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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모의고사에 비해, 혹은 외부 인증 시험에 비해 유독 내신 영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의 기본 영어 실력은 꽤 좋은 편이다. 모의고사도 거의 다 맞거나, 어쩌다가 틀려도 한 두 문제 정도. 심지어 외부 인증 시험에서도 눈에 띄게 높은 성적을 받아온 아이도 있다. 대체 내신하고 차이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일까?
아이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답함을 말한다. 학교 수업 교재와 시험지 등을 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았다. 그러면서 점점 아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무엇보다도 책이 정말 깨끗했다. 줄도 없고, 몇 번 본 것 같지 않다. “혹시 본문 암기는 했니?”, 당연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말한다. “아니오.” 그게 바로 답인 거 같았다. “외우는 게 싫으니?” 당연히 싫다고 한다. 눈으로 읽으면 다 해석도 되고 이해가 되는데 그걸 왜 달달 외워야 하냐 반문한다. 그래서 다시 역으로 물었다. “시험 잘 보는 애들은 다 외우지 않았니?”
내신 상위 성적의 학생들은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영어 교과서를 잘 외워 시험을 본다. 그런 학생들에 비해, 외우지 않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더 잘 보기 어렵지 않겠나. 적은 범위에서 문제를 낼 수 밖에 없다 보니, 시험이 더 꼼꼼하게 정확하게 알고 풀어야 하는 것들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수업 시간의 내용도 중요하고 말이다. 따라서 정말 외우는 것이 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말이야 쉽지, 외우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학생들도 정말 많긴 하다. 특히 통째로 지문을 다 외운다는 것이 잘 되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친구들에게 그럼 그냥 외우지는 말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영어 지문을 통으로 암기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애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마치 국어 교과서의 지문을 통으로 외우라는 것과 같이 말이다. 아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국어 지문을 밑도 끝도 없이 외우려 들어보자.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라리 해석을 하고, 영어로 작문하고를 반복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용과 영어 문장을 동시에 외우는 수고로움 보다야 해석본을 보면서 영어로 작문을 하려 한다면 조금 덜 힘들고,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게 날 수 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암기하는 것보다 정확히 알고 쓰려는 것이 세세한 정보를 놓치지 않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객관식보다 더 배점이 높고 많이 틀리는 부분은 단연 주관식, 서술형이니 말이다.
연습장을 펴서, 왼쪽에는 해석을 써두라고 한다. 해석을 쓰면서 내용을 완벽히 익히도록 하라고 한다. 그러며 오른편은 내내 비워둘 것. 오른쪽에는 그 해석본을 보고 영어로 문장을 기억하고 써보라고 한다. 틀린 문장들은 고치고, 다시 영작하고를 몇 차례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전체 지문의 암기와, 세세한 문법과 숙어 암기도 가능하다. 통으로 외우는 것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자. 해석과 영작의 반복은 생각보다 쉽다. 이번 중간고사부터 한번 해보자. 암기가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영어 내신을 위해 그냥 다 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