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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대치동 다빈치학원 안선홍선생님의 철학올림피아드 대회 관련 기고문을 싣겠습니다. 안선홍선생님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다빈치학원에서 면접과 논술 및 철학올림피아드 수업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철학올림피아드는 어떤 대회인가
철학올림피아드는 널리 대중화되지 않은 경시대회여서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서는 철학올림피아드의 성격과 출제경향, 대비 방법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철학올림피아드는 한국철학회에서 개최하는 경시대회로, 국내 대회인 한국철학올림피아드(KPO)와 국제 대회인 국제철학올림피아드(IPO) 국내 예선대회로 구별된다. KPO는 다시 중등부와 고등부로 구분되어 시행된다.
철학올림피아드는 대개의 올림피아드 대회가 그렇듯이 국제올림피아드에 참가하기 위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철학올림피아드는 수학, 물리, 천문 등 여타의 올림피아드 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 국내대회와 국제대회가 연장선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 중 일부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출전하지만, 철학올림피아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내대회에서는 한국어로 출제되고 한국어로 답안을 작성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외국어로 출제되고 외국어로 답안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KPO와 IPO는 구분될 수밖에 없고, 지원자도 별도로 구분하여 응시하게 된다.
KPO 출제 경향
먼저 고등부 KPO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이 대회는 쉽게 말해서 논술시험이다. 시험문제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2014년 1월에 시행된 제21회 대회의 경우 논제(논술문제)는 다음과 같다. “다음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논술하시오. 단 이 글의 핵심 주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시오.” 그리고 ‘다음 글’에 해당하는 제시문을 하나 주는데, 분량은 A4 용지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제한 시간은 3시간이며, 분량은 제한이 없다.
이러한 출제 패턴은 매년 동일하고, 제시문의 내용만 바뀐다. 제시문은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을 주는데, 제시문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철학 지식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제21회 대회에 출제된 제시문은 미국의 철학자인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발췌되었다. 정의론의 내용을 알면 유리하겠지만 주어진 제시문을 잘 독해하면 쓰는 데 큰 장애는 없다.
KPO가 대학 논술시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학입학 논술시험의 경우 복수의 제시문을 주고 출제요구 사항에 맞춰 제한된 분량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반해 KPO는 그야말로 자유롭다. 다만 논제에서 요구하는 제시문을 옹호 또는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면 그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도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적절히 선정해서 내용구성을 해주면 된다. 자유로운 글쓰기에 능한 학생에게 유리한 것이 바로 KPO이다.
중등부 KPO 역시 자유로운 글쓰기 시험이다. 고등부와 차이는 제시문이 별도로 주어지지 않고 문제가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제21회 대회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다음 <물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논술하시오. 단 <조건>을 반드시 지키시오.”이다. 물음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이다. <조건>으로는 ①물음에 대해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표현된 자신의 대답, ②자신의 대답에 대한 근거 등을 요구한다. 따라서 주어진 문제의 물음에 맞추어 자유롭게 쓰면 된다. 매회 시험에서 물음의 내용만 달라지고 문제 패턴은 동일하다.
IPO 출제 경향
국내에서 개최되는 IPO 대회의 정확한 성격은 국제철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하기 위한 국가대표 선발시험이다. 2012년 1월에 개최된 문제를 보면, “철학적 주장이 담긴 아래 인용문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내용을 출발점으로 하여 철학적인 논의를 자유롭게 전개하되, 외국어(영어, 불어, 독어 중 하나)로 논술하시오.” 제시문으로는 베이컨, 키르케고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서에서 일부를 제시했다. 세 개의 제시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유롭게 쓰면 되지만, 제시문의 분량이 극히 짧아서(세 개의 제시문을 모두 합쳐도 A4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이들 철학자들의 배경지식이 없다면 논의를 전개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출제 유형은 실제 국제철학올림피아드에서 개최되는 형식과 동일하다. 따라서 IPO에 참가하려는 학생은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구비되어야 한다. 철학적 지식이나 소양이 강하게 요구되는 시험이 IPO이고, 앞서 밝혔듯이 외국어로 작문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 작문 실력은 필수적이다.
평가의 기준과 입상 사례
개최 주체인 한국철학회에서 밝히고 있는 평가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논리적 사고에 기초한 논변 구성 능력 40%, ②주제 선정 및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력 30%, ③창의적 사고 능력 20%, ④언어적 표현 능력 10% 등이다. 주제 선정이나 글쓰기가 대등하다면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셈이다. 이러한 평가 기준은 대다수의 대학이 밝히고 있는 논술의 평가 기준과 유사하다. 시상은 대상 1인, 금상 2인, 은상 3인, 동상 4인, 장려상 약간 명 등인데, 중등부 및 고등부 KPO와 IPO국내 예선대회에 각각 적용된다. IPO 국내 예선대회에 입상한 상위 2명(대상, 금상)은 5월경에 열리는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주최측에서 밝힌 평가 요소에 앞서 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면, 긴 글을 체계적으로 써내려 갈 만한 필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입상자의 답안을 보면 3시간 동안 고등부의 경우 통상 4천 자 이상을 쓴다. 이 정도의 긴 작문을 해내려면 얄팍한 글재주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자신이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독서력, 분명한 관점 등이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평소 많은 독서와 다양한 사고훈련이 축적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량이 많이 쌓여있는 대원외고·민사고·용인외대부고·천안북일고·청심국제고·하나고 등의 학생들이 철학올림피아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최 시기와 대비 방법
KPO의 경우는 1년에 두 번 개최된다. 매년 1월과 8월의 첫 번째 일요일에 시행된다. 오는 8월 2일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제24회 KPO 대회가 열린다. IPO 국내예선대회는 1월에 한 번만 개최되며, KPO와 같은 날짜와 시간에 시행되기 때문에 동시 응시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대회시기에 맞춰 대비 계획을 세워본다면, 입상 목표시기를 2학년말(1월)로 잡고, 그 전에는 적응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응시해볼 수 있다. 기출문제나 실전 모의문제를 바탕으로 글쓰기를 반복 훈련하고, 자신이 관심있는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독서가 있어야 한다. 쓸 수 있는 글감이 없는데, 억지로 글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IPO 국내 예선대회에 참가하려는 학생의 경우는 철학적 소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주요 철학자의 사상을 정리한 책을 선정해 읽어보거나 적절한 강의를 수강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 작문의 훈련은 당연히 병행되어야 한다.
금년 8월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KPO 대회가 개최되므로, 평소 철학적 사고와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도 확인해보고 입상까지 한다면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참가요령은 철학올림피아드 홈페이지(www.kpo.or.kr)에 상세히 나와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면 된다.
[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철학올림피아드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