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심리치료] ‘긍정감’은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②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5.22 16:09
  • 에드 디너 교수는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서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에 대해 말한다. 주관적 안녕감은 긍정심리학에서 행복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말이다. 행복이란 결국 사람이 자기 삶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기는가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관적 안녕감은 단순히 느낌의 형태라기보다는 직장, 건강, 관계 등 삶의 주요한 영역에 대한 개인이 내리는 평가, 삶에 대한 만족도, 기쁨이나 몰입 감정의 정도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디너 교수는 이를 여러 통계적, 심리연구적인 방식을 통해 규명하고자 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긍정심리학에서 부정적인 삶의 요소를 모두 부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맹목적인 낙관주의자는 인생의 위기들을 좌초할 수 있으며 이는 긍정심리학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사안이다. 건강한 낙관주의자가 되려면 현실의 부정적 요소나 실패의 경험, 심리적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미래의 위험요소를 지혜롭게 준비하고 예방하는 안목이 꼭 필요하다.

    디너 교수는 현실적인 낙관주의자에게 필요한 삶의 황금비율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모나리자 미소에 담긴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다. 모나리자 미소를 컴퓨터를 통해 분석해보면 83%의 긍정적인 감정신호와 17%의 부정적인 감정신호가 섞여있다.

    디너 교수는 이 비율이 우리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일의 비율과 부정적인 일의 비율이 4:1 정도를 유지하면 삶의 주관적 안녕감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일어나는 긍정적, 부정적 사건의 비율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주관적 해석의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에 생겼던가가 문제가 아니고, 일어난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디너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부모의 감정신호의 비율에 대해 설명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는 긍정과 부정 신호의 비율을 항상 신경 쓰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1번 정도 질책, 훈육, 교육적 설득을 하려면 대략 4번 정도의 긍정적 의사소통이나 감정표현을 할 것을 당부한다. 이때 4번의 긍정적 신호가 아이를 과도하게 칭찬하거나 추어주는 일은 아니다. 그 4번의 감정신호는 제대로 된 긍정적인 메시지여야 한다.

    “와! 진호야, 하늘빛이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 “진호는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야”, “오늘 엄마가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이러이러 했는데,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었어”, “우리 진호가 자기 방 청소를 깨끗이 해서 엄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걸” 같이 일상적으로 행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긍정적 메시지들을 주어야 한다.

    아이의 낙관성을 위해 부모가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이 긍정적인 말하기, 긍정적인 감정 전하기이다. 긍정적 표현을 많이 하라고 해서 쓸데없이, “우리 진호는 정말 똑똑해”, “우리 진호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어”와 같이 칭찬을 남발하거나 허세를 부풀리는 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실제 이런 가짜 긍정어들의 폐해는 만만치 않다. 이는 부모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부적절한 긍정어 사용이 합리적인 부정어 사용보다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적절한 긍정어 남발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훈육조차도 거부하게 하는 심리를 유발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를 만들어주어 진취적이고 실행중심적인 아이로 자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거짓된 과잉 칭찬은 내 아이를 마치 갖은 가짜깃털로 자기를 치장한 까마귀 같은 아이를 만들 수 있다. 

