히 거점을 두고 오랫동안 상담을 해온 관록 있는 상담가들이 있다. 찾아보면 상담을 자신의 소명으로 알고, 항상 공부하고 연마하는 심리상담가들이 많다. 최근 그런 분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범람하는 인터넷정보는 때로 옥석을 가리지 못하게 만드는 흙탕물일 수 있다. 탁류 앞에서, 오히려 검은 선글라스를 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부디 정신을 바짝 차리기 바란다.
사람들의 심리학과 심리상담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늘어나는 이때, 기회를 틈다 ‘심리’를 팔려는 사람들도 득세한다. 물론 다니엘 핑크의 표현대로 파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나쁜 것을 파는 것은 단지 사기꾼일 따름이다. 우리는 항상 상대에게 제공하려는 자신의 상품이 과연 제대로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스티브 아얀은 ≪심리학에 속지 마라≫에서 현대사회가 갈수록 불안에 깊이 노출되어가고, 그 불안 탓에 심리산업이나 심리학이 점점 팽창하면서, 이런 기회를 노리고 심리학을 팔아먹으려고 드는 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앨런 프랜시스는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그 실체가 불분명한, 더 많은 정신질환을 만들고 그 질환을 적극 알리면서 불안을 조성해 돈을 벌려는 제약회사와 업자들이 저지르는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지만, 팽창하는 심리 관련 산업에도 빛과 그림자는 분명하다. 심리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를 이용해 가치 없는 자격증이나 학위를 남발하는 대학이나 기간,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또 얼마 되지 않는 얕은 지식과 기술로 심리치료를 하겠다고 상담소를 차리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심리상담은 이 탁한 세상에서조차 조금은 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인생고로 깊은 시름에 빠지고, 상처 받은 영혼이 그 치유를 위해 인간적인 온기를 되찾기 위해 찾아드는 것이 심리상담이고 심리센터인 까닭이다.
10년 간 시골 벽촌에 묻혀 도대체 마음을 다친 이들을 어떻게 치유해야 옳은가를 탐구해왔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오늘 이 순간 이 도저하게 번지는 오염이 더없이 불편하고 걱정스럽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저자
[박민근의 심리치료] 심리상담에 속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