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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입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대학 입시 이야기가 아닌 고교 입시 이야기입니다. 이미 입시를 끝낸 영재고와 현재 진행 중인 과고에 이어 지난 13일 울산 청운고가 원서 마감을 하는 등 전국 단위 자사고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1월부터는 광역 단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입시가 시작되겠지요. 이 글을 읽는 많은 중 3 학부모들은 대학 이전에 어떤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그것이 문제 아닐까요? 오늘은 그분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대입의 시각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1달도 아니고 1년도 아닌 3년을 내다보는 선택이니까 아주 어려운 일이지요. 더군다는 내년에는 모든 것이 원점에서 새로 시작될 수 있는 대선이 있는 해가 아닙니까?
현대 청운고의 올해 경쟁률은 2.36대 1로 지난 해 3.64대 1보다 많이 낮아졌습니다. 5일 마감한 상산고 역시 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지난해 3.41대 1보다 역시 낮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청운고는 절반 정도의 비율로 지원자가 감소했습니다. 아직 하나고 용인외고 포항제철고 등의 원서 접수가 남아 있지만 이 추세 대로라면 지난 해보다 낮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 같습니다. 학령인구를 보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됩니다. 올해 중 3은 52만 5256명으로 지난해 59만 6066보다 7만 여 명 정도 적습니다. 그러나 두 학교의 지원자 감소가 그 이유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재고 역시 18.33대 1에서 15대 1로 감소한 것을 보면 학부모들이 무조건 특목고 자사고에 진학하고 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가 사교육 업계에 몸 담게 된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특목고 자사고가 유리한가 일반고가 유리한가라는 논쟁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해는 특목고 자사고가 유리하다, 어느 해는 일반고가 유리하다며 여론의 추가 한 쪽으로 기운 적도 있었지만 정작 3년 뒤에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3년 뒤 입시에서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자신의 자녀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어디에 맞는지 성향 파악을 한 뒤 결정하자는 것이 정답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어디에서 정말 최선의 적응을 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습니다. 3년 뒤 입시 정책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오늘도 고등학교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선택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내신입니다. 저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대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내신 성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내신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같은 지필고사 성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평가 방과후학교 참여도 학생부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재된 내용 등 학업역량을 보여주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교과와 비교과를 나눌 때 교과는 학교 생활의 기본이고 학생의 기본은 공부죠. 그 공부는 학교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지, 3년에 한 번 국가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명분으로도 수능은 내신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수능 영어 절대 평가가 이미 확정된 이상, 대입에서 수능만으로 대학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고 수능 성적 순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기를 할 명분도 없어지고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즉 일반고에 가든 특목고에 가든 자사고에 가든 가장 중요한 곳은 중학교 내신 성적의 추이를 염두에 둔 내신 성적의 예상치입니다. 물론 일반고 1등급과 특목고 자사고 1등급이 같을 리가 없습니다. 일반고 1등급을 특목고 자사고 몇 등급과 비슷하게 대우하는지는 오직 대학만이 알고 있는 영업 비밀이겠지요. 상당수 학부모들이 일반고 내신 1등급보다 특목고 자사고 내신 4~5등급을 선호한다는 환상을 갖고 특목고 자사고 선택을 감행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소위 특목고 자사고에 대학들이 주는 내신 보정 점수라는 게 만약 있다면 내년 대선을 포함해서 이는 언제든 이슈가 될 수 있고 그만큼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학생부 종합에 관한 우호적인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면서 12개 대학 입학처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학생부 종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신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내년도 입시에서는 내신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고 그 추세는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내신의 불리함을 비교과나 스펙 논술이나 수능 등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줄어드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일반고에 진학을 하든 특목고 자사고에 진학을 하든 대입=내신이 상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 하에 전략을 짜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일반고가 무조건 내신에 유리하고 특목고 자사고가 내신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주변의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친구들도 있고, 자신이 잘 한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들을 때 더 힘을 내는 학생도 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경쟁의식 속에서 승부욕으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고요. 이런 점까지 고려하셔서 최선의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다음은 학교 프로그램입니다. 대부분의 중 3 학부모들이 정시와 논술보다는 학생부 종합에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을 저는 피부로 느낍니다. 학생부 종합에서는 내신과 비교과를 모두 평가에 반영하는 전형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학생의 내신 학생의 비교과만이 아닌 학교의 내신 학교의 비교과도 동시에 반영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앞에서 내신 말씀은 드렸기에 비교과 프로그램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비교과는 내신보다도 더 학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교내상을 비롯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등 모든 활동이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교 프로그램을 고려하지 않고 내신을 따는 데 유리한가 아닌가만을 판단의 준거로 삼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지요. 흔히 자사고 특목고가 비교과 프로그램이 우수하고 일반고는 빈약하다는 말들을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특목고 자사고 중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생기부를 작성하도록 하거나, 일반고에서도 정말 톡톡 튀고 차별화되는 생기부를 작성해주시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일반고의 학교 프로그램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특목고 자사고와 일반고 간의 학교 프로그램의 격차가 상당하지만 3년, 아니 짧게는 1년이 지난 뒤에도 현재의 격차가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그 격차는 틀림없이 줄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분들께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씀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정답은 일반고 특목고든 자사고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이론적인 정답입니다. 현실에서는 부분만 맞아도 정답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요. 만약에 고교 선택에서 정답이 아닌 부분 정답이 있다면, 그 선택지는 일반고에서도 앞으로는 얼마든지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의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오늘도 고교 선택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