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학교 선생님의 열정 없는 학생부 종합은 가능한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1.01 10:42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저는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의왕고에서 선생님 대상 특강을 가졌습니다.

    경기 의왕고는 자율형 공립고입니다. 소위 자공고라 불리는 학교죠. 자사고처럼 학교 프로그램의 편성 자율권이 보장되는데 학교가 공립이란 점이 다르지요. 학교 선생님 대상 설명회에 가보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관심은 연령대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특강을 한 의왕고는 제가 지금까지 만난 학교 선생님 중 가장 학생부 종합 전형에 관심과 열정이 많은 학교였습니다. 젊은 선생님들은 사실 자녀가 없거나 어려서 남의 일 같을 거라 느낄 수밖에 없는데 단 한 분도 졸거나 중간에 나가신 분이 안 계셨습니다. 나이와 과목과 맡고 계신 학년에 관계 없이 열정과 관심을 갖고 제 강연회에 임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필기하실 때는 학생들이 생각났고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젊은 여선생님들의 표정은 학부모 설명회에서 자식을 떠올리며 듣는 학부모님들의 얼굴 그대로였거든요.  

    저는 설명회를 하면서 수시로 학교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하는 편입니다. 학생부 종합은 사실 사교육에서 해줄 것은 거의 없고 학교 특히 담임 선생님들의 열정이 없다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무엇이 궁금할까 저는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의왕고는 그동안 정시와 수시 논술 전형 위주로 주요대 실적이 있다 보니 다양한 학교의 학생부 종합 사례가 궁금하다는 질문, 민사고 대원외고 하나고 등 수시 실적이 좋은 특목고는 생기부를 어떻게 적어주는지 궁금하다는 내용, 고등학교에서 전공적합성을 어떻게 키워주어야 하느냐는 고민, 잠재력 발전 가능성이 중요해진다고 하는데 도대체 대학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질문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습니다. 선생님들의 관심사는 저의 관심사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준비된 답변들을 들려드리며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을 만날 때 느끼는 거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은 선생님들에게 양가적 감정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분명 학생들이 사교육보다는 학교를 믿고 학교 생활에 성실히 임한다는 점 그리고 교권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데, 문제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는 거죠. 특히 고 3 담임 선생님은 1년치 생기부를 한 학기에 다 쓰고 게다다 자소서 첨삭에 추천서 작성까지 정말 힘드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공립학교 그리고 젊은 선생님들이 학생부 종합 전형에 아주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교육 현장에 있다 보니 다양한 지역 다양한 유형의 학교 학생들의 학생부를 많이 보게 됩니다. 저는 이날 세부 능력 특기 사항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추정하는 서울대학교의 학업 역량에 관한 서류 평가 방식은 다음과 같다고 했죠. 학생의 교과 성적(평균 표준편차 등급 이수자 수 과목의 난이도 전공 관련 과목 성취도 등 종합적)을 보고 관련 교내상을 고려(교과성적은 별로인데 학교 교내상이 있을 경우 등등)한 뒤 세특을 정말 꼼꼼히 보는 것 같습니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그 학교의 다른 학생의 학생부를 보면 다른 학생들과 똑 같은 내용으로 써주었는지 이 학생만의 차별화된 내용이 들어갔는지 충분히 검증이 될 것 같습니다. 1~3등급, 4~6등급 등 등급 별로 끊어서 똑 같은 내용을 써주는 학교들은 굉장히 불리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도 학생부를 학기 말 혹은 학년말에 몰아서 적지 말고 평소 꾸준히 메모하고 관찰해 두었다가 그걸 바탕으로 적으라고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학생부를 이원화해서 교사용과 대학과 학생이 보는 공식용으로 나눠, 일종에 교사용은 마치 교사용 해설서처럼 다양한 사례들과 가이드도 제공해주면서 분량 제한 없이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론에 공개된 인터뷰를 보더라도 세특에서 서울대 입사관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이 학생이 무엇에 강점이 있고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 학생 개인의 정보를 많이 달라는 말이고 서울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듯 합니다. 

    전공적합성은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과 대학의 학과가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사실 전공적합성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에서 더욱 강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는 과도기로서 공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교육 컨설팅 영역에 남아 있는 건데, 경기도 교육청이 주도하는 예비대학이 저는 공교육에서 대학이 원하는 전공적합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교육 유발 요소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과목을 미리 이수하거나 대학의 전공 기초 강좌 혹은 다양한 활동(연구) 등을 대학 주도로 하게 함으로써 전공적합성을 공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시도죠. 사교육 현장에 있지만 저는 그 시도를 아주 긍정적으로 봅니다.

    발전 가능성은 결국 성장의 향상도와 교과 심화 독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더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수긍하셨습니다. 한 학생의 과목 성취도가 상승하고 그에 걸맞게 학교 공부의 연장 선상에서 관련 독서를 하면 대학은 발전 가능성에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했죠. 서울대와 기타대의 차이를 여기서 강조했어요. 서울대는 교과성적-교내상-세특까지 본 뒤 독서 활동을 본다. 그래서 지적 심화를 평가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다른 대학들은 세특에서 멈추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평가 인력, 입사관 숫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을 취지에 맞게 운영하려면 그 학생의 지적 심화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세대를 포함해서 서울 주요 6개 대학은 2018년도부터는 전형 요소와 평가 기준을 통일한다고 밝혔습니다. 학업 역량, 전공적합성, 인성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새로 추가된 요소는 발전 가능성입니다. 물론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학교도 있었지요. 이들 대학들이 발전 가능성을 본다면 결국 세특 다음에 독서 활동을 보며 이 학생의 미래를 엿볼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민사고의 사제동행 독서 프로그램 이야기도 하며 서울대 학생들의 독서 활동 자소서 사례들을 보여드릴 때는 많은 분들이 감동을 받으시더군요. 저의 설명회는 그 대상이 학생이든 학부모든 선생님이든 언제나 기승전 독서입니다. 설명회를 마치고 제 설명회 중에서 독서 부분이 가장 좋았다는 선생님들의 반응을 보며 독서 교육은 학교 선생님들의 열정을 더욱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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