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학생부 종합은 자기 고백적 글쓰기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4.26 10:01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글쓰기, 그 중에서도 학생부 종합에서 필요한 글쓰기에 대해서 말씀 드리지요. 글쓰기의 대명사라 부를 수 있는 논술형 글쓰기와 차이점과 공통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논술은 흔히들 비판적 글쓰기와 설명적 글쓰기의 결합이라고 합니다. 어떤 주장을 제기하고 그 주장에 근거를 대는 측면에서 비판적 글쓰기라 부를 수 있고, 어떤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적 글쓰기의 기술이 필요하지요. 이런 설명적이자 비판적 글쓰기는 객관적 글쓰기로서, 잘 쓰고 못 쓰고 기준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내가 개념을 잘못 이해했거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를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찾아서 고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분명 발전이 있습니다. 논술에서 첨삭은 글쓰기 능력 자체를 키워주는 게 아니라 생각과 개념의 오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객관적 글쓰기에는 객관적이고도 절대적인 수준과 경지가 있어서 그 경지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논술이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다는 건 이처럼 첨삭에서 사교육의 도움이 분명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글쓰기에는 비판적 설명적 글쓰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객관적 글쓰기의 영역 반대 편에는 묘사적 글쓰기, 고백적 글쓰기, 창의적 글쓰기 같은 주관적 글쓰기가 존재합니다. 학생부 종합에서 필요한 글쓰기는 자소서, 서평, 보고서처럼 자신의 주관이 강하게 드러나는 글들입니다. 논술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것이지요. 아니 독자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라는 점에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과 비슷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이런 주관적 글쓰기에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논리성 못지않게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자세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알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능력은 누군가 자신의 글을 고쳐 줌으로써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퇴화합니다. 정답은 바로 자신에게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느끼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적어보는 과정이 누적적으로 쌓이면 이런 자기 고백적 글쓰기 역량이 발전하는 겁니다.

    주관적 글쓰기에 논술에서 첨삭처럼 자신이 아닌 타인의 생각과 느낌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글에서 글쓴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느껴지는 겁니다.  청소년기 성장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내면의 혼돈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완성된 인간으로서 삶을 관조하고 반추하는 30대~40대가 느껴집니다. 내가 청소년이 아닌 어른을 글로 만나고 있다? 이렇게 느끼면 자기고백적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진정성이 한 방에 무너지는 겁니다.

    자기고백적 글쓰기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개입되면 글을 대하는 태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누가 자신의 글을 고쳐주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그 순간부터 선생님이 고쳐줄 것이라 기대하고 생각을 적당히 하고 느낌을 대충 담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잡아주고 고쳐준 글을 자신의 글이라 착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만큼 발전한 것으로 믿고 실제 자신을 발전시킬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될 수 있지요. 

    결론을 말씀 드리면 논술과 달리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써야 할 수많은 글들, 예컨대 서평 독후감 활동 보고서 자기소개서 등등,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혀지는 수많은 글들은 자기 생각과 느낌이 오롯이 드러나야 하는 주관적 글쓰기입니다. 자신을 숨기는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입니다. 자신이 아닌 타인이 개입하면 그 때 나는 사라지고 가짜 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글을 통해 글쓴이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 그것은 학생부 종합에서 최대의 비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