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만들라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2.23 09:45
  • 한 학생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서 책들을 가져왔다. 하나씩 열어보는데, 너무 놀랍다. 새 책마냥 정말 깨끗해서 과연 공부하던 책인가 싶었다. 심지어 수학책도 꽤 깨끗한 편이었다. 문제 풀이를 따로 연습장에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럼 대체 어디에 계산을 하니?” 라고 묻자 돌아오는 대답도 예상대로이다. “그냥 머리로 푸는 데요?” 쓸 필요 없어서 안 쓴다고 한다. 대충 눈으로 풀어도 쉬운 계산들이라 어렵지 않다는 익숙한 말들을 쏟아낸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유사한 반응을 보여왔던 터라 낯설지가 않다. 당연히 이런 학생들은 계산 실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님의 반응도 거의 같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 쓰라고 몇 번을 말해도 안 쓰네요.” 어른의 시선에서 안 쓰면서 공부하는 것이 과연 말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당연히 공부법에서도 늘 쓰면서 공부하라고 강조하긴 한다. 우리의 뇌는 스마트폰도 아니고, 컴퓨터도 아닌 터라 한번 보고 입력이 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반드시 써야만 한다. 써도 기억나지 않는데, 안 쓰면 더 빨리 사라지기 마련이다. 학생들에게 그런데 이렇게 “쓰면서 공부해야지!”라고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또 대체로 비슷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또 한다며 지겨워 한다.

    아이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의 기록들을 얼마나 남기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해보는 것이 그나마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세상의 수많은 책과 노트랑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돌아보면, 정말 다른 점이 없다. 내 책도 깨끗하니까. 따라서 아이들에게 나의 손때가 뭍은 ‘나만의 노트’ 혹은 ‘나만의 책’을 가지려 노력하라고 일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도 결국 자신의 기록들을 남겼기 때문에 후세로 자꾸 전달, 재해석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만의 기록들을 만드는 것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참 의미 있는 일임을 알아야만 한다.

    책에 나의 손때를 뭍이고, 나의 기록을 남기는 그 순간, 그 책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이 된다.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도록 독려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다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하고, 나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습관이 되어있지 않고, 아직 안 해보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일 뿐. 책에 줄을 긋고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릴 수 있도록 작은 미션부터 해보자. 오늘은 전체 지문에 70%를 줄을 긋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50%로 줄이자. 그 다음은 25%로 줄이자. 점점 이런 식으로 줄을 줄여가면서, 핵심어는 동그라미를 치자. 주제문은 네모 표시를 하자. 정확한 미션을 조금씩 늘려가면 아이들도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 막연하게 “쓰면서 해.” 보다야 좀더 친절한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자, 그럼 학생들 시작해보자. 일단 이번 주는 줄을 전체 문장에 50%만 그어보자. 그러면서 점점 줄여가면, 줄 치는 요령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최후에는 ‘나만의 책’이 되어 이 또한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