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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학생부 종합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독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의 테마는 서평입니다. 독서가 읽기 인풋의 영역이라면 서평은 쓰기 아웃풋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죠. 서울대에서 출간된 ‘논문 작성을 위한 스터디 독서’에서는 서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서평이란 책을 소개하고 책에 대하여 평가하는 글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서평은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려는 목적에서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담는 행위지요. 중학교 때까지 학생들이 썼던 독후 감상문이 자신의 느낌과 감상 위주로 썼다면 서평은 그보다는 객관적 입장에 서서 해설과 평가를 주로 하는 글입니다. 독후감은 “내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다”라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서평은 “이 책의 저자는 ~의도로 글을 썼으며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라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할 수 있겠죠. 독후감이 서평보다 더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평에는 모두 5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소개 서평입니다. 특정 책에 대한 홍보나 소개로서 예스24 등에 실린 출판사 서평 혹은 판매 담당자 MD의 서평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블로그에 올려진 네티즌들의 서평도 대부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해진 패턴이나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매력과 장점을 부단히 강조하면서 마지막에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는 식으로 매듭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더 노골적이 되면 책 광고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모든 서평에는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담겨 있다는 점(물론 이 책만은 절대 읽지 말아줘라는 의도에서 쓰는 서평도 있겠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입니다.)에서 소개 서평은 모든 서평의 기본이 된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해설 서평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해설과 평가는 서평의 양대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설 서평은 평가도 물론 포함되지만 평가보다는 책에서 다루는 개념이나 이론이나 키워드 등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행위, 즉 해설을 목적으로 합니다. 문학에서는 개념이나 이론보다 대개 작가와 작품의 배경 등에 대해서 설명조로 쓰게 되는 경우가 많죠. 서평은 책 내용 50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50 정도의 비율로 쓰는 게 평균적이라면 해설서평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보다는 책 내용에 대한 언급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봐야겠지요. 두껍고 어려운 책이라면 채프터 별로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하는 작업도 필요하니 분량 역시 소개 서평보다는 길어집니다.
결국 난이도 순서가 되는 것 같네요. 이제 세 번째. 해설 서평보다 조금 더 깊은 수준에서 책을 통찰하고 심도 있게 접근하면 그 때는 쟁점 서평이 됩니다. 쟁점 서평은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쟁점을 생각하고 쓴다는 점에서 논쟁적이 되기 쉽습니다. 작가와 책 때로는 사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쓰면서 논쟁을 야기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사진)에 대해서 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썼던 다음 서평을 보실까요?
“사람이 사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몇 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이라지만, 사람이 살고 죽는 일은 몹시도 미시적인 일이다. 인간은 더불어 비속한 동물이다. 만물의 영장, 지구를 지배하는 지적 생물, 종교적 입장에선 선택받은 자로 묘사되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1만년에 지나지 않으며, 그건 지구의 나이라고 알려진 45억년이나 한때 지구를 호령하던 공룡의 시대가 3억년 동안 계속된 것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라 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비속하다, 인류의 역사는 새 발의 피라는 표현 등을 써가며 공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첫 단락만 봐도 ‘인간은 왜 이리 건방진가?’ ‘인간은 뭐가 잘 났다고 왜 이리 기고만장한가?’ 라는 문제 제기를 잔뜩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이 글은 칼 세이건의 입을 빌려 한심한 인류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내용이 전개됩니다. 해설 서평이 책 내용에 대한 분석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많아야 한다면 쟁점 서평은 그 반대로 책 내용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그 생각과 느낌을 풀어가는 방식은 감정적이어서는 안 되고 논리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쟁점 서평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쟁점 서평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심화된 주제 서평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주제 서평은 책의 핵심 주제 혹은 책심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력적인 주제를 찾아 그 주제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과 견해를 피력하는 글입니다. 예를 들어 위의 쟁점 서평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인간 중심의 세계관의 문제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도출할 수 있겠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거로 칼 세이건의 책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제 서평은 한 권의 책이 아닌 여러 권의 책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한 관련 문헌(논문도 포함해서)들을 찾아보면서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길게 쓰면 그 주제 서평은 소논문이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비교 서평이 있습니다. 비교 서평은 책과 책을 비교하는 서평입니다. 즉 두 권 이상의 책이 텍스트로 활용이 됩니다. 코스모스를 우주를 다룬 브라이언 그린의 ‘엘리간트 유니버스’와 비교한다든지 칼 세이건의 다른 저서 예컨대 컨택트나 에덴의 용 등과 비교해서 쓴다면 훌륭한 비교 서평이 될 수 있습니다. 논술에서 비교하기에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죠, 마찬가지로 비교 서평을 쓸 때도 어떤 점에서 두 책이 비교 대상이 되었는지 서두에서 분명히 밝히고, 어떤 측면에서 두 책이 비슷하고 다른지 등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서평과는 조금 다르지만 북 에세이라는 형태의 글 쓰기도 있습니다. 북 에세이는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입니다. 책을 읽고 떠올랐던 단상들을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쓸 때 북 에세이가 될 수 있죠. 예를 들면 코스모스 우주의 질서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파니샤드의 브라흐만과 아트만(실제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 채프터 10 ‘영원의 벼랑 끝’에서 계층우주라는 개념을 소개할 때 동양 사상에서 바라 본 우주에 대한 언급을 합니다.)이 연상될 수가 있습니다. 대우주(브라흐만)와 소우주(아트만)의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우주의 근본 원리에 대한 탐구와 개인에 내재한 자아를 찾는 과정이 근본적으로 같다는 식으로 글을 쓴다면 멋진 북 에세이가 될 수 있겠죠. 비교 서평과 주제 서평이 단일 성조의 푸가 음악이라면 북 에세이는 다성 음악으로서 변주곡 같은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네요.
다음에는 이들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에 각론에 대해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학생부 종합을 위한 독서 특강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