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의 기본 중 하나는 암기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암기를 꽤 잘한다.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이해가 되어서 자연스레 알게 된 것들도 결국엔 머리에 입력이 된 것이라 암기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엔 암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있다. 그냥 ‘이해’하면 되는데, 왜 ‘암기’하게 해서 힘들게 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좀 오류라고 여겨진다. 암기 자체는 정말 기본적인 요소다. 다만,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채 그냥 무작정 “외워!” 라고 하는 주입식이 문제인 것이다.
한 학생이 있었다. 이 친구는 자신은 이해를 해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암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했다. 그리고 그냥 책을 읽었다. 편하게 좋아하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정작 암기하지 않으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중위권 성적이라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공부 습관을 살펴보니, 잘 외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여겨졌다. 특히 자신이 좋아해서 선택했다던 윤리와 사상과목에서의 성적은 흥미 정도에 비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냥 윤리와 사상 책을 보면서 이해를 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관심이 있고 재미있어 하는 부분은 좀 잘 기억하고,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에서는 군데군데 지식이 비어있었다. 예를 들어, 학자의 대략적인 주장과 키워드들은 알고 있었지만, 학자간 사상 비교에서는 꽤 약했다.
학생에게 암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해를 하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외우는 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이해를 마친 후에는 암기를 해서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렀다. 장시간 아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한 번에 방대한 양을 외우게 하지 않고, 한 단원씩 시간을 쪼개 외우게 하고 확인하게 했다. 일주일에 하나의 소단원을 읽고 외워보면서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풀었을 때의 변화를 아이가 느끼게 했다. 아이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암기를 했을 때 풀리는 문제의 양이 그 전보다 훨씬 더 많음을 알며 암기하는 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점점 변해가던 아이의 성적도 당연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신 성적에서도 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가면서 암기의 중요성을 오히려 더 강조하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에 암기를 하며 응용하거나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난관을 부딪히면 암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씩 적용하는 것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아이가 변화하며 공부의 자세가 바뀌어 나가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암기가 좀 귀찮긴 하다. 외워지지 않는 단어나 정의를 가지고 보고 또 보고 외워졌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잘 잊어버리게 되는데, 반복적으로 또 같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세상에 어떠한 기술이나 능력도 참고 외우고 하기 싫은 걸 해나가지 않고는 터득할 수가 없다. 외우자. 그냥 이해만 하고 넘어가면 내 것은 아닌 단순한 지식으로 머문다. 외워서 내 것이 되어야 그 다음 응용이든 활용이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공부의 기본은 암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