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학생부 종합과 특기자 전형은 함께 욕을 먹어야 하는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1.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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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조선 제공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허탈감 속에서 절망하고 계시지요. 이런 시점에서 교육과 입시 이야기를 하는 제가 미안할 정도입니다. 세상이 그래도 학생들은 공부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최순실 게이트 중에서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정치적 색깔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최순실 게이트 중에서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 입학 사실에 특히 분노를 하고 계십니다. 공정해야 할 입시에 부정이 개입되었으니 당연히 분개할 일입니다. 그러나 분개의 대상이 이 일과 관계된 인물을 넘어서 대학들의 서류 면접(즉 학생부 종합 전형과 특기자 전형) 자체를 부정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유라는 2015학년도 수시에 체육 특기자 전형으로 이대에 합격했죠. 많은 분들이 특기자 전형도 입학사정관 전형 아니냐는 주장을 하십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비판하시는 분들이 입사제가 지금은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때만큼은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특기자 전형은 복마전이고 비리의 온상이다. 따라서 학생부 종합 전형에도 문제가 있으니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이런 논리를 펴십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고 해서 학생부 종합 전형은 아닙니다. 많은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은 입학사정관(교수 사정관 포함), 특기자 전형은 입학사정관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교수님들이 평가를 주도하십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평가한다는 공통점만 있고 차이점이 더 많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평가의 주체가 다르지요. 그에 따라 평가 방식도 다르고 평가하는 내용도 다릅니다. 준비하는 학생도 완전히 다릅니다. 학생부 종합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며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들이고요,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학교 바깥에서 스펙을 쌓은 학생들입니다. 학생 입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도 다릅니다. 학생부 종합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고 3이 되어서 자소서를 쓰기 전까지 준비할 것은 학교 생활 외에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성과 또는 스펙을 준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교육의 도움을 필수적으로 받습니다.

    이대 체육 특기자 전형을 살펴 볼까요? 이대 같은 경우는 학생부 종합에서 요구하는 자소서도 받지 않습니다. 증빙 서류와 활동 실적 보고서를 받습니다. 다른 대학도 비슷합니다. 체육 특기자 전형에서 일부 대학들은 자소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소서에서 평가하는 내용은 학생부 종합과 다릅니다. 학생부 종합처럼 과정과 그 과정으로부터 배우고 느낀 점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실적과 결과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자소서나 학생부보다 업적이나 결과, 대회 입상 기록 등이 더 중요한 거지요.  

    학생부 종합과 특기자 전형의 또 다른 차이는 특기자 전형의 합격에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한 두 가지로 한정되지만 학생부 종합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특기자 전형은 특기만 있으면 학교 생활을 대충 하거나 학교 생활 중에 큰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선발을 합니다. 그러나 학생부 종합은 기본적으로 학교 생활이 먼저입니다. 학교 생활을 충실하게 한 학생 중에서 전공 적합적인 노력과 잠재력이 있는 한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유라처럼 결석 일수가 150일에 가까운 학생이 있다면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을 받아도 선발되기 어려운 것이 학생부 종합 전형입니다. 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전에 학생이 되어야 하라고 학생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제도가 학생부 종합이죠. 아마 이런 현실을 알았기 때문에 정유라와 최순실 모녀는 빈 틈으로 특기자 전형을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기자 전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비슷한, 하지만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학생부 종합 전형에까지 욕을 하거나 분노하는 것보다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합니다. 특기자 전형에서 학교 생활의 성실성을 조금 더 보는 방식이나 특기자 전형 자체를 학생부 종합 전형에 흡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고 공교육 활성화에 기여하는 조치가 아닐까요? 운동 선수들도 학교 공부를 해야죠. 정상적으로 등교해서 수업도 다 듣고 방과 후에 자신의 운동을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이런 학생들은 특기자 전형 아니라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도 자신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물론 특기자 전형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가야만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과학 인재 전형입니다. 과고 영재고 학생들이나 컴퓨터에 천재적 소질이 있는 일반고 학생들은 특기자 전형으로 수능과 같은 소모적인 공부를 하지 않고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이롭고 국가 경쟁력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로지 실적과 특기만 보는 특기자 전형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를 뺨 칠 정도의 능력을 갖춘 학생이라도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합니다. 특기자 전형이 앞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실적 외에 출결 사항을 포함해 학생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일종의 수능 최저 등급처럼 학생부 최저를 도입해서 기본적인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특기를 보여준 학생을 선발하도록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유라 같은 경우는 서류 점수는 낮았지만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면접 때 교수들에게 이 학생은 뽑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니 개탄할 일이지요.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렇다고 면접을 없애야 하나요? 이대만의 일, 그것도 이대 체육 특기자 면접에서 있었던 이 일 갖고 마치 모든 특기자 전형의 면접에 부정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만약에 마음만 먹었다면 정유라는 수시 뿐 아니라 실기가 반영되는 정시든 대학별 고사가 치러지는 전형에서든 얼마든지 이대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 권력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면접에 부정이 있었다면 철저하게 조사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면 될 일이고 이 일을 계기로 대학들도 면접 평가에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이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지난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를 유출해서 수업 시간에 이야기했던 스타 강사가 구속되기도 했는데, 이 일로 수능에 문제가 있으니 수능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저는 학생부 종합이 금수저 전형, 특목고 자사고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현실을 일부는 수긍합니다. 특기자 전형은 금수저 전형에 가깝고 특목고 자사고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정유라 모녀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편승해 그 분노를 특기자 전형 전체로 확산시키고 그것을 넘어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부정과 비리가 통하는 현대판 음서제처럼 폄훼하는 시도는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세력들의 대단히 비교육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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