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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던 당시에 잘 알던 한 학생을 3년만에 만났다. 이 친구는 참 공부를 잘 했었다. 전교 3등 안에 들 정도로 늘 우수한 성적을 받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공부가 힘들고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한다. 성적도 중하위권이었다. 더 이상 자신이 우등생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이 스스로도 많이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잘 하던 아이에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이 학생은 매우 우수한 아이들이 모이는 특목고로 진학했었다. 당시 성적도 좋고 나름 자신만만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성격이 매우 유순한 편이라 경쟁적인 상황을 잘 버틸만한 독기가 없는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워낙 부모의 말을 잘 따르던 아이라 주어진 공부는 어려움 없이 잘 하던 편이었다. 그런데 고등학생부터는 부모의 뜻에 따라 공부하기에 공부 양도 많고 난이도도 쉽지 않다. 게다가 특목고는 우수한 아이들 사이의 경쟁이라 좀 더 어려움이 많다. 덕분에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늘 빛이 나던 아이는 무척 어두워 보였다. 공부는 일단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당장은 대학 진학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앞으로가 더 많이 걱정된다.
특목고로 진학을 물어보는 부모님들이 꽤 많다. 아이 성적이 내내 A였다는 이유로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신다. 그런데 단순히 중학교 때의 내신 성적이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아이의 성격도 중요하고, 어떤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필자는 일단 성적보다는 성격을 가장 중시한다. 나보다 잘 하는 친구들과 같이 경쟁적인 상황에 놓여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성격인지, 자신감이 많은 아이인지. 좌절이 있어도 툭툭 털고 일어날만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고자 한다. 어디에나 일등부터 꼴등이 존재한다. 고교에 진학하면서 내내 우등상이었던 아이가 하위권이라는 성적을 받아 들었을 때 겪을 좌절을 고려해야만 한다. 또 일부 범위만 단 시간에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는지, 깊이가 있는 공부를 했는지도 중요하다. 아닌 경우에 얼마 안가 공부에 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것만 잘 하는 성실한 친구가 있다면 굳이 특목고를 고려하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일반고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며 자신감을 갖고 학교 생활을 했으면 한다. 굳이 경쟁적이지 않아도 자신의 역할을 잘 하는 아이는 거기에 맞게 키워주자. 공부는 동기가 중요하다. 그 동기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성적이다.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을 공부의 동기로 삼은 경우가 많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면 공부에서 급속히 멀어진다. 앞의 그 학생처럼 말이다. 특목고를 다니는 것이 더 우수하고, 일반고를 다니는 것이 덜 우수하다는 단순 분리도 좋지 않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해서 다닌다고 생각하자.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이 제일 좋은 교육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결국 우리 아이를 우수하게 만든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특목고를 갈까요? 일반고를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