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중학생을 위한 서울대 자소서 독서활동의 진실 (2)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5.03.16 09:16
  • 안녕하세요, 신진상 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독서 전문가로서 온라인 국어, 영어 독해력 교정 훈련 사이트 스터디포스(www.studyforce.co.kr) 지슬기 팀장님과 인터뷰를 싣겠습니다. 지난 번에는 서울대 자소서에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책 20권의 리스트를 중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중학생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입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 문 : 중학생을 위한 독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학생 시기에서는 책을 정말 따분해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중학생들을 책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답 : 재미없는 것을 좋아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왜 책을 재미없어 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그건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청소년용 ‘토지’가 나왔다고 해서 아이들이 최참판댁의 몰락 과정에서 닥치는 가난과 혹독한 추위를 공감할 수는 없다는 말이죠.
    책을 무조건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읽는 것이지요. 무심결 흘려들은 사랑 노래의 가사가 실연을 겪고 나면 가슴을 요동치게 하듯, 학생들도 ‘어느 날’ 책 속의 ‘어떤 말’을 이해하는 순간이 옵니다. 바로 그 때, 섬세한 감수성과 지적 통찰력의 물꼬가 트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준비해야 할 건, 아이가 언제든 책에 대해 물어올 때 다정하게 공감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일테죠.

    문 : 중학교 시절은 특히 책 읽는 방법과 습관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독서전문가로서 중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 읽는 방법에 대해서 추천해 주시지요.

    답 : 우선 짧은 책을 골라 쉬지 않고 읽어보는 겁니다. 스스로 뿌듯함이 들어야해요. 그 다음은 책을 일기장처럼 여기는 겁니다. 흔히 우리는 책을 읽다가 멈췄을 때 책의 모서리를 접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눈으로 대충 훑고 지나쳐버립니다.
    이제부터는 책의 모서리를 편하게 접어보세요. 그리고 이해가 안 가는 대목엔 인덱스 스티커도 붙이세요.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인덱스 스티커가 책에 남아있지 않아야 하겠죠.
    책 읽기 전 딱 하나 자신과 약속하세요. “모르는 걸 모른 채 넘어가지 않겠다.”

    문 : 학창 시절에 하루에 2~3권을 읽을 정도로 유명한 책벌레라고 소문이 자자했다고 하는데요, 본인의 중학교 시절의 독서 경험과 편력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지요.

    답 : 저는 책과 영화 속 세상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녔습니다. 빛이 바래 누르스름해진 책장을 넘길 때 나는 특유의 책 내음이 저의 기쁨이었죠.
    전 소설광이었습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노프의 죄여오는 고립에 함께 고통스러웠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의 주인공과 함께 소시민으로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말이죠.  아무래도 당시 저의 취향은 타인의 감정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연극에 빠져들었고 <세 자매>의 이리나가 되어보기도 했고 <생쥐와 인간>의 컬리의 처가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움도 참 많이 남습니다. 문학에만 빠져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인문, 자연과학 분야를 깊이 파고들지 못했어요. 성인이 된 지금 부랴부랴 빠져보고 있는데 생활 속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제가 앞서 그토록 다양한 분야를 접하길 권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던 겁니다.

    문 : 책을 읽은 다음에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독후활동이 있을 겁니다. 지팀장님은 중학생들에게는 어떤 독후활동을 추천해 주시는지요?

    답 : 학생들이 독후감을 쓸 때 무엇이 가장 어려울까요?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과 느낀 점을 쓰는 것입니다. 전부 다 어렵다는 거죠.
    책을 덮기 전 책의 내용을 머릿 속으로 키워드화 하는 연습을 하세요. 그리고 한 두 문장으로 정리해두시길 바랍니다.
    소설 속에서 언급된 음악이라든지 책, 과학자, 영화 제목 등 다양한 소재들을 적어두었다가 조사해보고, 아차 ‘조사’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할 테니  ‘검색’해보길 바랍니다. 정보가 꼬리의 꼬리를 물어 시간가는 줄 모르는 어떤 날이 올 겁니다. ‘앎’의 기쁨을 깨닫는 날이죠.
    또 하나, 필사를 권장합니다. 좋은 서평을 찾아 따라 써보는 것이지요. 자칫하면 타인의 말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할 수가 있으므로 몇 차례 따라 써본 뒤에는 큰 키워드만 남기고 외워서 쓰세요. 글이 막힌다 하더라도 가급적 그 서평을 들여다보지 않아야 합니다. 그 후에는 필사했던 내용을 모두 자신의 언어로 모두 바꿔 쓰세요. 이 때,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체크해뒀다가 자신의 생각으로 바꿔보세요. 필사를 통한 서평쓰기가 체화된다면 자신만의 독후감 쓰기도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수월해짐을 느꼈다면 이젠 느낀 점에 더욱 집중하며 써보세요.