    대신 나는 뒤셴미소(Duchenne Smile)만은 자주 짓는 엄마가 되라는 충고를 한다. 뒤셴미소는 마음 에서 우러나는 기쁨이 표정으로 드러난 것이다.
  • 뒤셴미소는 이를 접한 사람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느낌과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아름다운 선물과 같은 요소이다. 아이에게 얼마나 자주 뒤셴미소를 지어 주었던가가 아이의 낙관성과 행복감 형성을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죠수아의 아버지 귀도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세상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려 애쓴다. 그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뒤셴미소를 선사한다. 심지어 자신이 독일군에게 학살당하는 순간, 아들 앞에서 만면에 뒤셴미소를 지어보이며 아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을 잊지 않는 장면은 짙은 페이소스와 함께 진정한 긍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자녀 상담을 받는 부모들은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할 때가 많다. 그리고 아이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심리가 노출될 수 없었던 점에 대해 합리화하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자신의 마음이 불편했기에 아이에게 심한 질책과 부적적한 표현을 썼던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한편으로 그 상황이 이해되고 안타깝지만, 당위적으로는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험난한 진실을 미리 모두 알려줄 필요가 없다. 그것은 삶에 대한 충분한 면역력이 생겼을 때 알아도 결코 늦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부모의 표정과 말투, 행동가짐을 되살피는 일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퇴계 이황은 자식을 대면할 때도 항상 의관을 정제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자식에게 위엄 있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정갈히 하고, 동시에 자식을 대함에 있어 경(敬)의 마음가짐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바탕에는 자녀의 존재성을 깊이 인정하고 외적 표현을 가다듬기 위해 힘쓰는 진중한 마음이 있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는 부모의 몸과 마음가짐의 거울이다. 그 깊은 영향관계를 고려할 때 부모는 더 중심을 잡고 바른 몸가짐, 마음가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삶에 대한 낙관성을 기르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일이 긍정적인 생활경험이나 성취경험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는 결코 경쟁을 통해 남을 이기는 것에서 얻는 수준 낮은 성취감이어서는 안 된다.

    나는 부모들로부터 우리나라와 서구 교육선진국의 교육방식의 결정적 차이를 묻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아이의 재능과 적성, 능력의 평가방식이다. 여전히 우리는 통계적이고 산술적인 평가를 선호한다. 심지어 평가의 효율성을 거론하며 사지선다 방식의 평가형식을 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반드시 서구의 평가방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랫동안 주관적 평가방식을 고수해왔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서는 ‘인재는 어떻게 구할 것인가?’, ‘교육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와 같은 대단히 주관적인 문제들이 나왔다.

    어찌 보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들이다. 지금의 편협한 평가방식에 길든 우리 아이들은 프랑스 대입시험에 출제되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와 같은 정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평가 인습은 외계인의 그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익숙해 우리만 그 괴상함을 인지하지 못할 따름이다.

    따라서 부모부터라도 오지선다의 문제를 주고, 이를 풀어 점수를 내고, 그리고 학교 학년 전체의 아이들 가운데 몇 번째인지를 매기는 지금의 평가가 과연 아이의 인성과 재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데 대해 진지한 고민과 걱정을 해야 한다.

    알피 콘의 주장처럼 아이를 경쟁으로 몰아붙이면 더 나쁜 결과를 낳는다. 제대로 된 칭찬은 아이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허위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피상적인 칭찬이나 진심이 빠진 칭찬이 아닌, 조건 없는 사랑으로 행하는 칭찬과 격려를 할 때, 아이들이 타인과의 경쟁이나 승리가 아닌 자기 자신의 내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때 내 아이에게 성숙한 삶의 조건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는 냉혹한 평가보다는 따뜻한 칭찬과 격려가 더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따뜻한 긍정감을 높일 수 있다.
  • 부모와 주위의 의미 있는 타인들이 행하는 진심어린 격려는 아이의 성취동기를 북돋고, 조건 없는 자존감을 상승시킨다. 아울러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현명한 눈을 가지게 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력을 가진 아이로 자라날 수 있게 이끈다. 그런 아이들은 미루고, 포기하고, 도망치는 아이들에 비해 더 풍성하고 멋진 일들을 이루어낼 것이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낙관적인 사람의 성취도는 그렇지 못한 사람을 추월한다. 부모가 현명하게 이끌어주면 내 아이 역시 그럴 것이다. 낙관적인 아이는 훗날 자기 분야에서 만족하며 생활의 기쁨을 얻는 삶을 살 수 있다. 더 잘 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아이들에게는 낙관성을 심어주는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헬로스마일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원장 / 퇴계문학치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