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마음이 힘들다면 명상을 해보라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5.03.16 09:09
  • 20대 중반부터 시작해, 어느덧 명상 수련을 해온 지도 20여년이 지나고 있다. 서른 즈음 깊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더욱 불교명상에 정진하게 되었다. 당시 내게는 명상이 깊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명상에 익숙해지면 해질수록 내 안의 평온한 마음의 총량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습을 거듭해 우주의 기운을 내 코로 빨아들이는 일이 조금 수월해질 무렵부터는, 깊은 산사의 작은 샘물처럼 청정한 정신을 맞이할 수 있었다.

    꼭 내 경험에서만은 아니고, 불교명상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심리치료법 가운데 하나이다. 영국국립임상보건원에서는 우울증 치료에서 있어 불교명상을 현대화한 마음챙김 명상(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을 가장 우선적으로 권고할 정도다.

    그래서 나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만나면 넌지시 마음챙김 명상을 권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특히 불안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특효가 있다. 다만 마음챙김 명상이 불교사상에 뿌리를 둔 것인지라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에게 권할 때는 다소 조심스럽다.

    마음챙김 명상은 책을 통해 얼마든지 습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마크 윌리엄스 교수와 대니 펜맨이 쓴《8주 나를 비우는 시간》을 많이 권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마크 윌리엄스 교수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를 정립한 인물 가운데 한 분이다. 이 책은 마음챙김 명상 덕분에, 사고로 인해 생긴 심각한 통증과 신체마비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저널리스트 데니 펜맨이 마크 윌리엄스 교수를 직접 찾아가 대중을 위한 마음챙김 명상 치유서를 만들자고 제안하며 빛을 볼 수 있었다.

    마음챙김 명상의 여러 가지 제안들 가운데 내가 가장 손꼽는 부분은 ‘받아들임’에 관한 것이다. 으레 우리가 어떤 원치 않는 상황에 맞닥뜨려서 극심한 고뇌와 걱정을 겪는 것은 대개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받아들임(acceptance)’은 무엇인가? 이 단어의 어근(cept)은 capture(잡다) 혹은 perception(인식)의 어근과 같고, 무엇인가를 받거나 쥔다는 뜻이며, 이를 바탕으로 확장되어 ‘파악한다’ 또는 ‘이해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임’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참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받아들임은 잠시 멈추는 시간, 그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 두고서 더 분명하게 보는 시간이다. 받아들임은 우리가 경솔하게 반사적 반응을 취하지 않도록 여유를 준다. 받아들임은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온전히 자각하게 한다. 어려움에 동반한 모든 고통스러운 느낌을 자각하면서 우리는 그 어려움에 가장 현명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받아들임은 우리가 반응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벌어준다. 그리고 종종 우리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가장 현명하게 반응하는 방식임을 알게 된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 순간에 우리는 그 상황을 ‘체념’했다. 일반인이 알기에 체념(滯念)은 희망을 버리고 영영 그 일을 단념하는 일이지만, 원래 불교에서 기원한 이 말의 뜻은 ‘도리를 깨달은 마음’을 의미한다. 사태에서 조금 떨어진 관점에 서서 자기 운명의 순리를 바라보면 그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마크 윌리엄스는 결코 “마음챙김의 맥락에서 ‘받아들임’이란 참을 수 없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사태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끌어안아 사태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서로 꼬리를 물며 연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으며, 또 자신이 과연 그 어려움에 대해 바르게 판단하고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깨어있는 생각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것을 운명애(運命愛, amor fati)라고 표현했다. 니체는 인간이 위대해지는 순간이 바로 자신에게 닥친 격한 운명 앞에서 그 운명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용기를 품을 때라고 말했다. 속된 표현으로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것이다. 한껏 내 운명과 상황을 긍정하고 나면, 어떤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고통 앞에서조자 결연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마인드체인지 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