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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이번 주에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갑니다. 고 3들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보충학습을 위해 학교를 나가야 할 터인데요, 아무래도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서류 준비, 구체적으로는 자소서 준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외고 출신으로 수시 그것도 입학사정관제에 올인해서 성공한 학생의 인터뷰입니다.
사실 외고 학생들은 내신이 불리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에 잘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어학 인증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특기자 전형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수능 준비와 논술 준비를 병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내신을 챙기면서 일찌감치 전공 적합성을 활동을 통해서 누적시킨 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제에서 불리할 게 없습니다. 입사제에서는 내신을 상대 평가, 즉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어 내신 따기 어려운 학교를 어느 정도 배려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부산 국제외고(이화외고와 함께 전국에서 둘 뿐인 여학생 외고입니다) 출신으로 올해 성균관대 인문과학부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이경은 학생입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문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지요.
답 : 안녕하세요. 작년에 부산국제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성균인재전형으로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계열 13학번에 합격한 이경은이라고 합니다. 저도 고3때 합격자들의 수기를 보며 ‘나도 내년에 이런 글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무척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 : 외고 출신으로서 6개 대학을 모두 입학사정관제로 지원하는 경우가 흔한 건 아닌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셨는지요?
답: 제가 6개 원서를 모두 입학사정관제로 지원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다른 전형에 비해 입사제가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전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내신 성적에 비해서 모의고사(수능)점수가 부족한 편이었고, 논술도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의 제 성격을 생각해봤을 때, 수능 하루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정시나 정해진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해야하는 논술보다는 평소에 준비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더 잘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것저것 해왔던 활동이나 관심 있었던 전공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한 후에 고2때부터 국어국문학과로 과를 정하고,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입학사정관제에 올인하는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닌데도 4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맞는 전형을 잘 찾았고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 아무래도 입사제는 학교 생활 충실히 한 학생들을 보기 때문에 다른 수시 전형보다 내신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신은 어느 정도 되셨고요 평소 어떻게 관리를 하셨는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사실 저는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치고 최종 내신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서류 준비에 매달렸기 때문에 정확한 내신은 알지 못하지만, 2등급 중반 대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부터 내신에 신경을 썼던 것은 아닙니다. 고1때는 내신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첫 학기 등급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에 1학년 2학기 때부터 내신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한 번에 다 외울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A4 정리 공부’로 내신공부를 했습니다.
이면지를 세로로 반을 접은 후에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모두 옮겨 적는 것이었습니다. 교과서 내에 큰 단원명부터 소단원 (1) (2) 이런 식으로 세부적으로 분류가 되어있으니 내용을 적다보면 자연스럽게 큰 틀이 잡히고, 모든 내용을 다 손으로 적다 보니 세세한 내용까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A4 정리 공부는 주로 한국근현대사나 사회문화, 일본어처럼 약간의 암기가 필요한 과목에서 활용했고, 국어(문학), 영어는 ‘형광펜 정리법’으로 공부했습니다.
형광펜 색깔에 의미를 지정해서 나중에 다시 볼 때 한 눈에 정리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색깔이 많아지면 오히려 더 헷갈리니까 노란색은 어휘, 파란색은 문법적 내용이나 구문으로 나눠서 표시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서 선생님이 어떤 내용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시는지를 알 수 있어서, 그리고 복습할 때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약했던 수학은 수업교재였던 개념원리에서 선생님이 풀이해주신 방법을 전부 필기해서 자습시간에 그 과정 그대로 다시 풀어보고 숫자나 과정을 조금 바꿔서 응용문제를 만들어 보는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수학적 사고를 익히기 위해서 수업시간에 다뤘던 문제는 5번 이상 반복해서 풀어서 아예 풀이과정 자체를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식한 공부 방법이었던 것 같지만, 그때는 ‘나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수업시간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졸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100% 완전히 맑은 정신’으로 모든 수업에 임하려고 했습니다.
문 : 성대는 자기소개서만 쓰고 다른 대학들도 자소서가 아주 중요했을 터인데 경은 학생은 자소서에 무엇을 담았고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포트폴리오 서류에서 보여줬던 활동을 ‘스토리’로 연결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내신->동아리->교내 활동->교외 활동으로 발전해 나간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활동 간에 연결 고리를 찾아서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내신 문학 과목에서 전교 1등의 성적을 받아서 문학 과목에 흥미를 느낌 -> ‘독서토론동아리’ 와 ‘도서부’활동에서 문학과 사회를 연결시켜서 토론을 함 (+ 동아리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부산광역시 토론대회에 나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나타난 세계 대공항 이후의 사회상과 현대의 복지문제를 연결시켜 토론하였고 수상함) -> 교내 활동: 교내 문학 심화 특강 『문학과 사회』에서 국문학, 중문학, 독문학, 영문학, 일문학 5개국의 문학 작품을 배우고 작품에 대해 토론한 뒤 분석한 글을 독서심화자료집으로 발간함/ 그간 교내 동아리 활동과 특강을 통해 문학의 사회적 기능과 비교문학에 흥미를 느꼈기에, 교내 ‘논문 쓰기’ 특강에 참여하여 『문학에 나타나는 부모 모습 비교 연구 - 국문, 일문학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작성하여 논문집에 실음 -> 논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다른 학생들과 학문적인 교류를 하고 싶어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과학기술부 주최의 ‘국제청소년학술대회(ICY)’에 참가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참가자들과 교류하고 ‘우수 청소년 학자상’을 수상함.
이렇게 ‘국어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전공적합성을 어필했고, 활동들 간의 연관성을 찾아 ‘스토리’로 연결했습니다. 자소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첨삭을 받으며 두 달에 걸쳐 수정했습니다. 자소서를 쓰면서 무엇보다도 고등학교 3년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구나’ 라고 추억할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입사제, 소논문으로 전공적합성을 어필하라(1)
성균인재 전형으로 인문과학 계열 합격한 이경은 학생의 입사 체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