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현명한 부모가 되는 법을 공부하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06 15:08
  • 공부 스트레스가 심한 은서는 최근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내 책,《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에서 자주 들었던 공부 못하는 아이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진 사례였다. 은서의 부모는 아이에게 공부를 닦달하기만 할 뿐 어떻게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의욕과 목적의식을 갖도록 할지는 모르는 부모였다. 올 초 아이들의 공부에 관한 책 두 권을 내고부터, 자기 아이의 공부 심리와 의욕, 진로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부모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그럴 경우 대개 문제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있다. 은서 경우에도, 은서가 마음속에 품은 공부 상처를 어루만지고, 떨어진 학습의욕을 다시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했지만, 부모가 자신이 아이를 대하는 잘못된 방법을 깨닫고, 바른 부모의 양육법을 견지하게 만드는 일도 필요했다.

    맞벌이를 하는 은서의 부모는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었지만, 아이의 학습, 양육, 바른 대화법에 대해서만은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무지한 수준이었다.  

    사실 부모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 상황들이 계속되는 한 부모는 이런 ‘부모 지식’에 등한할 수는 없다. 나 역시 가장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이 우리 아이들이 단지 학습만 했지, 학습에 대한 상위 인지는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를 찾아온 아이들은 대개 오직 공부만 했지, 바른 공부의 가치, 의미, 자신의 인생목표를 가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에는 학교마다 철학박사학위를 가진 철학 선생님이 있다. 철학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철학수업을 하며 삶의 의미, 가치, 자신의 인생목적, 일과 공부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바칼로레아에서 주로 살피는 것도 단순한 국영수 실력이 아니라, 대학생이 될 청소년이 자기 삶을 얼마나 바르게 이해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우리 교육에 부재한 것이 바로 이 아이들에게 비전과 가치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적 자극과 철학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일을 부모가 하지 않는다면 대신 담당할 주체가 없다. 물론 이는 부모가 아이를 붙들고 생각을 주입한다고 금세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 스스로 책읽기, 글쓰기, 자기성찰 활동, 철학적 사고훈련을 거치며 깨우쳐야 할 대상이다. 내가 아이들과의 상담에서 학교나 부모 대신 그들에게 심어주려고 애쓰는 것도 이것이다.
    아이들과의 상담은 단순한 학업상담보다는 인생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철학상담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부모 역시 이 일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핵심 주체이다. 우리 사회와 학교가 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부모라도 여기에 앞장서야 한다.  

    부모 상담에서 나는 우선 제대로 된 대화법부터 다시 배우게 이끈다.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을 감상하게 하고, 존 가트맨의《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최성애의《청소년 감정코칭》, 알피 콘의《자녀교육, 사랑을 이용하지 마라》, 데이비드 월시의《10대들의 사생활》같은 자녀대화법을 알려주고, 자신의 대화법을 점검하고 수정하도록 독려한다. 자녀와의 대화법을 아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대화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해도 자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아이의 마음을 바꾸는 법들에 대해서는 알려준다. 이를 위해 마틴 셀리그만의 ≪낙관적인 아이≫, 제니 후퍼의 ≪아이의 행복 플로리시≫, 페그 도슨의 ≪아이의 실행력≫,  에드워드 L. 데시의 ≪마음의 작동법≫ 등을 읽어오라고 주문한다. 모두 내 아이의 생각을 긍정적이고 의욕적으로 바꾸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책들이다.
    그런 후에는 아이와의 대화에서 주제로 삼을 만한 내용들이 담긴 책들을 제시한다. 너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우나, 가장 자주 권하는 책들만 꼽는다면 월리엄 데이먼의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드라이브≫, 수잔 울프의 ≪LIFE 삶이란 무엇인가≫,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 헨리 뢰디거와 마크 맥대니얼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티나 실리그의 ≪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같은 것이 있다. 모두 아이에게 멋진 생각과 미래의 비전을 심어주는 데 필요한 내용들이 담긴 책들이다. 때로는 아이와 부모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좀 더 많은 추천도서를 제시하기도 한다.

    사실 부모 혼자 아이의 등불과 길잡이가 되기는 어렵다. 때로는 잘 알아보고 찾아내서, 아이의 영혼을 이끌 유능한 인생 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해 부모가 결코 등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 이 일이 버겁고 힘들겠지만, 현명한 부모가 되는 법을 알아야만, 그리고 이를 내 자녀에게 잘 전해야만 자녀를 바른 길로 이끌 수 있기에 아이만큼이나, 부모에게도 부모 공부는 반드시 필요한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