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끝없는 호기심, 차별화 시도가 논문 대회 수상 비결(2)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8.12 16:56

ICY 국제 청소년 학술제 우수 청소년 학자상 수상한 김세연 학생의 수상기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이 주최하는 제 4회 ICY(국제 청소년 학술제) 수상자 인터뷰를 싣겠습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숭신여고 김세연 학생인데요, 김세연 학생은 ‘인터넷 유행어를 사용하는 10대들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우수 청소년 학자상을 받았습니다.

    김세연 학생은 사회 문화와 10대들의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10대들의 입장에 서서 10대들이 왜 인터넷 유행어를 사용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에 관해 가설을 세우고 선행 연구와 설문 조사 등의 방법을 사용해 검증하는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지난 번에는 주제를 고르고 논문 제안서를 쓰고 자료를 찾는 과정에 대한 귀중한 정보가 소개되었는데요, 이번에는 논문 작성과 발표 후일담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문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지요.
    답 :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숭신여자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세연이라고 합니다.


  • 문 :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답 : 저는 이 논문에서 5개의 가설을 설정하였습니다. 먼저 청소년 중 과반수 이상은 일상생활에서 인터넷 유행어를 사용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주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행어를 습득하고 전파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인터넷 유행어를 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유행어를 쓰는 이유는 또래 집단과의 소통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성 세대는 10대들의 유행어 사용에서 순기능은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제가 제시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저는 설문조사 방법을 이용했어요. 설문지는 10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터넷 유행어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경로를 통해 습득하고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고 있나 그리고 인터넷 유행어를 사용하는 그들의 심리와 기성세대의 반응을 예상하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총 12문항의 설문지를 1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어요. 100장의 설문 조사 결과를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통계를 냈고 그 결과를 통해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문 : 양적 연구 방법에서 설문조사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그 과정을 말씀해 주시지요.
    답 : 먼저 설문조사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표본이 필요했어요, 특히 우리학교는 여학교라 10대 남학생에 대한 설문조사가 꼭 필요했습니다. 또 성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설정하기 않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대한 설문조사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친구와 울산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시는 지인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설문조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의 경우는 우리학교 개교기념일에 친구 학교를 찾아가 설문 조사에 응해준 학생에게 사탕을 주면서 그 학교 학생들에게 직접 설문지를 배포하고 회수하였고 울산의 경우는 설문 내용을 이메일로 선생님에게 보냈고 우편을 통해 설문지를 받았어요. 회수한 설문지를 엑셀 프로그램을 통해 통계를 냈습니다.
     
    문 : 외고 자사고 국제고 과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논문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떤 점들이 힘들었는지요?
    답 : 일반 고등학교인 우리학교는 교내 학술대회가 따로 없어서 학생이 개인적으로 논문을 준비해야 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ICY 사이트에서 연구논문작성법을 여러 번 시청했고 ‘새논문작성법’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봤어요. 그리고 논문을 쓰다 막힐 때는 주변 친지나 친척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학교 측에서 다양한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학생들은 논문을 쓰고 발표하는 훈련이 저희 같은 일반고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논문 발표할 때 현장에서 제가 확연하게 느꼈던 점이에요. 그래서 저도 일반고를 다니지만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문 : 마지막으로 발표를 하셨는데요, 발표는 어떻게 하셨고 교수님으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으셨는지요?
    답 : 우리 세션에서는 사회과학 중 심리학 관련 주제가 발표됐습니다. 멘토로 참가하신 교수님 역시 심리학과 교수님이시구요. 총 네 팀이 참가해 각 팀마다 30분 정도 씩 논문을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토론 과정을 거치고는 마지막으로 교수님 총 평을 들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학생들이 연구하는 과정 못지않게 연구를 발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거 같았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발표할 논문을 PPT로 만들어야 했고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발표했습니다.

    저는 우리 세션에서 마지막으로 발표했는데 발표순서가 다가오자 너무 떨리고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그런데 제 이름이 불리고 교수님과 참가한 학생들 앞에 나가 발표를 하게 되자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물론 실수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발표를 끝내 거 같습니다. 교수님은 일단 저의 연구 주제가 고등학생으로서 시의적절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그리고 전체적인 논문 구성과 설문 조사도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셨고요. 그런데 저의 논문에서 교수님께서 고쳤으면 하는 점은 제목에서 사회심리학적 고찰이기 보다는 사회심리적 고찰이 적절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사회심리학은 원리를 설명하고 그 원리에 맞게 현상을 분석해야 하는데 저의 논문은 그 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해주신 거였어요. 저도 논문을 쓰면서 사회심리학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는 부분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걸렸었는데 교수님이 지적해 주셨어요.
     
    문 : 미진한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답 : 먼저 논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겠다고 반성했어요. 저의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었지만 발표할 때 자신감 있고 저의 연구에 확신을 갖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논문 못지않게 연구 일지도 충실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연구 과정에 대한 치밀한 기록이 연구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거 같습니다. 논문을 쓰면서 능력과 시간적 한계에 부딪혀 하지 못했던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나 청소년들이 예상하는 기성세대의 반응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기회가 닿는다면 이 논문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꼭 보완하고 싶습니다.
     
    문 : 내년에 ICY를 준비할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답 : 상이라는 결과를 생각하고 이 대회를 준비하기보다 평소 학생들이 관심 있었던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논문으로 완성시킨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또한 연구 못지않게 연구를 발표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니 후배들은 이 부분에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 주제를 설정할 때는 평소 본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고등학생으로서 연구 가능한 주제를 잡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 학생들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니 많이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문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답 : 저는 사회학과와 신문방송학과 예술 경영학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방송국 본부장이셨던 제 아버지처럼 대중 문화 제작이나 문화 비평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항상 10대들의 생각과 마음에 문을 열고 그들을 위한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