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국제학교 보고서 위주 수업 소논문 작성에 큰 도움(2)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8.26 15:08

제4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ICY) 우수학자상 받은 신하윤․재호 남매 인터뷰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기존의 인터뷰와는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여러분께 찾아 뵙겠습니다. 지난 번에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주최하고 서울대에서 열린 제 4회 국제 청소년 학술 대회(ICY) 수상자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보내 드리기로 했는데요, 이번에도 수기 후편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지만 이번에는 특이하게 남매가 주인공인데요, 베이징 한국 국제학교 2학년 신 하윤 학생과 베이징 월드 유스 아카데미(중학교) 3학년인 신재호 학생의 합격기입니다. 이들이 선택한 주제는 ‘중국 부자들의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설문지를 어떻게 수거했고 분석했는지 그 다음 과정이 이어집니다.

    속상했던 점은 일부 중국인들은 너무 성의가 없이 설문조사에 표기를 한 것이다. 한 곳에만 표기하라고 했는데에도 여러 곳에 왕창 표기하는가 하면,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보지도 않고, 마치 허공을 보면서 체크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이런  설문지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를 하였다.

    또 이 논문을 쓰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인터뷰를 하며 중국의 성공한 분들의 생각과 경험을 접한 것이었다. 의료기 회사 사장, 테크노 사업 회장, 변리사, 통신업 회사 사장, 여행사 물류센타 회장 등을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은 너무 행복했고, 살아있는 멘토, 멘티 교육의 현장이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중국의 역사, 그 당시 상황, 사업의 구체적 경험담, 직업의 세계 등이 살아있는 지식으로 피부에 와 닿았다.

    변리사를 꿈꾸던 내게 변리사 님의 구체적인 얘기는 지금 단계에서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노력해야할 지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또 내 동생은 꿈을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진로의 방향을 잡아가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모두 성공자였는데 단순히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었다. 대화를 하면서 중국 상류층의 마인드와 인성 등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성공을 해서 좋은 점이 성공한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점이 좋다고 했는데 우리는 성공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논문을 쓰게 되어 이런 분들과 교류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점이 뿌듯했다.

    더욱이 그분들은 한국의 중고생이 이렇게 진지하게 탐구하는 모습을 무척 대견스러워하며 성심껏 답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국위 선양이라도 한 듯 자랑스러웠다. 정말 보람된 인터뷰 과정이었다.

  • 인터뷰 마치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왔지만 피곤하기보다 더욱 샘솟는 삶의 열정을 느꼈다. 아마 성공의 호르몬을 맞고 온 듯한, 생산적 에너지 충전이라고나 할까. 중국에 있으면서 피상적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정해 구체적으로 만나고, 발로 뛰고, 이론적 지식을 찾아보는 과정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학습의 과정이었기에 바쁜 가운데 맛본 짜릿한 체험이었다.

    논문을 쓰는 과정도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숨가쁜 순간들이었지만 발표를 위해 프레찌를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도 행복했다. 우리는 일상의 답답한 집을 벗어나 중국 산리툰 커피숍에 노트북을 들고 가 제법 폼잡고 프레찌를 만들었다. 동생과 준비하느라 노력을 서로 많이 한다며 싸우기도 했지만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고 고심해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중국 생활, 학창생활, 또 내 인생길의 화려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어쨌든 바쁜 가운데 완성한 논문을 들고 서울대 발표회장에 갔다. 모두 지적호기심과 탐구심으로 가득찬 듯한 세계 청소년들 속에 우리 남매가 있음에 감격과 두려움과 설레임 등의 만감이 교차하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학교로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도 입시를 코앞에 둔 나로서는 드림빌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교수님 앞에서 그동안 우리가 연구한 것이 검증받는 순간이었다. 동생과 파트를 나눠 발표연습을 했고, 우리가 진지하게 발로 뛰며 연구한 것이라 생각보다 떨지 않고 또박또박 발표할 수 있었다. 우리가 경험한 세계를 알려주는 즐거움을 느끼며, 드디어 세 달여 노력의 결실은 막을 내렸다.

    15분 간의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어떤 조언을 해주실까 설레는 마음으로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남매의 이런 논문에 신선한 호기심과 흥미를 듬뿍 느끼신 듯 했으며, 은근히 대견스러워하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울 건 배워야하므로 수정 사항을 지적해 주셨다. 역시 교수님은 예리하셨다. 촌철살인 같은 지적이 앞으로 논문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지적 사항은 우리가 인터뷰 한 분들의 성함을 그대로 썼는데 논문에서는 익명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 설문지 분석을 사실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해석을 더 해야 하는데 해석이 약하다는 점, 책에서 부자가 모두 창업이었다고 했는데 부분을 보고 전체를 일반화 시킨 점 등을 지적해 주셨다.

    이렇게 우리는 ‘중국 부자들의 성공 원인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 부자들은 부를 대물림 받은 게 아니라 개혁개방 정책을 계기로 창업을 하면서 재산을 모은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불가능에 도전하는 공격적인 성격과 사람들과 잘 사귀는 성격도 부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근면성실한 성격과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빈틈없는 성격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능력 면으로 본다면, 정확하고도 지혜로운 판단력과 인재를 선발하여 활용하는 능력, 성공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런 점들을 배우려 노력하리라 다짐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인간 됨됨이가 안 된 사람은 성공을 오래 지탱할 수 없으며 쉽게 무너지므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 가는 태도를 기르라 강조하였다. 우리가 능력과 성과 위주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간과할 점인데 그분들은 그것을 강조하셨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큰 부자들도 많이 나타났다. 덩샤오핑은 “쥐를 잘 잡기만 하면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상관없다”면서 자본주의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부분적으로 성공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 문제가 발생하였다. 부가 편중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중국 정부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중국 부자들도 노블리주 오블리제를 실천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선 정조 때 실학자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보면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살펴본 발전된 문명을 조선에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중국과 한국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이 무척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ICY 참가를 위해 중국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탐방하고, 주제를 정해 연구하는 과정은 우리 조상들의 삶과 정신세계까지 함께 알아가는 앎의 즐거움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다음에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