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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대치동의 1타 컨설턴트 퍼스트 클래스의 조창훈 대표님의 기고로 찾아 뵙겠습니다.
세기의 바둑 대결은 알파고가 승리했지만 인간이 패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특히 기계같은 인간이 아닌 인간다운 인간을 위한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개혁 요구가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에 맞서는 무기는 도전과 창의였기 때문이지요.
사실 지난 3년간의 입시 담론은 너무 많은 요구조건을 수용해서 바뀐 건 부담만 늘었다는 불평을 갖게 했고 급기야 ‘학생부 종합전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했습니다. 계산해야 될 수가 많다고 돌을 던지자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저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비판의 이유가 마치 성장과 분배의 기계적 중립을 맞추려다 실패한 경제정책처럼 교육환경과 소질, 학습과정과 창의성이라는 함께 수용하기 어려운 짐을 오직 선발방식에만 지워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알파고가 교육계에 던진 과제는 수업혁신
알파고는 지식의 누적과 적용 즉 암기와 계산은 인간보다 우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의 뇌가 클라우드와 접속하는 트랜스 휴먼의 시대가 20년 남짓 남았다면 배워야 할 양을 얼마나 안 틀리고 견디느냐를 보여주는 객관식 시험이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교육은 지금보다 더 도전을 장려해야 됩니다. 지식의 습득이 아닌 활용이라는 목표정도로는 불철저합니다. 교육이 더 장려해야 할 것은 안 가르쳐 주는 것도 스스로 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창의성은 이런 도전적인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이런 태도를 장려하는 수업개혁이 일어나야 됩니다. 교육과정이 이렇게 바뀌었을 때 평가 또한 스스로 알고 싶은 것을 알아본 경험을 평가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해서도 못 미덥습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고 개정된 과정이 여전히 무엇을 가르칠 가에 중점을 둔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안 가르쳐주는 것을 스스로 알기 위해 노력하게 하려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도 바꿔야 됩니다. 즉 토의 토론과 실험 과제연구가 실질화되어야 됩니다. 또 어떻게 가르칠까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개혁해야 이루어집니다 수업을 혁신해도 평가가 그대로 지필평가라면 경험은 확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교육부도 중간·기말고사 같은 지필고사 대신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게 훈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진짜 평가하고 싶은 과정평가를 강화하는 조치이면서 내년에 발표될 내신 절대평가 시행에 따른 변별력 보완을 위한 조치라고 보입니다.
수행평가는 경험을 평가
안 가르쳐 주는 것을 스스로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구분해서 문제해결이 필요한 내용을 찾고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수행평가가 다룰 부분은 읽기가 아닌 쓰기, 듣기가 아닌 보기, 발표하기가 아닌 토의하기가 지금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만나 본 많은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에서 볼 것이 없다는 비판을 합니다. 학생의 발전하는 모습이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담겨있지 않는 이유는 고등학교에서의 수업형태가 지식전달과 암기 위주로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서 우수성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대학교 학생부 기록개선 방안팀의 제안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직 입학사정관과 교육청 장학사 현직교사로 구성된 이 팀의 제안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교과와 관련된 학생의 자율적 탐구가 기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과서와 수업을 통해 자율적으로 공부할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 자기주도적으로 연구하도록 장려하고 적극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 여러 지역에서 붐이 일고 있는 R & E 나 소논문과 같은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입니다.
R & E 나 소논문은 스펙 쌓기라는 비난에 앞서 학생의 변화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데 무용한 겉치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모 교육청이 학생들의 우수논문을 모은 성과집에는 아래와 같은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 청소년 모방소비 실태 및 영향요인 분석
*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교육비 지원의 현황 및 개선 방안
* 미래핵심역량 제고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질적 연구
*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가 카페인 음료 섭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진로선택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
물론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주제로 창의적인 생각을 펼쳐보는 경험이 가능했겠는가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학생부 기록개선 방안팀의 제안처럼 이런 類의 결과물은 교과와 연계된 적극적인 학습태도를 평가할 수 없고 학생의 준비과정이나 참여정도 그리고 후속활동과정에 대한 평가도 어려울 것입니다. 바람직한 것은 하고 싶은 이유가 과정 중에서 드러나는 결과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배운 내용에서 출발했기에 명확한 이유를 갖고 있고 시행착오의 기록도 담겨있는 수행평가 내용이 학생부에 기재되고 평가해야 될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도전과 창의가 교육과정과 평가과정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 중지를 모으고 노력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객관식 문제풀이는 알파고에게 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