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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얼마 전 학교 선생님이 스펙을 위조해 명문대 한의예과에 합격한 학생 사건이 있었죠, 오늘은 그 사건에 대한 소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학생부 종합 그전까지는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 제도는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공에 대한 관심과 준비, 즉 전공적합성이 충분한 학생을 뽑을 수 있고 무엇보다 시험 성적이 아닌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골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그 어떤 제도보다 좋았던 제도입니다.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혼재해 있는데 긍정적 측면이 더 컸기에 별 탈 없이 지금까지 잘 올 수 있었지요. 그랬던 것이 이번에 스펙을 위조해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의 사건이 터지면서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반대파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일탈적 사건 하나로 학생부 종합 전형 전체에 돌팔매질을 하는 지금 상황이 과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가요? 저는 이런 태도에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이 학생이 학생부 종합이 아닌 교과전형으로 원서를 내서 합격을 했다면 그 학생은 시험지 유출을 통해 성적을 올린 케이스니까 이는 교과 전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인 셈이고 그렇다면 대안은 교과 전형을 없애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일까?
이 사건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이런 부정과 비리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죠, 비근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능을 대신 봐주고 논술 시험을 대신 봐주는 업체가 있다는 소문이 기사화되었지만 경찰에 의해 발견된 업체, 즉 팩트는 없었습니다. 지금 학생부 종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도 비슷한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리나 조작이 조직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팩트 이전에 소문의 단서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개 학생부 종합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들은 과거의 일로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우려되는 가능성으로 과거와 현재까지 부정해버리는 의도적 폄하가 많습니다.
과연 그 학생은 위조된 스펙만으로 합격했을까?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과연 그 학생은 위조된 스펙만으로 합격했을까요? 그 학생은 재수생으로 12년도에 서울 주요 사립대 자연과학 계열에 합격을 했고 재수를 해서 명문대 한의예과에 합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전형에서 한의예과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내신이 좋은 학생들일 것이고 아마 일반고 1등급 대겠죠, 수능 최저 등급도 당시에 있어서 수능도 아주 잘 본 학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과 역시 전공적합적인 수학과 과학 쪽 활동과 우수성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겠죠. 언론에서 보도되는 자잘한 위조 스펙 한 두 개로 불합격할 학생이 합격으로 바뀔 수가 없는 시스템입니다.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것이 실은 선생님이 대신 써준 것이라고 하는데 그 학생의 합격에서 백일장 대회 수상은 과연 몇 퍼센트의 기여를 했을까요?
과거 입학사정관제와 현재 학생부 종합의 차이점을 아는가?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이 학생이 합격한 해인 2013학년도는 입학사정관제 시절로서 외부 활동 비교과를 비중 있게 반영하던 해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스펙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수 있었죠. 당시 무려 A4용지 50장까지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으로 바뀌면서 이 모든 것이 사라졌고 오직 생기부와 자소서만 반영됩니다. 실제 학교 생활 바깥에서 했던 것들은 제출할 수도 없고 평가에도 반영이 되지 않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2년 전의 일이 지금에도 재현되기 위해서는 대학이 학생부 종합에서 외부 스펙을 반영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지금은 전제조건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오히려 외부 활동으로 자소서를 채웠다가는 합격할 학생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마련된 것이지요.
다른 선생님도 그렇게 외부 스펙과 활동을 써달라는 대로 써주고 있는가?
물론 그 학생은 교내상을 조작했고 그것은 명백한 학교활동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내상이든 자율활동이든 진로활동이든 체험활동이든 실제 학교 현장은 다릅니다. 생각보다 학생부의 검열 기준은 보수적이다 못해 가혹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꼭 써달라고 빌다 시피 하지만 많은 학교 선생님들은 학교 바깥에서 한 것들을 써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열과 성을 다해 한 활동, 유명대학교에서 주최한 전공 체험 캠프 등의 활동조차 현재 담임선생님들로부터 대부분 퇴짜를 맞고 있습니다. 특히 유명대학교에 많이 보내는 학교일수록 생기부에 기재되는 것들에 대한 자기기준이 엄격합니다. 교내 상을 많이 만들고 남발하는 학교일수록 대학들이 신뢰하지 않고 실제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입결도 아주 저조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편법을 택하기보다 원칙을 생각하며 학교 바깥에서 활동 적기를 거절합니다. 그것은 제자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지요.
학생부 종합이 아니라면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그러면 이 학생 사건을 빌미로 학생부 종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학생부 종합에서 중요한 비교과가 조작될 수 있고 컨설팅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폐지하거나 줄이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요? 수능 성적만으로 혹은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과거로 돌아가야 할까요? 단 하루의 시험 성적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요? 수능 만큼 사교육 효과가 크고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큰 시험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처럼 학교간의 격차 지역간의 격차가 큰 나라에서 내신만 반영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은 문제가 더 크지요. 단순 암기력을 측정하는 내신만큼 동네 학원들이 대비하기 좋은 시험은 없습니다. 학생부 종합은 내신을 포함해서 학교 생활 전체 그리고 그 학생의 가장 중요한 전공에 대한 관심과 준비도 등을 종합적으로 골고루 반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제도보다 전인교육적이고 또 사교육을 덜 유발하고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꿈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공신공 입시연구소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누가 학생부 종합에 돌을 던지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