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서울대 자소서는 한 편의 종합예술로 생각하라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06.18 16:03

신진상 신우성입시컨설팅 소장의 자소서 이야기 1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이제 수시 원서 접수가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대가 8월 16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하고 연대 고대 이대 등 주요사립대학들은 9월 6일부터 원서를 접수합니다. 입사제 전형이라고 해서 먼저 접수하는 게 아니라 동시 접수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17일 서울대 입시 지원 결과가 발표되면 서울 주요대의 수시 경쟁률이 예년에 비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약간의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입니다. 올해는 수시 6회 제한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기다리고 있죠. 무슨 대학, 어느 학과, 어떤 전형에 지원자가 몰릴지는 정말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 같은 묻지마 지원은 필패를 부를 수밖에 없는 나쁜 전략입니다. 6장의 카드를 도전-소신-안정을 골고루 활용해서 이른바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합니다. 물론 수능 끝나고 원서 접수가 이루어지는 몇몇 학교를 위해 모든 카드를 수시 1차에 써서는 안 되겠죠.

    오늘부터는 입사제 전형과 특기자 전형 등 소위 서류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소개서 작성법에 관한 이야기로 여러분께 찾아뵐까 합니다. 자소서 중에서 분량도 가장 길고 요구 조건도 가장 까다로운 서울대 자소서 작성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2013년도 서울대 자기소개서 항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단 2012학년도 자소서를 기준으로 말씀 드리지요. 서울대 수시 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신입니다.

    그 어떤 비교과, 스펙도 내신을 이길 수는 없죠.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학생부에 적힌 비교과일 것입니다. 내신과 비교과를 합쳐서 학생부라고 할 때 학생부가 으뜸이고 자소서는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학생부야 학생이 쓰는 게 아니니까 학생이 하는 작업 중에서 중요도를 따지면 자소서가 맨 위에 위치할 겁니다.

    서울대 자소서는 거의 대하소설급입니다. 한 항목 당 최소 1000자 이내로 5개 정도를 써야 하니 최대 7000자 이상의 분량이 나옵니다. 제가 지도한 서울대 합격생들은 자소서에만 거의 1주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서울대 자소서를 완성해서 그것을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대 이대에 맞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자소서를 씁니다.

    서울대를 1주일 안에 완성하면 나머지 대학들은 하루만 투자하면 자소서를 모조리 완성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자소서 항목들을 보실까요.

    1. 지원동기와 진로계획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기술하여 주십시오.
    ▶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0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2. 고등학교 재학 중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기술하여 주십시오.
    ▶ 고등학교 재학경험이 없거나, 졸업한 지 오래된 경우에는 최근 3년 간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하면 됩니다.
    ▶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0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3. 학내․외 활동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3개 이내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내용은 반드시 증빙서류를 첨부해야 합니다.
    ▶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각 활동별로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7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4. 다음 주제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자신의 장단점이나 특성·특별한 성장과정이나 가정환경(생활여건 등)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0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5.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순서대로 3권 이내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에 읽은 책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 ‘선정 이유’에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보다는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평가, 이 책이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면 됩니다.
    ▶ ‘선정 이유’는 각 도서별로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5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합니다.

  • 여기서 서울대만의 고유한 항목은 5번입니다. 다른 대학들은 책과 관련된 항목들이 없는데 서울대는 있습니다.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5번 항목에서 국문과 지원생이 어떤 시인의 시집을 골라 선정 이유를 썼다면 면접 때는 그 시인에 대해서 물어보거나 그 시집 중에서 암송하고 있는 시를 하나 그 자리에서 외워보라는 식으로 입박 면접을 치릅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2년 전 많이 언급했는데 너무 많은 지원자가 이 책을 선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불리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3권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정해진 원칙은 없지만 기둥이 되는 전공 관련 도서 한 권, 다른 영역에 관한 교양서,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명작 등으로 골고루 안배하시는 게 좋은 전략입니다.

    1번 지원 동기는 서울대가 수많은 전국 최우수 인재 중에서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객관적이면서 논리적인 언어로 설득하는 항목입니다. 자신의 우수성이 드러나야 하지만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학과와 그 우수성이 어떤 관계가 있어야 하는지도 밝혀져야 합니다. 이때 자신의 삶의 경험과 자신의 꿈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게 도움이 됩니다.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물과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어서 의예과에 지원하게 됐다는 식으로요. 

    그 다음 항목은 자신의 전공을 포함해서 그동안 공부한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 기술하는 항목입니다. 지적인 호기심과 열정을 드러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했다는 게 유리하겠죠. 그 과정을 정말 실감나고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쓰라는 요구조건은 적절한 에피소드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예를 들면 고등학교 심화과학반에서 어떤 실험과 관찰을 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어떤 고충과 어려움을 겪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실제 학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3번입니다. 활동 3개를 골라내서 700자 내외로 써야 합니다. 봉사, 동아리, 리더십을 다 보여주어야 하니까 그것이 쉽지 않죠. 교내 외가 섞이는 것이 좋겠고요. 이 항목은 그렇게 전공의 테두리에서만 갇혀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 의대에 합격한 제 제자는 인권위원회에서 뜻 깊은 체험을 함으로써 의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연결지었습니다. 4번 항목은 학생의 스토리, 컨셉을 보자는 겁니다. 키워드가 딱 드러나게 쓰는 게 좋죠. 자신의 컨셉은 소통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내용은 자신의 키워드가 왜 소통인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와 주변의 평가들이 들어가주면 좋을 것입니다.

    약간의 유머 감각을 발휘해 조금 인간미를 풍기는 것이 좋습니다. 한 학생은 주변에서 자신을 교수님 같다며 노인이라고 놀렸는데 동아리나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그 때문에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는 경우가 많아 좋았다는 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더군요. 지난 해 자유전공 합격생의 경우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서울대 자소서는 깁니다. 그리고 긴 만큼 내용도 풍성해야 하고 요구 조건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글도 고등학생 답게 잘 써야 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전공과의 관련성도 드러나면서 동시에 다른 영역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 자소서는 그 자체가 한 편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www.shinwo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