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심리학은 철학과 예술, 과학 사이에 존재하는 학문이다(2)
기사입력 2012.10.29 16:07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심리학자 장근영 박사(필명 싸이코 짱가)의 청소년을 위한 심리학 이야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장 박사는 연세대 심리학과 출신으로 영화와 게임 등의 대중 매체를 통해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블로그 ‘싸이크 짱가의 쪽방(http://jnga.blog.me)은 영화와 심리학을 좋아하는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입니다.

    Q. 심리학과를 입학사정관제로 지망하는 학생들이라면 관련 활동을 해야 하는데 장박사님께서는 어떤 활동을 추천해 주실 수 있는지요?

    A. 저에겐 영화를 보는 것도, 농촌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모두 심리학의 문제였습니다. 스크린에서 만나는 캐릭터는 잘 정리된 가설적인 인간형이고, 봉사활동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진짜 존재하는 사람인데 상당히 특이한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죠. 그 외에도 또래나 선후배들과 같이 팀으로 스터디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과의 교류 없이 혼자서만 생각하면 그 생각들은 결국 이상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라는 게 혼자 하는게 아니라 학자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서로의 생각을 교류하는 과정이거든요. 따라서 남과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Q. 심리학과에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어떤 학생들이 심리학과에 가면 좋을까요?
     
    A. 인간에 대한 관심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그 관심은 반드시 심리학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예술이나 철학이나 사회학, 아니 모든 인문사회과학은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니까요. 심리학은 개개인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호기심을 논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절합니다.


  • Q. 이번에는 논술에 관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연세대 논술의 경우 미국 심리학이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의 글이 제시문으로 실리기도 하고 몇 년 째 심리학 실험 데이터가 통계 자료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연세대가 유다른 편이지만 대학 논술 시험에서도 심리학 이론이나 서적이 제시문으로 쓰이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심리학 논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문제에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A. 심리학은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간에 대한 관심을 다른 군더더기 없이 간명한 의문과 그에 대한 가설로 풀어냅니다. 요즘 말로 돌직구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간단하게 핵심을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할수록 심리학적 저술들을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또한 심리학은 퍼즐 풀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나 창의성도 필요로 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좋은 실험들은 모두 창의적인 실험들이거든요.

    결국 창의성과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능력은 어디에나 필요하긴 합니다.

    Q. 심리학의 대척점을 사회학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리학은 경영학과 함께 대표적인 미국의 학문이고 구조나 사회적 문제보다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심리학에 대한 본격 비판서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부분을 긍정 심리학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 '긍정의 배신'이란 책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지요? 

    A. 심리학은 늘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제 보기에도 그게 심리학의 한계중 하나고요. 하지만 그만큼 개인차이를 보거나 개인 내의 미시적인 차이들을 분석하는 영역에서는 심리학 만한 것이 없습니다.

    긍정심리학의 일부 전제들은 심리학연구에 근거한 것이 맞습니다. 특히 Mindfullness에 관한 정신건강 분야의 연구들이나 Attitude에 관한 사회심리학 연구들이 중요한 근거죠. 하지만 거기까지이고 하나의 영역으로 긍정심리학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중에 나도는 긍정심리학에 대해서는 심리학이 아니라 그냥 주제파악 못한 훈장질이라고 봅니다.

    모든 인간은 가능한 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누군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입니다.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지 마음을 바꾸라고 하는 건 책임을 진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Q. 마지막으로 장박사님께서 왕따나 학교 폭력, 자퇴 등의 문제로 고민과 갈등을 많이 하고 있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치유의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A. 한국 사회는 갈수록 청소년들에게 비현실적인 기대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 공부하고 가장 일탈행위를 적게 하며 가장 규범을 잘 따르는 집단인데도 불구하고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죠. 청소년들조차도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고요. 그 결과 많은 문제들이 불거집니다.

    우선은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중 일부는 부모나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자기희생을 하며 제공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동시에 그 지나친 자기희생의 배후에는 비현실적인 기대도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야죠.

    결국 부모의 말을 따르되 전부 믿지는 마시고 자기가 알아서 갈 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세상은 험해보이지만 의외로 만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길이 보이게 되죠. 저 역시 학부시절에는 제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늘 의심했습니다. 지금 모습이 대단치는 않지만 이 정도도 꿈꾸지 못했죠.

    그저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하면서 흥미가 가는대로 읽어보고 따라해보다 보니 뭔가 길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www.shinwo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