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일본의 교육 개혁으로부터 배울 것은 없는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1.14 10:01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바다 건너 일본의 입시와 교육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일문과 출신으로 기자 시절에도 일본 출장을 단골로 갔고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 등 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의 대외 정치와 역사 그리고 일본의 경제와 문화를 분리해서 전자는 경계하고 조심하되 후자는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공동체 정신 등 그 외에도 우리가 일본에게서 배울 게 많은데 정말 배우고 싶지 않은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입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은 대부분 일본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정점은 지덕체 중에서 지 위주의 교육, 학력과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교육, 학벌 사회에서 기득권 네트워크에 편성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영수 어려운 문제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본고사가 아직도 있는 나라고요, 우리나라 수능 같은 센터 시험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학생들을 공부 공부에만 몰다 보니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자살 이지메 학생의 교사 폭력이 더 이상 뉴스조차 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요. 재수생(일본어로는 로닝)의 양산, 국영수 위주의 학원 및 과외 사교육은 일본의 과거이자 한국의 현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본이 변화의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입시 제도의 개선을 통해 교육을 바꾸고 일본의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일본의 센터시험이 2020년 1월로 폐지되는 것이 대표적 예죠. 「고등학교 기초학력 테스트(가칭)」과 「대학입학희망자 학력평가 테스트(가칭)」를 컴퓨터로 실시한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기초학력 테스트(가칭)」에서는 주로 기초학업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대학입학희망자 학력평가 테스트(가칭)」에서는 주로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의 판단기능을 평가합니다. 기존의 국·영·수 중심의 교과목 평가에서 다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로 전환을 지향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학생부 종합과 같은 AO(Admission Officer)제도를 대폭 늘릴 예정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대학은 명문 사학 게이오 대학입니다.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를 우리보다 먼저 2000년대 초반 시작했죠. 그러나 도쿄대 등 주요 국립대가 외면해 착근이 어려웠습니다. 2015년도 통계를 보면 100명을 기준 8.8 명이 AO 제도를 통해 대학에 입학합니다. 도쿄대 등의 국립대는 그 비율이 2.7%에 불과하고 사립대는 10% 수준입니다. 사립대학은 우리나라 학생부 교과 전형과 비슷한 추천 입시 제도로 40% 정도의 학생을 선발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정시는 일반 입시인데 그 비율은 50% 정도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도쿄대 교토대 등 국립 명문대들은 85%의 비율로 여전히 일반입시가 많습니다. 시험을 중시하는 국립대가 달라지지 않으면 일본의 입시 제도 개혁은 요원한 상황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지난 10월 일본의 문부성 산하 대학 입시 센터(우리로 치면 교육과정 평가원) 방문단이 서울대를 방문해 서울대 입시 제도해서 배워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듯이 일본도 한때 유도리 교육이라고 인성과 창의성교육을 강조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그러다 학력 저하를 문제 삼아 다시 시험 지옥으로 돌아가는가 했더니 다시 창의성 인성 등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의 자리를 중국에 넘겨주고 국가 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고령화 사회 탓도 있지만 다른 선진국과는 다른 입시와 경쟁 교육 탓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학생부 종합이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적어도 입시제도 만큼은 우리가 일본을 앞섰습니다.

    AO 제도가 늘어나면서 일본의 고등학교 현장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 동아리 활동이 강조되고 소논문 등의 연구 활동이 장려되고 있지요. 일본에서는 매년 11월 리서치 컵이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청소년 학술제가 열립니다. 문부성 후원으로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 대 대학생들이 단체를 만들어 관동 지방과 관서 지방으로 나누어 학교를 돌며 소논문 및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명문 고등학교인 도쿄대 사범대 부속학교의 경우 3시까지만 정규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동아리 운동 요리 농사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꿈과 끼를 발휘할 다양한 박람회가 마련되어 있고 고 3 때는 자신의 관심사를 갖고 졸업논문을 쓰도록 합니다. 자신이 쌍둥이이기에 쌍둥이에 대해서 연구를 한다든지, 자신이 키우는 감자에 대해서 연구한다든지 생활과 삶 속에서 소재를 찾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모든 노력들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일본의 AO는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보다는 한국의 학생부 종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시민 의식 공동체의식이 강한 나라여서인지 몰라도, 학생을 평가할 때 학생 뿐 아니라 학교와 학교에서 한 다양한 프로젝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좀 더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여기서 일본 교육 개혁이 AO를 중심으로 성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이죠. 제가 예전에 썼던 글에서 학생부 종합이 과연 학교 선생님의 열정과 노력 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을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 역시 이 질문이 유효합니다.

  • 예스 24 제공
    ▲ 예스 24 제공
    최근 글누림 출판사에서 출간된 ‘선생이 부서져 간다’(나카지마 가즈노리 저, 신현정 중부대 교수 옮김)라는 책을 보면 일본의 학교 선생님들도 우리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탈진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 책의 저자는 교원 전문 병원의 정신과 의사로서 신념과 열정으로 교사가 된 사람들조차 무책임해지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일본의 학교 현장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상처가 나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낫는 것처럼, 마음의 병에 걸린 교사들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상처가 아물었을 때, 그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늘날의 교사들이 상처 입고 출근거부증후군에 시달리며, 무기력해진 상황을 직시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마음의 병에 걸린 교사들이 치료를 받은 후 적절한 프로세스를 통해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려 하는 책입니다. 우리 나라 학교 선생님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은 책이지요. 

    이 책을 번역한 신현정 교수님은 일본에서 대학 교수 생활도 하셨고 일본의 진로 교육으로 박사 논문도 쓰셨습니다. 본인이 체험한 일본 교육의 장점에 대해서 묻자 일본 교육은 한국교육에 비해  매우 ‘친절하다’고 답하시더군요,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교들이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까지 도맡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대학교육의 경우, 1학년이 되면  노트 필기 방법이나 리포트 작성 요령은 물론, 교우관계와 같은 정신적 부분까지 학교는 세심한 케어를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 교수님에 따르면 학교의 기업화라고 합니다. 신 교수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일본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첫 번째 문제점은 ‘학교의 기업화’와 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학부모는 교육의 소비자로 선생은 교육의 공급자로 철저히 양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순수하게 교육적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소비자인 학부모와 기호에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날의 학교 교육은 소비자인 학부모의 기호를 절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존재하는 학교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어서 학부모가 요구하는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요구를 100% 수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특정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경우, 또는 미연에 방지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사에게 돌아가고 교사는 학부모와 사회 앞에서 ’자아비판‘을 받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아무리 훌륭한 교사라도 교육 현장을 스스로 떠나게 되거나 학교에서 강제로 퇴출당하게 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학부모들의 요구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교사들의 고충이 점점 더 극적으로 상충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본 교육이 친절한 이유가 있었네요. 기업의 서비스 정신이 학교에도 강요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죠. 그러면 학교 선생님은 학원 강사와 비슷해지는 거죠. 책에서 한 선생님의 고백이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젓가락 쥐는 법까지 가르쳐 달라는 소리를 듣는 직업이 현재의 교사들입니다. 과거에는 가정과 지역에서 일상적인 예의범절들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집단교육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보충해 나가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그 모든 것을 다 가르쳐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 때문만이 아니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우리도 점점 학교에서 해주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피로도 또한 늘어나고 있고요. “학교에만, 또는 교사에게만 모든 책무를 강요한다면 공교육은 쇠락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한 선생님의 주장은 일본의 이야기지만 우리도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