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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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S24 제공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과학 책 서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순수 과학 이야기입니다.

    다음 자소서를 보실까요?

    사례 1)
    현대의학과 신약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은 어머니의 림프종양의 치료였습니다. (중략) 척수신경손상과 신체절단 및 희귀난병으로 장애를 입었지만 희망을 놓지않고 재활의지로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재생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교수의 ips세포(인공다능성줄기세포)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되면서 흥미진진한 줄기세포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서울대 의대 합격생으로서 자소서 1번 학업에 기울인 노력에 일본어 공부한 내용을 적었습니다. 어머님의 림프 종양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야마나카 교수의 논문을 원문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일본어 공부를 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국내에는 야마나카 교수의 자서전(자서전보다는 자전적 에세이가 더 적합하겠네요.) ‘가능성의 발견’이 2013년 도서출판 해나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책과 살림 지식 총서로 2010년 출간된 ‘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김범성)’라는 책을 묶어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2015년까지 노벨 과학상을 받은 일본인은 무려 21명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거의 해마다 노벨 수상자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노벨 생리의학생에 집중되었다면 지금은 화학상 물리학상 등 거의 과학 전 분야에서 수상자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2012년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의 ips(인공다능성줄기세포)의 발견은 획기적이고 극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추천사를 쓴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야나마카 교수는 분화된 체세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iPS 세포를 만듦으로써, 기존 상식을 크게 뒤엎는 발견을 하였다”고 그의 업적을 평가했습니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첫 번째 직업은 정형외과 의사였다고 하지요. 그러나 남들이 20분만에 하는 수술을 혼자 끙끙 대며 2시간이나 걸려서 하는 걸 보고 자신의 적성이 외과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쳤다고 합니다. 당시 별명이 ‘자마나카’(걸림돌을 뜻하는 비슷한 발음의 일본어)였을 정도니까요.

    “아무 것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구가 하고 싶습니다!” 기초의학으로 진로를 변경할 때 대학원 입시 면접에서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직한 장인 정신으로 연구에 매진해 마침내 노벨 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그를 아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존경할 정도로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공부만 하는 범생이가 아니라 학창 시절에는 SF 소설에 탐독했으며, 밴드부에서 연주를, 유도와 럭비 같은 격렬한 스포츠를 즐겼다고 합니다. 일본 최고의 포크 록 그룹으로 불리는 가쿠야히메의 히트 곡들을 연주했다고 하는군요. 책에 보면 40대 후반에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일화도 등장합니다. 당시 기록이 20대 때 기록보다 더 좋았다고 하지요. 체세포만 거꾸로 돌린 게 아니라 나이도 거꾸로 먹은 셈입니다.

    연구에 대한 그 분의 철학과 겸손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혼자 잘 나서 노벨상을 받은 게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더군요. 그에 따르면 “연구는 다수의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는 이어달리기와 같다”고 합니다. 이공계 연구에 대해서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요?

    체세포를 초기화해서 ES 세포 같은 세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는 정말 쉽게 비유를 들어 설명을 하시더군요. 이렇게 비유합니다. 교토를 복제해서 그대로 만드는 법을 다룬 책이 필요하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설계도 책자 하나에 책 갈피가 여러 개인 경우와 다른 한 가지는 설계도에서 필요한 부분만 담당자에게 복사해주는 방식이죠. 책에 따르면 전자의 방식이 우리 몸의 세포에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 속에서 이 문장이 참 와닿았습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은 결국은 실현된다.”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그 많은 실패를 겪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인간 iPS 세포의 개발과 재생 의학의 본격적인 태동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이제 마지막으로 왜 이렇게 일본이 많은 노벨과학상을 탈 수 있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살림출판사 지식총서 ‘어떻게 일본 과학은 노벨상을 탔는가’의 저자인 김범성(일본 히로시마공업대학 환경학부 조교수)는 도쿄와 교토 외에 나고야, 센다이, 쓰쿠바,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전국에 걸쳐 연구 거점이 일찍부터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2000년도 이후에는 도쿄 공대, 도호쿠 대학, 나고야 대학 등 우리로 치면 비명문대학에서 수상자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우리처럼 서울에 모든 연구 역량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죠. 아마 우리 역시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카이스트 연구 단지를 대전에 구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한 가지 이유는 역사적 요인으로서 서구가 만든 과학의 표준을 가장 빨리 자신들의 표준으로서 받아들임으로써, 비서구 국가로는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던 요인을 들고 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서양의 과학을 일본에 이식하는 데 집중했고 그 전략이 성공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일본의 과학 수준은 세계최고인데 분자 단위에서 생물을 연구하는 화학과 생물학의 융합 학문 등 서구와 격차가 적은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것도 일본 과학의 오늘을 만든 비결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까요? 노벨상이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을 모두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21대 0이라는 스코어는 한국과 일본의 다른 분야에서 격차를 생각하면 창피하고 치욕적인 수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서 빨리 득점을 해서 역전승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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