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학종 합격자가 대학 생활을 잘 하는 이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2.06 10:18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지난 2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학생부 종합 전형 운영 성과 및 발전 방안’에 관한 컨퍼런스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요즘 학생부 종합 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해 초 고려대가 2018년도 입시에서 논술을 폐지하고 정시를 대폭 줄이는 등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능 영어가 절대 평가로 바뀌면서 주요 대학들이 수시 특히 학종의 비율을 늘렸고 그에 따라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비판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비판을 압축하면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전형의 불투명성 때문에 학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준이 애매모호해서 합격과 불합격의 이유를 모른다. 정성 평가라는 이름으로 입시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 현재 여론은 학생부 종합에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대학 입시는 수험생의 입장만 반영이 되어서도 안 되고 반드시 선발하는 대학 측의 입장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어떤 입장일까요? 학생 선발의 주체인 대학은 학생부 종합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평소 궁금해 이번 컨퍼런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건국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 주요대 3곳과 전북대, 한림대, 대진대 등 비서울권 대학 3곳이 참여했습니다. 이중에서 서울시립대와 전북대는 국공립, 나머지 대학들은 사립대학입니다. 발표 내용은 지난 몇 년간 GPA를 포함해서 합격자들의 특성을 전형별로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3곳은 수시에 학종과 학생부 교과 전형 외에 논술 전형이 존재했고 나머지 대학들은 논술 전형은 없고 수시는 학생부 종합 아니면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학종 vs 정시 vs 논술 합격생 누가 더 대학생활을 잘 하나?

    이들 대학들이 제시한 대학생활의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학점, 만족도(대학생활 적응), 전과 및 제적 여부입니다. 여기에 핵심 역량 및 대학과 고교 시절 사교육 실태조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기준들이지요. 조사 기간은 2014~15학년 신입생, 인원은 5만 명 정도 됩니다. 6개 대학, 해마다 3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현실에서 보면 조금 부족한 숫자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상당한 규모의 빅 데이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학점은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이 3.2점으로 가장 높고 정시 수능 성적으로 합격한 학생은 3.08로 가장 낮았습니다. 그 중간에 학생부 교과 전형 합격자와 논술 전형 합격자 순서입니다. 수능이 사고력 시험이고 대학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면 반대의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대학 공부와 고등학교 공부는 연결이 되어도 수능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대입 수능 성적으로 뽑은 정시 수험생들이 자신들은 수시로 들어 온 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높아 우월감을 가질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냥 수능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일 뿐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라는 이야기죠. 수시로 들어온 학생도 그 시간에 학교 공부, 동아리 학생회 등 학교생활 하지 않고 수능 공부에만 매진했다면 결과는 비슷하지 않았겠습니까? 수능이 얼마나 대단한 시험이기에 하루 치러지는 시험 점수 높은 것으로 사람 차별까지 하려드는지 저는 그 근거의 정당성을 전혀 모르겠습니다. 

    고교 재학 시 사교육 여부를 볼까요? ‘있다’만을 놓고 비교해보면 논술 전형(91), 정시(86.1), 교과(75), 종합(72.7)로 낮았습니다. 논술 전형 합격생들이 가장 많이 사교육을 받았다는 가설이 성립될 수 있지요. 이들은 기본적으로 수능과 내신 사교육에 논술 사교육까지 받기 때문에 사교육 비율이 높았을 겁니다. 흔히 학종 사교육을 비판하면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사교육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학종 합격생 중에서 자소서 사교육을 받은 비율은 불과 3.3%, 면접은 1.2%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종 합격자 중에서 요즘 학종에 거의 필요 없는 어학 사교육을 받은 비율이 6.2%입니다. 자소서나 면접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액수나 사교육을 받은 기간이나 비교도 안 될 겁니다. 학종의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다는 주장은 과장을 넘어서 허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만족도 조사 결과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학종 3.28, 논술 3.27, 정시 3.2, 교과 3.15로 나타났습니다. 점수 맞춰 들어간 정시 합격자의 만족도가 낮을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했습니다만 교과 전형이 만족도가 낮은 것은 뜻밖이었습니다. 교과 전형 역시 내신으로 줄 세우기입니다. 나라가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선 고등학교가 대신 줄 세운 결과지요. 둘 다 성적 맞추어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전형입니다. 대학 입학에 적성, 이른바 전공적합성이 반드시 평가에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셈입니다.

    제적 및 전과 여부는 어떨까요? 충격적입니다. 100명을 기준으로 정시 합격생 제적자 비율은 7%로 학종, 교과, 논술 전형 합격생들을 압도합니다. 정시 다음에는 교과 3.6%, 학종 2%, 논술 1.3%입니다. 과를 옮기는 전과 비율도 정시 3.1, 논술 2.9, 교과 2.6, 종합 2.0으로 정시의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 통계 역시 전공 적합성을 보는 학종이 그만큼 전과와 제적이 적다는 사실을 증명하겠지요. 그만큼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증거입니다.

    학생 및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인터뷰(FGI)의 결과도 학종의 명분과 교육적 효과를 뒷받침합니다. 전공 선택의 계기를 비교해볼까요? 제가 요약을 했습니다.

    동국대 종합 합격자 : 고등학교 2학년 때 과제연구를 진행하면서 교수님을 인터뷰했고 이를 통해 연사를 연구하고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음

    시립대 논술 전형 합격자 : 막연하게 공대 희망했으나 학과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학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건국대 정시 : 미래진로, 희망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수능 보고 나서 점수 맞춰서 왔다.

    교수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요? 대표적인 반응 하나만 인용하겠습니다.

    건국대 인문대 교수 : 확실히 탐이 나는 학생은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이다. 1학년에 4.5 만점을 받은 학생이 세 명 나왔는데 모두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이다.

    물론 이 통계 결과와 인터뷰가 지금 문제되고 있는 학종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반박하는 사례로 활용될 수는 있습니다. 공교육 정상화와 신입생의 다양성 확보가 학종의 장점이라는 것은 이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말할 수 있겠지요. 이 자료만으로는 학종이 투명한 제도 공정한 제도라고 말할 수는 없음을 저도 인정합니다. 대학들은 학종의 장점과 학종으로 뽑힌 학생들이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이라는 증거 말고 다른 자료를 더 제시해야 합니다. 남은 과제는 자신들이 정말 공정하고 투명하게 학생들을 선발했음을 증명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에 그런 자료를 내놓을 수 없다면 학종에 대해서 쏟아지고 있는 우려(대표적으로 고교 등급제)에 대한 성실한 답변과 학종을 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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