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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는 불안이 인간의 근본 기분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향해 삶을 밀고 나가야 하는 존재인 인간,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이데거 읽기는 유한한 인간이 사방세계(대지, 하늘 그리고 신적인 것과 죽을 자들로서의 인간을 통해 이해하는 세계)에 놓인 존재론적 한계 안에서 삶을 어떻게 열어 밝혀 나갈지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나에게는 25년 가까운 하이데거 읽기가 불안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나름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불안으로 고민하는 많은 이에게 이는 보편적인 방법이 아니다. 나는 심리상담에서 불안장애나 심한 불안증을 겪는 이를 자주 만난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그들의 불안이 어느 정도 소강기에 접어들면 그들에게 다양한 치유서를 권한다.
불안 연구의 대가인 심리학자 보르빈 반델로는 불안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 속성이며 삶을 지속시키는 동기이자 원동력이라고 파악한다. 한마디로, 그는 불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말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조금 힘든 독서가 가능한 거의 모든 이에게 반델로의 책,《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을 권한다. 이 책에는 불안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과 불안장애의 해결책이 일목요연하게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불안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하는 이들 상당수는 독서 자체가 어렵거나 책읽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나는 두 가지 치유서를 자주 제시한다. 하나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불안 독서치료 교재인《괜찮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이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을 위한 불안 치유서인《불안 다루기》이다. 특히 《불안 다루기》는 워크북 형태로 되어 있어, 성인에게도 자주 적용하는 글쓰기치료 서적이다.
또 나는 상담에서 조금 다른 방향에서 내담자의 불안에 접근하기도 한다. 불안한 이유는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혀 냉정하고 합리적인 시선을 상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절실한 것이 깨어있음이다. 불교명상에 바탕을 둔 마음챙김 명상은 불안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와 성찰능력을 되찾게 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마음챙김 명상에 관한 많은 책이 출판되어 있지만, 내가 가장 자주 권하는 책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 마크 윌리엄스의《8주 나를 비우는 시간》과 김정호 교수의《마음챙김 명상 멘토링》이다. 만약 자녀의 마음챙김을 돕고 싶다면,《틱낫한 스님의 마음 정원 가꾸기》나《미국 UCLA 명상수업》을 읽어보기 바란다.
아이들의 경우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통한 독서치료도 가능하다. 내가 많이 쓰는 불안 극복 치유서로는 뮈데 프린츠 모엔슨의《용기가 필요해》, 채인선/민은정의《두려움아, 저리가》, 에밀리 그래빗의《겁쟁이 꼬마 생쥐 덜덜이》, 앤서니 브라운의《겁쟁이 빌리》 같은 것이 있다. 그밖에도《무지개 물고기야, 엄마가 지켜 줄게》,《용감한 세 여자》,《안 무서워 안 무서워 안 무서워》같은, 어린이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걱정을 줄여주는 그림책들이 많다.
만약 불안감이 정도를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 가급적 빨리 심리상담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상책이지만, 여러 여건 탓에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사용하는 비교적인 전문적인 치유서 몇 권을 더 소개하겠다.
우선 데이비드 번스 박사의《패닉에서 벗어나기》는 공인된 불안 치유서이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핵심적인 인지치료 방법을 대중독자를 대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관》과 《왜 나는 늘 불안한 걸까》역시 내가 자주 활용하는 치유서이다. 특히 하버드 의과대학 스리니바산 S. 필레이 교수의《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관》은 우리 뇌가 불안을 느끼는 신경학적 특성을 알려주고 신경에 스며든 무의식적 불안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치유서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치유서는 조금 특별하다. 사회학자이자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가로 알려진 앨런 호위츠의《불안의 심리》라는 책이다. 일반적인 치유서라기보다는 인류사에서 불안을 끊임없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어온 의학과 심리학의 문제점을 규명하며, 우리가 불안장애나 불안증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주는 책이다.
호위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은 야수들이 득실거리던 때보다 한층 안정되었지만, 불안을 질병으로 정의해 이득을 보는 이해당사자들이 늘었고, 또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매체들이 번성하며 인류가 여전히 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잘 배운다면,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깊이나 하중 또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내가 공부를 못하는 진짜 이유》저자
[박민근의 힐링스토리] 불안을 이기는 독서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