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수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학이 달라져야 한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2.19 15:38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16일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가 끝났습니다. 19일부터 21일까지 등록을 받고 22일부터는 추가 합격에 들어갑니다. 수시 전형에서 최저 등급이 없는 전형들은 그 전에 발표를 마쳤고 15일과 16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들이 발표를 마쳤지요.

    6개 대학 모두 합격한 학생도 이 기간 동안 단 한 곳만 등록을 해야하기에 거의 모든 대학에서 추가 합격 수요가 발생합니다. 서울대학이 가장 적고 연세대 대학 서열 순으로 등록자수가 떨어져서 대학들은 보통 3~4차례 추가 합격을 실시합니다. 많은 대학들이 추가 합격 대상자에게 예비 번호를 부여하지만 일부 대학들은 예비 번호 발표 없이 홈페이지에 추가 합격자 공지만 하는 경우 혹은 전화 연락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비 번호를 발표하지 않는 대학들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29일까지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홈페이지를 열어 보며 불합격이라는 통지를 확인하고 그때마다 절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은 왜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대학들이 학부모와 학생을 피를 말리려고 작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학들 중에서 예비 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대학들은 다음과 같은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실제 수시에서 미등록 충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인원을 정시로 이월시켜 정시에서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죠.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수시에서 뽑겠다고 한 만큼 그 인원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약속을 지키라고 정부는 수시 미등록 충원 기간을 설정한 것은 아닐까요? 수험생들은 처음에 발표된 수시 정시 비율에 맞춰 고등학교 3년을 대입 준비에 투자하는 만큼 애초의 약속은 꼭 자켜져야 합니다.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 수시에 관해 대학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수시 불합격자들에 대한 이유 설명입니다. 미국 대학들은 불합격 학생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간략히 어떤 이유에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제도가 도입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밴드 페이스북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낀 건데 수시에 대한 실제 고 3학부모들의 불만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지금 입시는 수시가 본선, 정시는 일종의 패자 부활전 성격으로 축소되었는데 본선인 수시가 아주 불공정한 제도라고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불신이 대단합니다. 특목고 자사고 강남권 학부모님들은 자신들이 내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강북 일반고나 지방 학부모들은 비교과 때문에 자신들이 차별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합격한 학부모나 불합격한 학부모 모두 도대체 무슨 이유로 붙고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합격한 학부모는 그저 기쁠 뿐이지만 불합격한 학부모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의 나락 속에서 고통받기까지 합니다. 내신도 좋고 비교과도 좋고 전공 준비도 열심히 했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한 학생이랍니다. 학교도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로 학교 선생님들도 합격을 보장했던 학생이었는데 막상 서울대에 떨어지면서 본노하는 한 학부모님을 지켜보면서 대학들은 이들의 분노와 절망을 달래고 위로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능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제도의 문제점은 심각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내가 떨어진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시가 수시에 비해 공정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요. 수시도 수시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단점(불확실성 불투명성 불공정성 저는 이를 수시의 3불이라 부르고 싶습니다)을 줄여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 뿐 아니라 논술 고사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합격자 발표만 할 게 아니라 지원자의 점수도 공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균이 몇 점이고 합격자 최종 컷(내신 포함)이 몇 점인데 지원자는 몇 점으로 불합격되셨습니다 이 통지서 하나 발송하는 데 뭔 비용과 노력이 들겠습니까? 이런 노력들을 안 하니 수시 논술 전형은 로또 전형이니 말들을 하면서 수시 전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전형이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기여입학제 등등)의심을 받게 되는 것 아닐까요?

    대학들도 학생과 학부모를 일종의 갑을 관계처럼 생각해 우리는 필요한 학생만 뽑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회적 책무를 다 하는 공익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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