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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연습장 풀이와 오답노트이다. 연습장에 풀이 과정을 쓰면서 중간에 검산도 하고, 잘못된 과정과 정석대로 푼 풀이과정을 비교하는 과정은 꽤 큰 공부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답노트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잘못 알고 있던 개념을 찾아내서 고치게 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개념도 곱씹어볼 수 있는 오답노트는 수학 공부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인다.
그런데 가끔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오답노트를 만들기는 했는데, 어디에 둔 지 모르겠네요.” 라고 말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아무래도 노트가 무엇이냐가 큰 것 같다.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연습장을 직접 사서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등교 길이나 하교 길에 꽤 많은 연습장들이 홍보용으로 돌려진다. 그때 받은 연습장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고, 또 오답노트도 만들기도 한다. 그냥 받은 노트이고, 얇고 가볍기만 하니 학생들의 관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일회용 종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말한다. “연습장 좀 그냥 사자.”
이 경우보다 더 심한 친구들도 있다. 그냥 이면지에 쓱쓱 쓰고는 종이를 어디에 버린 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도 아쉬움은 참 많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단순히 풀이과정만 쓰고 버리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일일이 채점하면서 중간 과정을 보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서술형 문제를 대비하는 것도 그렇고, 답만 구하는 것이 수학은 아니기 때문이다. 답보다 그 과정에서 배울 것들이 더 많기도 하고, 수학을 배우는 이유도 바로 그 논리 과정을 배우기 위함이지 않겠나.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그저 답 구하고는 중간에 썼던 풀이과정은 다시 한번도 보지 않는 습관이 너무 많다.
그리고 설사 그냥 연습장에 쓱 써보고 버리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오답노트까지 어디에 둔지 모르게 일회용처럼 만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 상담을 하다가 꽤 많은 친구들을 만난다. 오답노트를 만들어 본 적은 있는데, 시간을 내서 본 적이 없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를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질주하듯 새로운 문제들을 풀어 제치려 둔다. 그런데 이런 공부방법으로는 전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렸을 때 다시 틀리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다시 틀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꼭 좋은 노트를 사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지 않고 그냥 받은 노트에 풀고 싶다면, 그러라고 답해주기도 한다. 단, 잘 보관하고 반드시 다시 보는 것이 필수라는 이야기이다. 어떤 노트이든 신중하게 차곡차곡 모르는 문제들을 정성스레 모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공부는 모르는 것을 알게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안에 성의도 필요하다. 그래서 연습장도 귀하게 생각해달라는 것이다. 내 흔적이 있는 기록은 쉽게 버리지 말고 보고 또 보기를 바란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연습장은 돈 주고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