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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 혹은 요새는 메타학습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된다.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하고, 스스로 이해하고 계획하고 점검하는 그 모든 과정이 공부를 잘 하게 만드는 지름길임에는 분명하다. 당연히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고 필자도 늘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교에 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능력이 뛰어나다. 얼마 전에봤던 한 학생 같은 경우도기초 학습이 되어있지 않던 학생이었는데, 스스로 이를 극복했다. 아무런 사교육을 받지 않은 채, 혼자 계획하고 지키고 또 깨닫고를 반복하며 성실히 공부하다가 2년 만에 반에서 1등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단시간에 이런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건 오해다. 아직 어리고 이해력도 부족하고, 누군가에게 의존을 해오던 아이들은 단시간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가끔 상담하면서 좀 당황스러운 경우도 본다. 자기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다니고 있던 모든 학원을 다 끊고 혼자 공부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 그게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혼자 공부해본 적이 없는 준비가 안된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자, 지금부터 스스로 해봐라!”라는 이야기는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자기주도 능력이 발현될만한 아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다. 아직 채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보충해주는 사교육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수업 시간에 놓쳤을 수도 있고, 이해가 잘 안되었을 수도 있다. 그럼 좀더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 들으면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 것 찾아내고 보탬이 되기도 한다. 사교육에 대한 논란은 필요이상으로 과함 때문이지, 그 자체가 아주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잘만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득이 많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중심에 아이들 스스로의 학습이 있어야 된다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즉, 사교육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 선택하라는 말이다. 필요한 과목만 적당히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자기주도 학습을 필자는 자전거 타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처음에 누가 밀어주는 3발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이, 보조 바퀴가 있는 4발 자전거를 혼자 타다 좀더 익숙해지면 2발로 갈아탄다. 이때, 바로 혼자 타기 시작하면 넘어지고 다친다. 그래서 처음엔 누군가가 잡아주다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손을 놓곤 한다. 그러면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아직 개념도 채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혼자 하라고 던져놓고 왜 못할까를 고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기회를 주고, 경험하게 하면서 서서히 공부를 혼자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어리면 좀 도와주자. 수업도 듣고, 필요하면 보충도 좀 하고 말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