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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30일 있었던 이주호 차관의 입학사정관제 설명회 후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곳은 대치동 자원봉사회였고 장소는 대치동 구민회관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이주호 차관이 직접 대치동 학부모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는 게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입학사정관제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더군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이 차관은 30분 동안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한 정부의 교육 정책을 설명했고 30분은 현장에서 학부모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 차관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취지는 학생 선발 전문가들이 책임을 지고 입시를 총괄한다면 기존처럼 성적 순으로 학생을 뽑지 않고 종합적으로 뽑게 됨으로써 입시 교육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합니다.
EBS 수능 방송과 학교 교육 내실화를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는 건 공급 차원에서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려는 노력이라면 입학사정관제는 수요 차원에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지필 시험으로 뽑는 게 기존 입시였다면 입학사정관제는 서류 전형과 면접으로 뽑기 때문에 사교육이 발붙일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지요. 입학사정관들이 성적도 보지만 창의성과 인성도 그만큼 강조하기 때문에 성적 올리려고 보내는 학원에서는 성적 이외의 것을 챙겨주기가 그만큼 힘들어 학원에 의존하는 정도가 줄어들 것은 분명합니다.
대신 스펙 관리 및 컨설팅을 위해 사교육 수요가 늘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데 얼마 전 연대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학교 안에서 한 활동만 인정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보더라도 사교육이 입학사정관제의 빈 틈을 파고 드는 것은 그만큼 어려울 듯합니다. 결론은 스펙을 쌓되 학교에서 스펙을 쌓으라는 이야기지요.
입학사정관제의 최대의 적은 제가 보기에는 수능입니다. 입학사정관제의 정착과 수능의 위상은 정확히 반비례관계입니다. 수능이 강화된다는 것은 대학들이 여전히 공부 잘 하는 아이, 성적순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고 학부모는 당연히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을 시키겠지요.
반대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 그만큼 수능의 비중은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이 차관은 수능을 자격고시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창의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본다는 명분으로 수능이 너무 꼬는 시험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에 사교육이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능을 지금처럼 한 날 한시에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과목, 똑같은 시험지로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대학 전공에서 꼭 필요한 과목만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난이도 조정도 있을 듯 한데 고등학교 3학년 동안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했고요.
입학사정관제는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지 공정성 시비도 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더 큽니다. 입학사정관제 취지는 좋지만 컨텐츠가 없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차관은 입학사정관제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체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봉사, 동아리, 진로교육, 체험학습 등이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는데 이를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통합하고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이를 학교에 보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 출연 연구소를 체험학습의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습니다.
예를 들면 항공우주공학부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카이라는 비행기 만드는 회사를 찾아 견학을 한 뒤 보고서를 쓸 수 있겠지요. 학원이 아닌 영리 법인이라면 좋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방과후학교에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학부모들 역시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불안해했는데 상당수 학부모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진로교육을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은 전공과 상관성이 있는 경험인데 사실 많은 학생들이 꿈이 없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무엇을 전공할지 잘 모르는 상태이지요.
제가 만난 고 3 중에서도 성적은 엄청 좋은데 무슨 과를 가야할지 모르는 학생들이 허다했습니다. 점수 맞춰 대학 가는 풍토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이지요. 이 차관은 이에 대해 진로 교육을 방과후학교는 물론, 정식 수업 시간에도 강화하겠다면서 특성화학교의 성공 사례를 일반 인문계고에서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차관은 이제 입학사정관제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정착 단계에 와 있다며 앞으로 입시는 입학사정관제로 가니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그런 흐름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계시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에 쏟는 열정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겠지만 시장은 때로는 정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곤 하죠. 입학사정관제 역시 정부의 기대대로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약화라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성이 중요하고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성 교육, 객관식 고르기보다는 토론과 글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설명회에 온 학부모들 대다수는 자녀에게 전공 관련 책 읽기나 사회적 경험 쌓기를 권하기보다 여전히 자녀를 국영수 학원에 보내려고 하겠지요. 하루아침에 달라질 현실은 아닌 듯합니다. 조금 길게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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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차관의 입학사정관제 설명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