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잡상인식 스펙보다 결정적 한 방이 당락을 결정한다(3)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04.30 15:04

경제 영재 김민준씨의 서울대 특기자, 연대 창의 인재 동시 합격기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4월 중순 현재 아직 많은 학교들이 입시 요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6회 제한에 따른 지원자 감소 문제를 극복하고자 많은 학교들이 통합 전형이라는 다소 변칙적인 전형을 도입하려 했고 그것들 대부분이 대교협에서 허락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간적 지연이라고 하네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진다고 학생과 학부모만 죽어 난다고 합니다. 모 대학 입시설명회에서는 8월 입학사정관제와 9월 일반 수시를 8월말 통합해서 원서 접수를 받는다는 말도 나돌고 심지어 한 달에 걸쳐 전국을 순회하는 설명회에서 초반에 했던 내용과 후반에 했던 내용이 확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고 때로는 절망스럽다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처럼 준비가 오래 걸리는 전형들만큼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제가 신진상의 입학사정관제라는 코너에서 소개했던 한 학생의 서울대와 연세대 동시 합격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연세대 창의 인재 전형으로 경제학과를 서울대 특기자 전형으로 자유전공학부를 합격한 김민준 씨(대구 대륜고 졸)의 합격기입니다.

    김 씨는 EBS 공부의 왕도에도 출연을 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경제학 베스트 셀러도 내놓았지요. 그리고 조선 동아 매일 경제 한국 경제 등 다양한 언론과의 인터뷰로 유명해졌죠.

    텝스가 920점이며 양대 경제 스펙으로 불리는 테샛과 테스트에서 최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KDI 고교생 경제한마당 동상도 수상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가 선택한 학교는 서울대였습니다. 물론 이런 스펙 때문에 그가 합격한 것은 아닙니다. 짧은 지면 기사로는 담을 수 없던 합격의 비결과 구체적인 자소서 면접 대비법에 대해서 많은 정보들을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입니다.


  • Q. 서울대와 연세대 자소서에 담고자 했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요?

    A. 경제학을 중심점으로 삼아서 경제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이나 그러면서 생긴 기회 등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경제에 대해 막연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된 1학년 때부터, 그 때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언론에도 나오고, 블로그도 시작하고, 책도 쓰기도 한 2학년 때, 그리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제학'을 찾아가고 깊게 파헤친 3학년 때의 이야기를 문항에 맞춰서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창한 말을 쓰지 않으려 했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쓸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도 있지만, 모든 이야기를 담기 보다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들을 담고자 했습니다.

    Q. 경제학 서적 ‘청소년을 위한 만만한 경제학(지공신공)’을 썼는데 바쁜 와중에 책도 쓰고 내신도 관리하고 수능도 준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중학교를 졸업할 때 이미 수능 외국어를 거의 만점을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다른 학생에 비해 외국어에 투자할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에 책을 썼다고 하면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물론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방학 때를 이용하니 학업에 큰 지장을 주진 않았습니다.

    Q. 서울대 특기자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A. 사실 제대로 준비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학교는 학교 차원에서 모의 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지만 그렇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고액의 면접대비 학원에 갈 여건도 아니었고 그런 것이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입학전형에서 인성 면접이라고 하여 자기소개서를 다시 보는 등으로 대비를 했습니다만 당일 면접에서는 다른 학부처럼 완전히 수학이나 시사 문제는 아니었어도, 식물인간과 같은 삶이 의미있는 것인가와 관련해 삶의 의미에 대해 답하라는 질문이 나와 당황했습니다.

    자기소개서가 가짜라던가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인성면접이라면 딱히 크게 대비할 사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영학부 같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영어 제시문 등이 나오는 면접이라면 기출문제를 보면서 충분한 대비를 할 필요는 있습니다.

    Q. 자유전공 학부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어떤 학부인가요?

    A. 다른 대학의 자유전공학부는 대개 인문계면 인문계열 학과만 갈 수 있고 또 아예 학적 자체가 2학년 때 희망한 과로 바뀌기 때문에 사실상 학부라기보다는 2학년 때 타과로 전과할 수 있는 티켓을 주는 곳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졸업할 때도 자유전공학부로 남으며, 의대나 사범대 등 '자격증'이 문제가 되는 과 외에는 자유롭게 전공을 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없는 전공을 자기가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어 수학할 수 있는 학생설계전공제도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2009 첫 번째 신입생이 4학년이 되는 올해 모두 17명이 설계 전공을 밟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인재상은 Active learner 인데,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면서 탄탄한 학문적 기초를 갖추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는 학생을 원합니다. 또한 꼭 융합학문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기존에 있던 전공을 하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Q. 창의인재 전형과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A. 창의인재 전형은 로또성이 짙습니다. 내신, 수능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기회가 됩니다만 그것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지원하기 전에 생각했으면 합니다. 1차를 통과하는 것도 심각하게 어렵지만, 2차 면접에서 과연 1시간 동안 두 분의 교수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죠. 안 될 것 같으면 애초에 지원하지 않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창의인재의 전형료는 다른 전형과 비교할 때 부담이 많이 가는 편입니다. 1차에서 떨어지면 일부 환불을 받습니다만 그걸 생각해도 상당한 금액이고 애초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적, 정신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자원이 너무 많습니다. 제게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은, 2~3명의 정말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차라리 복권을 사든지, 그 돈으로 친구들이랑 맛있는 밥을 먹고 즐거운 추억을 쌓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메리트는 있지만 너무 힘든 전형이라 생각합니다. 창의 인재 말고 다른 전형에 집중하면서 한 번 지원하는 정도면 몰라도 여기에 모든 것을 거는 학생은 안일하다 못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특기자는 기본적으로 내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신이 어느 수준이 안 되면 어지간해서는 합격이 요원하다는 것은 기정 사실입니다. 내신 5등급, 6등급으로 서울대 붙은 학생들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입시판 전설입니다. 애초에 왜 그런 것이 전설이 되는 지를 생각하면 답은 뻔합니다. 우리 모두가 전설 속 신화 속 영웅은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학생이라면 학생다움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에게 대학이 완벽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어떤 것이든 성공하는 사람은 없을 뿐더러, 도리어 대학은 실수와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우는 지를 눈여겨봅니다.

    또 거창한 말을 써도 안 됩니다. 꿈은 커야 한다지만, 큰 말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이번에 서울대 특기자 전형이 일반 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학생다운 학생을 뽑을 것이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