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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에 성실하기는 한데, 성적이 안 올라서 고민이라는 경우를 꽤 자주 본다. 그런 친구들의 공부 습관을 보면 대체로 참 훌륭하다. 스케줄표도 성실히 잘 만들어서 지키고 있다.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도 참 긴 경우도 많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아이도 부모님도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린다. 아이와 공부 습관을 점검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리고 책을 살펴보면서 무엇이 잘못인지 찾아내게 되었다.
이 친구는 중학교 과정까지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공부의 절대 양이다. 매우 꼼꼼해서 전 과목을 필기하고 달달 외우기를 좋아했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해를 하는 그 시기까지 잡았던 그 문제를 놓지 않고 보던 아이이다. 당연히 범위가 많지 않고, 시간이 있다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시간 안에 한번을 채 보지 못하고 시험을 보러 가게 된다면 어찌 될까? 당연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시험 기간 내에 범위를 다 끝내지 못하고 제 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책은 앞부분만 꼼꼼하게 줄이 쳐있고필기가 되어있었다. 나머지 부분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시험 범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습관을 흔히 필자는 ‘용두사미’식 공부라고 말을 하곤 한다. 앞에 시작은 욕심 가득하게 하나하나 다 익히고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뒷부분에 가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친구들에게는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는 것이 좋지 않다고 일러둔다. 차라리 처음에는 그냥 설렁설렁하더라도 점점 가속을 붙여서 뒤에서 아껴둔 힘을 써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공부 스타일은 수능을 볼 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수능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공부를 할 수 있는 체력과 힘을 갖기 위해서는 처음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서는 안 된다. 장기 레이스로 생각하고 완급조절이 필수이다. 그런데 앞의 학생처럼 처음부터 전부 다 이해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필기를 하고, 이해가 될 때까지 붙잡고 있다 보면, 뒷부분에 가서는 힘이 부친다. 차라리 아주 빠른 속도로 한번 보고, 빠진 것을 찾아서 또 보고, 그 다음에 한번 더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꼼꼼함은 대체로는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없기 마련이다. 우리의 시험은 일정이 이미 정해져 있다. 대체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마음 먹고 공부할 시간은 채 1년이 안 된다.
또 아무리 꼼꼼하게 다 익히고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잊어버린다.인간이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길은 없다. 잊어버리면, 다시 공부해야만 한다. 완벽하게 하지 말자. 여러 차례 보면서 잊은 것들을 다시 머리에 담는 것이 공부를 제대로 하는 방법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가끔은 꼼꼼함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