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자소서라는 도끼로 평가자의 마음을 찍어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9.12 09:48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12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2017 대학 수시 원서 접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소서 마무리에 한창인데요, 자소서 제출 전에 최종적으로 점검을 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예전에 드라마 W에서 학생부 종합의 키워드를 뽑아 드리면서 학생부 종합이야 말로 W다. 내가 누구고 왜 이 학교 학과에 지원하는지를 증명해가는 과정이 주인공 강철이 자신의 가족을 죽인 진범을 찾는 드라마 W와 유사하다고 말씀 드린 것 기억하시죠?

    맞습니다. 자소서의 본질은 지원자가 누구이고 왜 이 학과에 지원하는지를 글로써 증명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지원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자소서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더욱 중요하죠. 자소서를 마지막으로 점검할 때는 자소서를 읽는 사람, 평가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읽어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자소서를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여러분 자신을 잘 아는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모님도 아닙니다. 여러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 즉 입학사정관들입니다. 자소서는 그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제목을 빌리면 ‘익명의 학생(원제는 여인)에게서 온 편지’가 되겠지요.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고 자신에 대해서 흥미와 관심이 생기도록 써야 한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쉬울 수도 있고 또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즉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이 읽고 잘 썼다는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고 이 글의 주인공이 궁금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훨씬 더 유리한 것이지요. 그래서 학교 선생님의 평가나 부모님의 평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을 모르는 남이 보았을 때 이 자소서가 어떠한지, 즉 객관적 평가를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합니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별로인데 잘 모르는 사람이 읽었을 때 흥미로운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더 낫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입학사정관들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러분 자소서를 읽을지를 상상하면서 여러분 자소서를 다시 읽어 봐야 합니다. 대개 입학사정관들은 다른 서류, 예컨대 학생부 추천서 등과 대조하면서 자소서를 읽습니다. 사실 관계는 기본적으로 자소서보다는 학생부에서 파악하려 하고 자소서에서는 학생이 한 일보다는 학생 자체를 파악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소서를 다 쓰고 최종 점검을 할 때는 반드시 학생부와 비교하여 그 내용의 근거가 학생부에 적혀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지원자 즉 내가 누구인지가 잘 드러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내 자소서를 보여주고 난 뒤 이 자소서에서 드러난 제가 어떤 사람 같은지 물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려심 강하고 도전 정신이 있는 것 같다,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자소서를 읽게 하고 자소서로부터 받은 인상을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흔히 상담을 하다보면 대학에서 자소서를 평가할 때 점수 같은 정량 평가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더군요. 그런데 제가 아는 한 대학은 자소서를 통해 학생의 총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소서를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각 항목별로 25점을 준다든가, 3번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의 사례를 평가할 때 배려 점수 25점, 나눔 점수 25점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죠. 자소서를 별도로 평가하는 대학들은 특별 우수 보통 미흡 평가 불가(사진) 등 5단계로 평가하거나 서류 평가 점수에 몇 점을 얹혀 주는 방법(가산점)으로 그야말로 정성 평가를 합니다. 따라서 자소서에서는 디테일보다 더 중요한 게 다 읽고 나서 평가자에게 남는 인상 즉 이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앞 단락에서 제가 말씀 드린 학생의 전체상을 파악한다는 맥락 이해가 되시죠?

    자소서 상담을 할 때 저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자소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임팩트다. 다 읽고 나서 평가자의 마음에 지원자의 특징 중 몇 가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으면 그 자소서는 성공한 것이다. 그 특징을 일반화하는 데 무리가 있겠지만 저는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 참신성, 전문성, 가독성, 우수성입니다. 즉 자소서를 다 읽고 이 지원자는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지원자는 이런 점에서 다른 지원자와 다르군, 지원자는 우리 학과에 올 만한 인재야, 지원자의 자소서는 재미있고 구체적이네, 지원자는 학업 능력과 인성이 우수해. 이런 인상을 준다면 그 자소서는 성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인상을 받으면 평가자의 마음은 움직입니다.

