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심리치료] ‘긍정감’은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①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5.20 13:45
  • 최근 낙관적인 아이가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회자된다.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의 긍정감을 높여주라는 조언도 전에 비해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녀의 낙관성을 높이려고 애쓰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부모 상담에서 낙관성에 대해 설명하며 큰 관심을 보이는 부모들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아이의 낙관성을 높일 전략을 묻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아동의 낙관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일단 선천적 요인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유달리 방긋방긋 잘 웃는 아이가 있다. 안타깝지만 기질적으로 더 낙관적인 아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들 중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금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더 빨리 회복되며, 더 진취적인 해결방식을 택하는 아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대개 이런 성향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일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낙관주의 연구에서 낙관성 형성에 있어 선천적이고 기질적인 요인보다는 후천적인 환경이나 생활경험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양육을 받았으며, 어떤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가가 아이의 낙관성을 더 좌우한다는 것이다.

    낙관성의 바탕에는 세상에 대한 커다란 믿음이 존재한다. 그래서 설사 기질적으로 낙관적인 아이조차 그 기질이 다분히 생애 초기의 따뜻한 보살핌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는 분도 많겠지만, 애착(attachment)이라는 발달심리 용어가 있다. 생애 초기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이 자신 아닌 다른 인간이나 동물을 가까이 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행동과 심리를 일컫는 말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보울비는 이를 사랑하는 대상과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아기가 엄마에게는 긍정적인 감정신호를 보내는 반면, 낯선 이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신호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은 모두 애착 행동 혹은 애착 심리와 관련된 것이다. 심지어 조류와 같은 지능이 낮은 생물조차 이 애착 심리가 존재하는데, 어쩌면 애착은 생존을 위해 생명체가 가지게 된 본성일는지도 모른다.

    애착이 본성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많은 실험이 있다. 그중 다소 잔인한 실험 방식 때문에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실험이 있다.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와 그의 제자 스티브 수오미는 원숭이를 상대로 애착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이제 막 태어난 새끼원숭이들을 어미에게서 떼어내 우리에 넣고 서로 다른 대리모를 넣어주었다.

    하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천을 둘러싼 인형 대리모였고, 다른 하나는 철사를 두른 인형 대리모였다. 첫 번째 우리는 부드러운 천을 감은 대리모에게서 우유가 나오고, 철사를 두른 대리모에게서는 우유가 나오지 않았으며, 두 번째는 우리는 이와 반대였다.
  • 그런데 새끼원숭이들은 한결 같이 천을 감은 대리모를 더 ‘사랑’했다. 설사 천을 감은 대리모에게서 우유가 나오지 않더라도 배고플 때만 잠시 우유가 나오는 철사 대리모를 찾을 뿐, 하루 종일 천을 감은 대리모에게 안겨 지내려고만 했다. 이 실험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에게는 애착 욕구가 본성적으로 존재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애착이 아동의 인성이나 성격 발달에 있어 중요한 이유 역시 초기 애착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훗날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심각한 심리적 손상이나 성격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생애 초기 애착을 통해 아동이 얻는 소중한 심성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감’이다.잘 살펴보면 생후 6개월쯤 된 아기들은 이후 지속적으로 엄마에게 눈을 맞추려고 시도한다. 엄마가 잘 눈을 맞춰주지 않을 경우 아기는 상당히 고통스러워한다. 이 눈맞춤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 애착형성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엄마가 아기의 눈맞춤 신호를 잘 포착해 긍정적인 감정신호와 언어표현을 할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해 아기는 비교적 안정된 심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을 업어서 키우던 예전에 비해 요즘 아기들은 부모의 손길에서 떨어져 지낼 때가 많다. 심지어 생후 몇 개월이 채 안 된 아이를 따로 재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유 수유가 어려운 경우 애착의 문제는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보다 양육과학은 발달했지만, 애착의 양과 질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과학적인 육아가 아니라 따뜻한 인간의 품이다. 

    애착은 심지어 삶의 의욕을 좌우하기도 한다. 예전 루마니아의 일부 고아원에서는 보육사들에게 우는 아이를 절대 안아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보육사들은 입히고 먹이는 일은 했으나 울며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제때 안아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

    고아원의 아기들 가운데 별다른 질병이 없음에도 사망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던 것이다. 사랑의 부족이 인간의 면역계통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그 인과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어린이가 가지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감과 거기서 얻는 낙관적 세계이해는 분명 초기양육에서 얻게 되는 정서적 충족감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따라서 내 아이의 ‘낙관성 교육’은 매우 이른 시기에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아이의 낙관성과 관련해 부모들에게 항상 거론하는 두 번째 요인은 부모의 언어습관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언어표현일 뿐만 아니라, 부모가 타인이나 자녀에게 보내는 감정신호들의 긍정성 비율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헬로스마일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원장 / 퇴계문학치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