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왜 세계의 절반은…’을 읽고 무엇을 할 것인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7.04 10:35
  • YES24 제공
    ▲ YES24 제공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2016 서울대 지원자가 가장 많이 읽은 도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갈라파고스)’에 관한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이 책은 2014년도에도 1위였죠. 2015년도에 아마 1위였습니다. 아마 2017년도에도 1위일 가능성이 높겠죠. 마치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처럼 장기집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기후 변화나 에이즈 등 전 인류가 처한 문제와 비교해서 기근 문제가 갖고 있는 심각성과 비극성이 학생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풍요의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굶어죽는다는 사실은 북극에 빙하가 녹고, 유명 연예인이 에이즈로 죽었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죠.

    그래서 학생들은 도대체 이 충격적인 현실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을 겁니다. 바로 이 책이 그에 대한 해답을 들려주고 있거든요. 물론 해답과 함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지요.

    두 번째 이유는 200쪽 내외의 얇은 분량에 문답식 구성의 가독성 있는 문체로 빨리 쉽게 읽힌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실제 독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 책은 적은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양심과 정의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난한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들이 게으른 탓일 수도 척박한 환경일 수도 잘못된 정치 탓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 따르면 전지국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불평등(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이죠)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그래서 해결책 역시 한 국가의 노력이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에서 인류가 공동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책은 자신의 실천을 통해 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달라진 모습, 변화를 통해 봉사활동, 예컨대 편지번역 봉사 등과 연계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라는 것이 세 번째 이유입니다. 즉 자신은 착한 학생, 선한 학생, 사회 문제나 인류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임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책은 결국 원인에 주목하느냐, 해결책에 주목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실천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세 가지 방향의 자소서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살릴 수도 있지만 500자라는 짧은 분량에 이 세 가지를 다 담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례 1)
    (생략)사실 기아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던 저는 기아문제의 원인은 그들의 잘못 혹은 척박한 환경을 탓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기아문제의 근본원인은 거대기업의 이익과 기득권층의 세력유지 등을 위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 책에 나오는 신자유주의의 진실을 읽으며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이 항상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생략)

    사례 2)
    (생략)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도적 구호만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것에서 더 넓은 안목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기 만족적인 봉사활동보다는 그들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들에게 필요한 봉사라고 일깨워 주었습니다.(생략)
     
    사례 3)
    (생략)무관심한 사람 중의 한명이었던 저는 이 책을 읽고 다양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쉽게 불평하고 불만을 가지는 제 자신을 반성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빈곤국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한국컴패션 영한편지번역을 알게 되어 이를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생략)

    사례 1은 원인에 주목한 전형적인 글입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씁니다. 차별화가 그만큼 어렵지요. 두 번째 사례는 해결책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효율적인 해결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원자의 학구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사례는 자신이 이 책을 읽고 느끼게 된 변화에 주목합니다. 자신을 반성하고 매사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졌으며 구체적인 봉사 활동의 실천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접근도 가능합니다.

    사례 4)
    (생략)그 원인에 대해서 총체적인 국면에서 기술한다는 점은 좋았지만, 기아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개인의 의식 각성과 인간성 회복 정도로만 정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습니다.(생략)

    해결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지요. 저라면 이런 반론을 저자인 장 지글러에게 펴고 싶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10년 동안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절대 빈곤층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그것이 세계화의 긍정적 결과라는 점을 피력하는 것이지요. 사실 아프리카 가난과 질병 퇴치를 위해서 가장 힘쓴 이도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 아니었던가요? 자본주의 이전에도 가난은 존재했고 아프리카의 가난은 자본주의 이전부터 심각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탐욕성 때문에 세계의 절반이 현재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 것이다. 다만 나머지 절반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그 절반의 발전 속도가 더디어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빈곤감의 확산이 더 큰 문제라고 해야겠지요.

    이 책을 읽은 고 1과 고 2 학생들은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편지 번역 봉사, 유니세프 정기적 후원, 유엔 난민 기구 등의 유엔 기구 등에 대한 조사 보고서 쓰기 등의 활동이 이어진다면 인성과 자기주도성 전공적합성 측면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