    이제부터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섯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자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 평가하는 것이기에 모든 평가자들은 자소서를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원자는 틀림없이 과장하거나 때로는 허위로 자신을 미화시킬 거라고 의심을 합니다. 만약에 자소서에서 그런 징후가 발견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그 학생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사단이 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자소서를 쓸 때는 수시로 학생부와 비교해 보면서 사실 관계의 오류를 잡아내야 합니다. 경험이나 사례는 그렇다치고 그렇다면 배우고 느낀 점에는 어떻게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까요? 의미 부여는 진정성이 아닌 개연성 즉 그럴 것 같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개연성이 적용됩니다. 이 학생이 이 상황이라면 이런 느낌을 받았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쓸수록 진정성 있는 자소서가 되기 쉬운 법이지요.  

    두 번째는 참신성입니다. 평가자는 지원자 외에 다른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같은 날 함께 읽습니다. 즉 앞에 읽은 학생들의 자소서와 끝없이 비교하면서, 그 지원자의 자소서를 읽게 됩니다. 그래서 진부한 표현, 상투적인 사례 이런 것들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 참신성 혹은 독창성은 자소서를 쓰면서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죠. 입시 전문가, 자소서를 많이 읽은 분들은 이런 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많은 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네 경험과 생각이 너는 너만의 특별한 느낌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실제 그렇게 자소서에 쓴단다.”

    세 번째 요소는 전문성입니다. 전공적합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이 특히 필요한 항목은 1번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4번 지원동기 파트입니다. 전문성에서 중요한 건 내용의 검증입니다. 공대를 지망하는 학생이 1번에서 수학을 썼다면 반드시 수학 선생님께 이 내용이 맞는지,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인지, 너무 평이한 사례는 아닌지 반드시 여쭤봐야 합니다. 지원동기를 묻는 문항에서 내 지원동기가 너무 일반적이지 않은지, 내가 했던 활동과 겉도는 느낌은 안 드는지 이런 것들은 과목 선생님이나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네 번째 요소는 가독성입니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자소서 뿐 아니라 학생도 재미있는 학생이라는 느낌이 들면 더 좋습니다. 재미를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궁극의 재미는 에피소드입니다. 흔히 자소서를 배우고 느낀 점 위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례보다는 자신이 느낀 점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채우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자소서가 아니라 소감문이 됩니다. 물론 배우고 느낀 점이 중요하나 배우고 느낀 점을 따로 쓰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에피소드 속에서 녹여내면서 그 느낌을 말하려 하지 않고 평가자들이 ‘이 학생이 그랬을 것 같다’고 느끼도록 쓰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 요소는 우수성입니다. 뛰어난 학생이라는 점, 물론 학업 능력 뿐 아니라 리더십 배려심 등 인성의 우수성, 즉 ‘덕’까지 자소서를 통해서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지요. 상위권 대학, 인기 학과일수록 자소서에서 우수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특기자 전형의 자소서나 고려대학교 4번 문항처럼 고려대학교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학교들의 자소서는 바로 우수성을 증명해야 하는 문항입니다. 이때 우수성은 자신의 장점일 수도 있고 특기일 수도 있고 비전일 수도 있으며 이 세 가지가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수성의 근거는 학생부가 특히 중요한데 학생부의 진로희망사항과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의 세부 능력 특기 사항 그리고 독서 활동 상황 속에 실마리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자 즉 평가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자소서를 평가한 다음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내 자소서가 다른 지원자 자소서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검사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내 자소서의 청정도를 증명해야 합니다. 인터넷에 보면 그런 사이트가 여러 군데 있더군요. 그곳을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자소서를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이 속담이 여러분께 힘이 되고 의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소서 쓰다 막히거나 힘들 때마다 이렇게 외쳐보세요.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10번까지 갈 필요 없습니다. 한 번은 진정성으로, 한 번은 차별성으로, 한 번은 전문성으로, 한 번은 가독성으로, 한 번은 우수성으로 모두 다섯 번만 찍으면 평가자의 마음은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좋은 자소서의 힘입니다. 

  • 대교협 제공
    ▲ 대교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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