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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2013 입시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대입 수시 6회 제한의 의미를 분석하는 글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까 합니다.
내년부터 수능이 수준별 시험으로 바뀌고 국어 탐구 과목 교과 과정도 바뀐다는 점도 큰 이슈겠지만 제가 볼 때 올 입시의 최대의 변수는 대입 수시 지원 횟수 제한일 겁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말씀 드리지요.
먼저 학원가 소식부터 전하겠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만나는 곳이 대치동과 재수생 종합반인데 재수생 학원은 대개 2월 중순 개강합니다. 대치동 학원들의 최대 대목은 겨울방학이고요.
두 곳 모두 학생과 상담하려는 학부모들로 바글바글해야 정상이죠. 그런데 상황이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재학생들이 다니는 대치동 보습학원이나 재수생들이 등록하는 재수종합반 학원이나 상황은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안 좋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 예를 들어 IMF 때도 사교육만큼은 잘 나갔고 그 직후부터 사교육 시장이 급성장한 것을 보면 경기와 사교육의 흥망성쇠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경기 침체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쉬운 수능도 전반적으로 학원들을 어렵게 만든 주요인일 겁니다. 수능의 쉬워지면서 재수생들이 재수를 해봐야 유리할 게 없다는, 수능 성적은 시간 투자가 아닌 어차피 당일 컨디션과 운의 결과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재수를 포기하고 그냥 자신이 합격한 학교에 등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이죠. 쉬운 수능은 재수 학원들에게 결정타를 안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그만큼 수시에 대한 부담과 관심이 동시에 늘어났는데 그렇다면 논술 학원이나 입학사정관제 컨설팅 업체들은 호황을 맞아야 하겠죠. 그런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치동의 논술 학원들은 대부분 원생의 감소를 고민합니다.
컨설팅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고요. 대치동 학원장이나 컨설팅 업체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 있습니다. “도대체 고 3은 어디가 있는 거야?”
저는 우스갯소리로 사교육 안 받고 그 시간에 봉사, 체험 학습 다니느라 바쁠 거라고 말합니다. 현 정부가 실시한 교육 정책 중에서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수능을 쉽게 EBS 교재에서 출제하기 등 두 가지는 IMF 때도 끄떡없었던 대치동 학원들과 지난 5년 동안 급성장했던 인강 사이트들을 휘청거리게 만든 것이죠. 이 정도 파급력은 아니지만 수시 6회 제한 또한 사교육에는 악재였다고 생각합니다. -
사교육 관계자들은 6회 제한은 사교육 시장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수시 횟수 제한에 찬성하는 여론이 많았고 고 3 학생과 학부모는 조금 달랐습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논술이든 뚜렷하게 잘 하는 것 없는 어중간한 중상위권 고 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명분은 있지만 이 제도의 도입이 왜 2013학년도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불만이 컸습니다.
결국 수시의 카드를 6개밖에 쓰지 못한다면 학생부 전형도 넣어 보고 입학사정관전형도 찔러보고 논술도 원서 내는 이런 식의 ‘묻지마 지원’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정시에 컨설팅을 하다보면서 느낀 겁니다.
정시 컨설팅은 수능 성적이 정식으로 나오고 원서 접수 직전, 즉 모의지원 등의 흐름, 즉 대세가 어느 정도 감지된 상태에서 쇄도하더군요. 그때까지는 행동하지 않는 관망세입니다. 이 비슷한 현상이 올 겨울방학 때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학부모들은 수능은 EBS에서 쉽게 낸다고 하니 수학 과외 외에 사교육에 대한 특별한 니즈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 자녀가 입사제로 갈지, 논술로 갈지, 외국어 우수자로 갈지를 지금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일단 지켜보고 있는 것이지요.
예전이라면 겨울 방학 때 논술도 준비하고 입사제 위해 스펙도 쌓고 외국어 우수자 전형 위해 텝스도 보고 했을 텐데 지금은 수능 중에서 수리 등 기본적인 공부에만 최소 투자한 뒤 3월 모의고사를 일단 보고 최종 결정은 6월 모평 이후 입사제든 논술이든 외국어든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들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은 전 6회 횟수 제한이 올해 정말 실시될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법상 1년 6개월 전에 공고가 됐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소송하면 교육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정부가 시행을 1년 미루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죠.
시행을 미루더라도 정부는 얻은 게 많습니다. 대입 수시 6회 제한이라는 카드를 미리 겨울 방학 전에 꺼냄으로써 학부모들의 ‘묻지마 사교육’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고 학원가 최대 시장인 겨울방학 시장을 초토화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도대체 고 3은 어디가 있는 거야?
쉬운 수능과 수시 6회 제한으로 죽 쑤는 대치동 학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