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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에 종영하는 SBS 월화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률이 25%를 넘는 최고 인기 드라마로 제가 지금까지 본 메디컬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작품입니다. 재미있는 드라마가 사회적으로도 유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과 인품을 모두 갖춘 돌담병원의 낭만 닥터 김사부(본명 부용주)와 실력과 인품 모두 최악이지만 권력욕과 정치력 하나만은 끝내주는 거대병원 원장 도윤환의 갈등을 기본 축으로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혹은 우회적으로 다룬 사회파 의료 드라마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고 백남기 씨 사망 진단서까지 현 한국 사회 아픔을 빼놓고 이 드라마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미래 의사,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드라마입니다. 의료사고 및 의사의 윤리, 의료공공성과 의료민영화, 지역간 의료불균형, 중증외상환자와 골든 타임,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 의대를 가기 위한 전공적합성을 키우는 데 이 드라마 한 편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육적입니다. 물론 인공 심장 이식 수술 등 최신 의료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오늘은 이 중에서 제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 관점을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올해 의대를 지원한 고 3 학생들의 면접 수업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서울대, 인제대, 한림대 등 MMI 면접 수업을 많이 했습니다. MMI(Multiful Mini Interview)는 한 학생이 여러 방을 돌면서 여러 명의 교수님들로부터 수학 과학 지식이 아닌 배려심, 소통 능력, 공감 능력 등을 평가 받는 면접 방식입니다. 수업을 하면서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너 낭만 닥터 김사부(한석규 분) 같다”였습니다. 수능 끝난 학생들인지라 3명 중 2명꼴로 김사부를 보고 있더군요. 면접 전날 이 말만큼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 없었던 듯 합니다. 제가 이런 찬사를 보낸 친구들은 열정과 환자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청춘의 김사부였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이들 중에 출세와 돈이 더 중요하고 사람의 목숨에도 급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대 병원 도윤환 원장(최진호 분) 같은 인간이 나올까요? 만약에 도윤환 같은 인간들이 의료계에 덜 배출된다면 그 공로는 인성을 제대로 평가하는 MMI 면접 덕분일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학생들이 MMI 학원에서 요령과 스킬을 배울 수는 있지만 실전에서 드러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입니다. 사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없던 게 생겨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덕분에 진짜 의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 의시가 의사가 되는 세상이 온 것 같습니다.
예전에 모 영재고 학생이 서울대 의대 MMI 면접에서 교수님이 질문을 하자 “그걸 제가 왜 해야 하나요?”라고 되묻은 적이 있답니다. 그 학생은 그 학교에서도 내신이 아주 좋은 학생이었는데 최종 불합격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이라도 인간에 대한 이해, 연민, 공감 능력 등이 부족하면 좋은 의시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서울 의대가 참으로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언제나 실력도 있고 인간 됨됨이도 훌륭한 김사부 같은 의사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도윤환 같은 의사(실력보다는 정치력 환자의 목숨보다는 병원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김사부 같은 사람들이 대접받고 성공해야죠, 그게 바로 진정한 정의 사회 구현 아니겠습니까?
1. 메르스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실제 김사부 중에서는 의대 MMI 면접 문제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입원한 13회를 보면서 15학년도 한림대 의대 MMI 면접 문제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상황을 숙지하고 면접관의 질문에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내에서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이 급속하게 전파되어 많은 환자가 발생하였다. 정부가 전염을 막기 위해 휴교령을 내렸고, 대규모 회의나 모임을 하지 않도록 권고 하였으며 일부 의료기관을 폐쇄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후 환자 발생율이 줄어들지 않았고 사망자도 생겼다.
1. 위 상황에서 발생된 문제점 혹은 이슈들을 나열하시오.
2. 1번에서 답한 문제점 혹은 이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입니까?
3. 정부의 대처와 처리에 대한 학생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한림대도 돌담 병원과 같은 강원도에 위치한 학교네요. 그래서인지 저는 이 상황에서 김사부와 윤서정 강동주 그리고 나머지 돌담 병원 관계자 및 보건소 질병 관리 본부의 대처를 주의 깊게 보았습니다. 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마침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상황이 몇 장면 연출됐죠. 메르스 의심 환자가 들어온 응급실에는 여주인공 윤서정이 사랑하고 아끼는 후배 강동주가 당직을 선배 대신 서고 있었습니다. 연일 당직을 서면서 극도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이었죠. 중동에 다녀온 뒤 메르스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 가족들을 만난 그는 일단 매뉴얼 대로 응급실 격리 조치를 휘합니다. 응급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응급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에 빠지지요. 여친을 남겨두고 탈출하려는 옹졸함과 오누이를 응급실에 두고 뒤늦게 찾아 온 어머니가 응급실로 진입하려는 모정이 교차됩니다. 그리고 거대 병원 이사장인 신회장의 인공 심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윤서정은 그 수술을 포기하고라도 강동주 때문에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응급실에는 긴급한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술을 해야 하는 본원 손과장은 의사도 사람이다 죽을 수 있다며 전신보호복이 없으면 응급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이 과정에서 김사부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매뉴얼 대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보건소에 먼저 연락해 전신 방호복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직원들은 퇴근한 상태였습니다. 질병 관리 본부 측은 가까운 지정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자칫하면 모든 게 꼬일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때 김사부는 버럭 화를 내면서 상황의 엄중함을 공무원들에게 인식시키고 그들이 빨리 움직이도록 합니다. 보건소 직원 집 주소를 알아내 돌담병원 직원이 집으로 찾아가도록 하죠. 그리고 병원 직원들은 환자들을 진정시키며 감정에 치우쳐 어느 누구도 돌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정석을 보여준 것이지요. 빠른 판단과 빠른 실행력입니다. 감정에 치우쳐 행동할 시간 골든 타임을 놓치면 희생자만 더 늘어날 뿐입니다. 다행히 의심 환자는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됐지만 실제 확진을 받았어도 피해는 늘지 않았을 겁니다. 김사부의 판단력과 결단력 때문이지요.
