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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11월 1일 발표된 서울대 2014 입시안에 대한 분석 기사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서울대의 입시안은 다른 사립대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입시와 공교육과 사교육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뉴스인데요. 2014 입시안은 그에 걸맞은 A 급 태풍, 그것도 태풍의 눈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바로 수시 일반 전형에서 수능 최저 등급의 폐지입니다.
일반 전형 중 미술대학과 체육교육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수능 최저가 폐지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수능 최저 등급은 자연계에서는 의예과를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았고 자유전공학부를 제외한 문과 학생들만 해당했습니다. 이제는 이과 뿐 아니라 문과 학생들도 수능 성적과 관계 없이 서울대에 입학할 길이 생긴 거죠.
물론 정시에서는 수능의 비중이 30%에서 60%로 대폭 강화됐는데 그 숫자가 문이과 합쳐서 552명에 불과합니다. 1200명을 넘겼던 지난 해 입시에 비하면 그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숨은 진실이 있습니다. 실제 지난 해 정시에서는 수시 이월인원까지 포함해서 전체의 43%에 해당하는 1423명을 선발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서울대도 충원 합격을 수시에서 실시하죠. 그렇게 될 경우 2014년에는 실질적으로는 정시 인원이 지난 해의 절반이 아닌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정부가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고 나서 바로 서울대가 응답을 한 것인데요, 사실 지균 전형에서 최저 등급도 2등급 2개 이상으로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수시에서 수능의 비중은 실질적으로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극단적으로 내신이 안 좋은 특목고생이나 재수생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최상위권 현역들은 서울대 수시에 올인하면서 입시를 수능 준비보다는 내신이나 비교과 준비에 더 신경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
그리고 또 한 가지 변화는 서울대 특기자 지금은 일반 전형에서 당락을 좌우하던 심층 면접의 본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문과는 영어 제시문과 국한문 혼용 제시문을 읽고 논술 문제를 구술로 풀던 방식과 이과는 수학과 과학 과목 중에서 선택해서 문제를 풀던 방식에서 탈피해 전공 적성과 전공 준비도 전공에 대한 열정을 묻는 면접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과의 경우 자연과학 대학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단과대학들은 전공 적성 면접만 치르든지 전공 적성을 주로 물으면서 학업 역량을 부분적으로 평가하는 식으로 구술 면접의 비중이 축소됩니다. 그리고 말 많고 탈 많던 경영대에서는 영어 제시문과 수학 문제 풀이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능은 더 이상 반영이 되지 않고 면접도 쉬워진다면 결국 당락은 서류와 내신에서 결정된다는 이야기겠죠. 특히 내신보다는 서류 평가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신은 어느 정도 자격 조건이 되는 것이고 결국은 서류를 통해 자신의 학업 능력과 지적 우수성과 전공 분야에 대한 준비도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비교과와 스펙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교과를 포함한 철저한 학생부 관리가 2014 서울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로 불리는 우수성 입증 자료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탐구 활동 실적과 교내 상, 선생님들의 세부 활동 평가 등이 내신 성적 이상으로 학업 능력을 보여주는 요소로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시에서 서울대 가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서 그만큼 관심도 줄 터인데 그래도 정시 분석을 해보지요. 탐구 과목에서 한국사가 필수가 되었고 인문계 학생으로 수학 B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가산점이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제 2 외국어 한문은 2등급 이상이면 만점을 주고 그 다음엔 등급이 내려갈 때마다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위상이 축소됩니다.
인문계 일부에서 치르는 정시 논술 고사는 5시간 3문제에서 4시간 2 문제로 바뀝니다. 결국 정시는 논술이나 내신보다 수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요. 이 사실을놓고 일부에서는 특목고와 자사고에게 유리한 입시 전형이고 특목고 입시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건 비약입니다.
정시의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수시가 강화되면 기본적으로 내신의 중요성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학부모가 특목고를 더 선호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문과든 이과든 서울대를 정시로 가려면 수능 성적이 전국 200등~300등 사이에 해당해야 합니다. 예전에 그 성적이면 충분히 서울대 법대와 의대에도 갈 수 있었겠죠. 그 정도로 서울대 정시의 문은 좁아졌습니다.
그동안 서울대 입시의 양 축이었던 수능과 구술 면접의 동시 약화를 가져 올 2014 서울대 입시안의 탄생 배경은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 맥락이 있다고 봅니다. 우선 수능의 변별력입니다. 수능이 쉬워지고 EBS 내신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능의 변별력을 더 이상 서울대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또 한 가지 여론입니다.
언론과 시민 단체는 서울대 구술이 대학 교재 수준에서 출제된다고 비판해 왔는데 결국에는 이들의 뜻대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구술이 또 다른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결국 서울대가 일반 전형의 면접 방식을 지균과 비슷하게 만든 요인이 되기 때문이지요.
연고대 등 다른 대학들의 입시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금 분위기로서는 이들 사립대들이 시대를 역행해 수능을 강화하거나 본고사형 문제 풀이에 가까운 논술을 강화하기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논술도 이제 정답이 있는 본고사 통합 논술에서 예전처럼 견해를 요구하는 인문 고전 논술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요. 사교육 완화, 입시 경쟁 완화가 대세인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대학도 이 흐름에 찬 물을 끼얹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www.shinwoosung.com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서울대는 더 이상 수능을 믿지 않는다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의 서울대 2014 입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