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춥거나 덥거나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5.01.07 09:20
  • 아이들을 모아놓고 공부를 시키다 보면, 겨울과 여름에 참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된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엄청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난방을 있는 힘껏 틀어 실내 온도를 올려둔다. 덕분에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익어 꾸벅꾸벅 졸고 있다. 외투를 좀 벗고 하자고 해야 그제서야 꾸역꾸역 옷을 벗는 아이들이 좀 있다. 아니면, 임의로 실내 온도를 좀 낮추어 둔다. 그러면 또 춥다고 득달같이 다시 온도를 최대한 높여두려고 한다. 여름엔 그 반대이다. 에어컨 온도를 한참 낮추어 두어 춥다고 느낄 정도로 만들어둔다. 그리고 오들오들 떨며 되레 얇은 담요나 옷 등을 또 걸쳐 입는다. 온도를 좀 낮추고 담요를 치우자고 하면, 말 그대로 “더워 죽겠다.”는 아이들이 속출한다. 덕분에 오히려 여름에 감기 환자들이 늘어나곤 한다.

    교사이셨던 어머니께선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여름이니까 더운 것이고, 겨울이니까 추운 것이다. 참는 것도 배우는 것이다.” 당시에는 에어컨이 흔하지도 않았고, 기름 값이 아까워 틀고 끄기를 반복하던 시절이긴 하지만,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듯 하다. 덕분에 지금도 여름에도 에어컨을 최소화 하고, 겨울에도 난방을 잘 안 틀려 노력한다. 여름엔 선풍기나 부채, 겨울엔 두껍게 옷을 여러 벌 껴입으려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알리려 한다. 생각보다 쉽진 않지만 말이다. 그렇게 매 해 아이들을 옆에서 보면서 참 참을성이 사라져 간다는 생각도 든다. 공부하기 위해 최적의 환경과 최적의 공간이라는 게 주어진다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적당히 맞추려 하는 것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세인 것 같은데 말이다.

    참을성을 갖게 만드는 것도 참 중요하다. 공부라는 것은 게임처럼 단판에 혹은 단기간에 승패가 결정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다리고 인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기본 자세 정도는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나치게 주위의 환경에 예민했던 한 학생의 사례가 있었다. 늘 익숙한 곳에서 편하게 시험을 보던 것이 익숙했던 아이인데, 수능 시험날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해 당황했다. 나름 성실하고 공부도 꽤 하던 여학생이었는데, 시험 보는 곳이 너무 추웠다고 한다. 당황한 마음을 추릴 새도 없이, 또 추위와도 싸우며 문제를 푸느라 엄청 힘들어했다. 덕분에 자신의 평소 성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친구도 생각해보니 환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학생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 했던 것이 문제였다.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최적의 환경이 최고의 공부 환경은 아니다. ‘춥거나 덥거나’에 영향 받지 않고,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능력도 공부를 위해서 중요하다. 너무 편하게만 하려고 하지 말아보자. 공부는 전에도 말했듯이 나 자신의 수련이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환경이 실제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도 하다. 퍼지고, 늘어지고 움츠려 들기 때문에 알다시피,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는 20도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