2. 도윤환 vs 김사부=의료 민영화 vs 의료 공공성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라고 할까요? 작가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테마라고 할까요? 저는 김사부로 대표되는 의료공공성 진영과 도윤환으로 대표되는 의료 민영화 진영의 갈등이 한국 사회 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대사를 보실까요?
도윤환 : 적자를 보면서 병원을 운영할 수는 없다. 병원이 살아야 의사도 사는 거야.
김사부 : 내 앞에서 경영학 강의 하지 마. 전제부터 잘못됐어. 환자가 살아야 의사도 사는 거야.
병원은 왜 있는 걸까요? 병원은 의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아니면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병원이 의사를 위해 존재한다면 도윤환이 무조건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병원이 환자릉 위해 존재한다면 김사부가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분들은 김사부의 생각이 너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환자는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돈은 절대 목숨보다 더 소중할 수 없죠. 어떤 경우에도 병원의 이익이 환자의 목숨보다 더 먼저 더 많이 고려되어서는 안 됩니다. 돌담 병원은 해마다 10~15억씩 적자를 봅니다. 신회장 입장에서는 큰 적자는 아니지만 사업 하는 사람 입장에서 적자를 보면서 계속 운영하고 싶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도윤환은 돌담병원을 폐쇄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10억~15억원의 적자를 보더라도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 비용은 병원 아니면 사회가 부담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의료 공공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사회적 가치지요.
3. 의사의 치료는 어디까지인가?
김사부 : 무엇 때문에 저를 그렇게 신뢰하시는 겁니까?
신회장(주현) : 나는 살려고 하고 너는 살리려고 하니 둘이 만나면 살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니?
김사부 : 모든 의사는 환자를 살리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신회장(주현) : 돈이 몇 조가 걸려 있는 수술인데 죽으면 안 되지. 그래도 네 손에 죽으면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겠다.
신 회장의 김사부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저는 이 대사를 보면서 의사의 치료 행위는 무엇인가 본질적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치료해서 환자를 낫게 해주면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 이상이 필요한가요? 저는 김사부의 말과 행동이 그 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는 어떤 환자를 살려야 할까요? 나와 가까운 순서? 돈 많은 순서? 김사부의 답은 위급한 순서입니다. 그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그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바로 공평함이기도 합니다. 의사와 가까운 순서라면 의사 친척 두지 않은 부모님 혹은 자신을 원망해야 합니다. 돈 많은 순서라면 무전유사, 유전무사의 원칙이 적용되는 건데, 다수의 돈 없는 서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위급한 순서라면 설사 덜 위급한 사람이 자기의 가족, 아니 자신이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동주는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 위급한 환자 수술을 선택한 김사부를 원망했지만 본인이 의사가 되어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역지사지를 통해 깨닫은 것이지요.
김사부는 강동주에게 묻습니다. 치료의 끝은 어디인가? 수술만 하면 끝인가? 경과보고를 보호자에게 하면 그게 끝인가? 아닙니다. 보호자의 상처를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줄 수 있어야 끝입니다. 결국 드라마에서 작가가 말해주고 싶었던 말은 의사의 치료 행위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치료가 아닌 치유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및 보호자와 의사 사이에서 신뢰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사실 아닐까요?
드라마에서는 선인 김사부가 승리하고 악인 도윤환이 패배하겠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정의 공평 선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김사부 같은 리더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이익을 위해 양심을 버려야 하는 순간에 양심을 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중간에서 오락가락하다 막판에 김사부 편을 확실하게 드는 장실장과 도윤환과 부패 사슬로 얽혀 있던 오기자가 기자 정신을 발휘해 진실을 말하는 장면 등은 김사부가 될 수 없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주신 작가 PD 김사부 및 출연진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낭만 닥터 김사부로 의대 전공적합성 키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