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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마다 느끼는 일인데, 문과 특히 여학생의 경우 심리학과의 인기가 최고라는 사실이지요. 예전에는 여학생들은 신방과를 가장 선호했는데 지금은 심리학과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습니다. 경쟁률로나 입결(입시 결과)로나 심리학과는 최고 인기 학과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영화 평론가로도 유명한 장근영 박사(필명 싸이코 짱가)입니다. 장 박사님은 68년 생으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발달심리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를 마치셨습니다. 박사과정은 원래 발달심리학 전공으로 시작했는데 졸업논문은 온라인 게임의 한일 비교연구를 주제로 썼다고 합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 직간접적으로 사이버 공간 연구를 하고 있으며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심리학과 영화에 관한 칼럼과 몇 권의 스테디 셀러를 출간했습니다. 처음에는 <딴지일보>로 시작해서 지금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에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실린 자신의 재미있는 캐리커처를 직접 그릴 만큼 그림 솜씨도 출중한데요, 만화도 좋아해서 석사 마치고 그 분이 공부했던 연세대학교 심리학개론 책의 개정판 작업에 참여하면서 카툰을 많이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그게 평이 좋아서 연세대학교 학보인 <연세춘추> 만평연재부터 시작해서 각종 심리학책 일러스트를 그리고도 있다고 합니다. 그가 운영하는 ‘싸이크 짱가의 쪽방(http://jnga.blog.me)'은 영화와 심리학을 좋아하는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입니다.
Q. 청소년들 사이에서 심리학과가 최고 인기 학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렇게 심리학과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익숙하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존재는 다른 인간들입니다. 누구든 남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어있죠. 남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것, 이것이 심리학적 의문의 시작입니다. 즉, 우리는 누구나 심리학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며, 자기 스스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과학적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전부 심리학자들인 거죠. 원래 자기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은 관심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하고 쉬운 것에 대해서는 더 큰 의문을 가지지 않죠. 테니스를 쳐본 사람이 프로테니스 경기를 더 좋아하고, 야구를 해본 사람이 야구경기를 더 재미있게 봅니다. 심리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한번 씩은 가졌던 의문을 다루되,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그 의문에 접근하는 게 심리학이거든요. -
Q. 심리학이란 어떤 학문인지 저세히 말씀해 주시지요.
A.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을 “(과학이 아니라) 과학이 되고 싶어하는 열망”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제 보기에 심리학은 철학과 예술, 그리고 과학 사이에 존재하는 학문입니다. 어떻게 보자면 인문학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죠. 인간의 마음에는 이성적인 요소와 감성적인 요소가 공존합니다.
심리학은 이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하는 학문이죠. 그래서 문학, 예술, 사회, 정치, 심지어 자연과학 조차도 심리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연과학의 원리는 인간과 무관하지만, 인간이 왜 그런 원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는 심리학의 영역이거든요. 특히 사이버 공간은 자연과학과 인간의 마음이 직접 만나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눈과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우스 클릭하는 것 뿐이지만, 사실은 그 단순한 행동들을 통해서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실제로는 전부 인간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죠.
Q.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주로 책을 통해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들에게 권해주실 만한 힘리학 책들이 있다면 어떤 책들이 있으신지요?
A. 사실 요즘 심리학과에서 어떤 책을 읽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학부시절에는 교과서와 교양서가 모두 좋았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뉴런에서부터 망막과 뇌와 임상에 이르는 기초지식을 배웠고, 교양서로는 B.F. 스키너의 <월덴투>나 에릭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융의 <인간과 상징> 같은 책을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책들입니다. 물론 뒤의 두 책은 읽다가 너무 길어서 중도에 포기했고 나중에 캘빈S.홀이 쓴 <프로이트 심리학 입문>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만, 심리학사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면 그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학부시절에 괜찮은 심리학역사 책을 찾아다녔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한권 찾았죠. <현대심리학사> 라는 책입니다. 제가 쓴 <심리학 오디세이>의 주요 참고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심리학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거의 모든 기초지식이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Q.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박사님께서 심리학과를 전공으로 택하신 이유가 무엇이신지요? 25년을 공부하셨는데 지금은 만족하시는지요?
A.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왜들 이러나? 싶은 의문이 여러번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지거나 행동을 종종 하기도 했고요. 그게 제 심리학적 의문의 시작이었습니다. 원래 석사학위 논문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 심리학의 경우는 특히 그런데요. 제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자아중심성’ 인데 그게 제 문제였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만족합니다. 아쉬운 점은 제가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죠. 좀 더 깊이 들어가고 좀 더 틀이 잡힌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어야 했는데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걸 채우려면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죠.
다음 주에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www.shinwoo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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