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실수 없는 100점의 어려움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0.22 09:21
  • 지난 10월 모의고사를 보며 참 많은 한숨을 지었다. 그 동안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던 학생들이 느꼈을 배신감을 생각하며 마음도 많이 아팠다. 한 고등학교 3학년인 학생은 정말 1년간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공부했었고, 성적도 정말 많이 향상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모의고사들은 이 친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100점을 맞으면 1등급, 한 개 틀리면 2등급. 이런 식의 등급 때문에 졸지에 대부분 2등급대를 맞은 아이는 억울함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자기 반에서 정말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 있는데, 그 아이도 100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늘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모든 드라마를 다 보고 공부는 정말 안 해서 내신 성적도 좋지 않았고 평상시에 수능 모의고사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쉬운 모의고사로 인해 이번 시험에서는 100점을 맞고, 신나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허탈감이 밀려왔다고 한다. ‘그 동안 내가 뭘 했던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공부를 할 의욕도 사라졌다고 한다. 남은 기간이 한 달도 안 되는 지금까지 여전히 예전의 의욕을 보이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된다. “10월 모의고사는 의미가 없단다.”라고 위로를 해줘도 영 아이가 기운을 차리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끔 100점이라는 점수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한다. 아무리 많은 아이들이 다 맞았다고 하더라도 그 범주에 우리 아이가 들어가지 않을 확률도 참 크다.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은 난이도와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게 되는 것도 바로 우리가 실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은 없다. 그리고 그걸 알고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고역일까 싶기도 하다.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시험에 대한 압박을 더 심하게 만든다. 쉬운 시험으로 실수는 곧 실패라는 마음으로 불안한 생각을 갖게 된 아이들도 있다. 덩달아 부모님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단 하나의 문제도 틀리지 않는 학생은 참 운도 좋은 학생이다. 그날 컨디션이 얼마나 좋고, 집중을 얼마나 잘하고, 생각도 얼마나 잘 맞아 들어가야 할까. 우리 아이들이 그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우려되기도 하다. 얼마 전 상담을 하며 한 학생의 어머니가 “꼭 100점 맞아야 해.”라고 강조하던 것이 생각난다. 그 전 중간고사에 100점을 맞았던 학생이라, 다음 시험도 그렇게 맞아야 된다고 별 뜻 없이 이야기 하신 듯 했다. 아이는 그날부터 오히려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한다. 불안하기도 하고,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에 멍하니 있는 시간도 늘었다고 한다. 다 맞아오라는 것은 어찌 보면, 실수를 하지 말라는 압박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그냥 최선을 다하라고만 하자. 100점을 맞아오라는 것은 어찌 보면 꽤나 잔인한 표현 같다. 그건 이미 아이들의 능력 밖의 이야기일 수 있다. 때론 서술형이 맞은 것 같아도 틀릴 수 있고, 글자 하나 누락으로도 분명 감점이 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의 고충을 이해해주자.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다. 결과에서의 완전무결함은 인간인 우리에게 참 쉽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