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군계일학을 경계하라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2.17 10:51
  • 아주 우수한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전 과목이 거의 만점에 가깝다. 아이가 똘똘하고 정말 공부를 잘해냈다. 그리고 활동적이라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렸다. “지금 하는 것처럼 열심히 잘 해내면 된단다.”라는 말과 함께 나중에 꼭 보자는 약속을 했었다. 그렇게 몇 해 전에 보았던 친구라 기억 한 편에 자리하던 아이였는데, 얼마 전 고등학생이 되어 또 한번 보게 되었다. 그런데 전과는 사뭇 다른 면이 느껴졌다. 아니, 아예 다른 아이 같았다.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났던 아이는 이제는 공부와 담을 쌓은 것처럼 보였다. 책을 도통 손에 잡지도 않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또 아니었다. 여전히 어른 말에 심하게 반항을 하거나 반발하지도 않고,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전과 같은 활기가 좀 부족해 보인다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성적도 조금씩 떨어졌다. 전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 보였던 성적은 어느 새 반에서 8등 정도로 많이 내려왔다. 물론, 아주 못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계속 하락세라는 것이었다. 한번 내려오기 시작한 성적은 계속 조금씩 더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은 어머니와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어느 새부터인가 설렁설렁해도 어렵지 않게 늘 1등을 하던 아이는 자신이 매우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수준에서 만족해버린 듯 하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점점 아이의 사고와 생활 습관까지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노력’ 하는 것과 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원래 뛰어난 편이고 다른 아이에 비해서도 무척 우수한 편이라, 늘 마음 속으로 남들과 비교하며 뛰어나다고 생각하던 그 ‘자만’이 아이를 안주하게 했다. 그리고 역으로 이것이 독이 되어, 고등학교 입학 후 뛰어나야 하는 자신이 남들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는 점점 공부를 포기하기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중학교 때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다. 조금만 해도 성적이 곧잘 나오는데,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난 원래 다른 애들보다 뛰어나다는 은근한 자만도 참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과 비교하라고 한다. 어제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는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는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매일 도를 닦든,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 말 그대로 ‘공부’이다. 누구보다 잘 하고 누구보다 못하는 가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있는 것이 공부에 그렇게까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남들과 비교해서 잘하면 자만하고 못하면 좌절하는 것이 십상인데. 물론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조금씩 바꿔보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는 어쨌든 ‘나’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니 말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