    문 : 중학생 시기는 독서 외에도 영화 다큐 등으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 매체 언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지팀장님은 중학생들에게 독서 외에 영화 다큐 등으로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지요.

    답 : 이제부터 추천할 영화는 영화광, 제 친오빠가 제게 권했던 영화입니다. 바로 ‘조찬클럽(The Breakfast Club, 1985)’입니다.
    ‘조찬클럽‘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문제아 5명이 벌을 받기위해 도서관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바로 ’토요일 수업‘으로 자신에 대한 에세이 쓰기입니다. 승부에 집착하는 레슬링선수 앤디,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기도했던 천재 브라이언, 폭력배 벤더, 일부러 이상 성격을 보이는 앨리슨, 쇼핑중독증 클레어까지 이 개성강한 집단의 아이들은 예상한 대로 처음에는 갈등을 빚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며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어른들이 그들을 교화하는 게 아닌 스스로 그들이 갈등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청소년기는 누구나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평범‘하지 않은 시기라는 점에서, 비록 영화의 주인공이 일진(bully)들 이지만 청소년 누구나 공감하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1980년대 영화 하나 더 추천하지요. 청소년 영화의 탈을 쓴 어른들의 영화 ‘Big’입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지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3살 조쉬는 우연히 축제에서 ‘졸타’라는 기계에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소원을 빌고 다음 날 정말 30세 어른으로 변해버립니다. 조쉬를 알아볼 리 없는 조쉬의 가족들은 그를 강도로 오인해 쫒아내고, 갈 곳없는 조쉬는 완구회사에 취직합니다. 13살의 눈으로 기획한 장난감들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조쉬는 승승장구하며 심지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13살인 조쉬는 결국 친구들과 가족들을 그리워하게 되지요.
    주말 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뒤 학생과 부모님 모두 모여 함께 보았으면 합니다.
    다큐도 하나 추천해드려야죠.
    데이비드 크리스찬의 TED강연 영상인 ‘Big History’입니다. 스크램블 에그가 달걀로 돌아가는 영상으로 시작되는 이 15분간의 강연은 빅뱅과 우주의 탄생, 항성, 생물, 인간, 그리고 현재의 인류를 아주 흥미롭게 담고 있습니다. 이 ‘Big History’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의 지원으로 ‘Big History Project’로 계속 연구가 진행 중이며(www.bighistory.com) 책으로도 접할 수 있습니다.

    문 : 마지막 질문입니다. 중학생 시기에 꼭 읽어야만 하는 책들이 있다면 1권만 장르 학년 불문하지 않고 이유와 함께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 답 :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입니다.
    공중 그네를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공중그네사는 자신을 질투한 단원들의 음모가 있다 믿으며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또 앞날이 창창한 젊은 의사는 훗날 장인이 될지도 모르는 병원장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루로 송구를 못하게 된 베테랑 프로야구 3루수, 뾰족한 것을 무서워 하게 된 야쿠자, 책을 쓸 때마다 구토에 시달리는 잘나가는 여류작가까지.
    이처럼 웃픈 질환을 지니고 신경과의사 ‘이라부’에게 찾아온 5명의 환자, 그들은 각자 저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지만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정신적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의사 ‘이라부’는 괴상하리만치 엉뚱한 치료를 통해서 상처를 인식하고 치유해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5개의 단편으로 엮인 이 소설은 가벼운 코믹물이지만,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에 대한 질투, 가면을 쓴 삶에 대한 불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성공을 위해 애써 외면한 마음 속 고통이 ‘웃픈’ 슬럼프로 드러난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해결해나갑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달렸습니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 어려운 이야기를 공중그네를 통해 별 일 아닌 냥 들려주고 있습니다.
    중학생 여러분들, 재밌게 읽으시면서 책장을 덮을 때쯤, 나만의 주치의, ‘이자부’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지공신공 입시연구소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