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심리치료] 청소년을 위한 마음 읽기
맛있는공부
기사입력 2014.08.04 14:15
  • 학원에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긴 지훈에게는 큰 고민이 생겼다. ‘베프(베스트 프렌드)’인 영민 역시 그 여학생을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지훈은 용기를 내 영민에게 그 여학생과 사귀고 싶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영민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 여학생을 두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는 것이었다. 그 말에 지훈은 몹시 속상했다. 늘 영민을 위해 배려하고 자기 이익을 포기해왔던 고마움을 모르고 ‘우정’ 따위는 안중에 없는 친구 모습이 야속했던 것이다. 둘이 이 문제를 두고 한 번 크게 다툰 후, 지훈은 영민과의 우정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여학생에게 사귀는 상급생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바탕 해프닝이 되었지만, 지훈의 마음에서는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 얼마 전 영민이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게 진로상담을 받던 지훈은 요즘 그 고민에 공부까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친구가 되기보다는 우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긴 우정을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우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호감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우정이다. 또 청소년 시절 이런, 우정을 지속시키는 말과 행동의 기본을 배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 받는 십대들에게 최근 자주 권하는 책이 ≪우정 지속의 법칙≫이다. 책은 우정을 길러주는 인간관계의 긍정법칙을 세심하게 전한다. 심리학에 인간관계론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를 십대의 감각에 맞게 쓴 책이라 하겠다. 그런데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실천은 특별하지 않다.

    작가는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쑥 찾아가자’, ‘줄기차게 만나자’, ‘ 둘만의 것을 공유하자’,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주자’, ‘약속을 꼭 지키자’, ‘함부로 대하지 말자’, ‘잘못을 인정하자’, ‘잘못을 알려 주자’,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자’, ‘함께 가자’, ‘함께하는 ‘지금’을 즐기자’ 같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진실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작가의 가슴 아픈 경험담이 하나 실려 있다. 지은이는 십대 때 무척 친했던 친구 한 명이 자살했던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자신이 작가가 된 것도 그 친구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정약용이나 박제가 같은 선인들의 우정과 관련된 일화도 자주 나온다. 선인들이 친구들을 대했던, 우정을 지켜갔던 도리를 아울러 배울 수 있다. 우정은 공감이고 공유이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둘만의 것을 공유해야 한다.

    조선시대, 서화를 수집하는 김광수와 서예가인 이광사는 막역한 친구였다. 하지만 둘을 성격도 나이도 모두 달랐다. 두 사람 역시 모든 면에서 공통점이 거의 없음에도 서로 친해진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김광수는 이광사를 위해 집 한 칸을 마련한다. 그것은 오직 이광사만을 위한 집이었다. 정말 화끈한 우정이지 않은가. 두 사람은 김광수가 마련한 ‘내도재’라는 공간에서 내내 우정을 돈독히 쌓아갔다. 조그마한 선심도 아까워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친구는 서로 진심으로 공유하는 사람이다. 공유하고픈 것이 생기면 아낌없이 나누는 사이이다.
    그래서 우정에 대해 깊이 고민한 선인들은 한결같이 조언한다. 우정은 감정이기보다는 마음을 전하는 기술이라고.

    지훈은 책을 읽고 우정에 대해 한 번 다시 생각해보았고, 결국 마음을 돌렸다. 그리고 하루 날을 잡아 영민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우정을 지켜나갈 지에 대해 깊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훈은 영민에게도 ≪우정 지속의 법칙≫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둘의 우정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