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쓸모 없어진 벼락치기의 능력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2.02 09:24
  • 한 학생이 왔다. 우울한 기운에 어머님도 무척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시작했다. 아이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고개만 떨구고 죄인처럼 땅만 보고 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북받치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점점 눈물이 차오른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덩달아 마음 아프고 답답함도 밀려왔다.

    상황은 이랬다. 아이는 중학교 때 꽤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나름 전교 10등 안에 들면서 어려움 없이 좋은 성적을 내곤 했다. 스스로도 공부를 잘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감도 많았고 성격도 꽤 밝은 편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영 성적이 좋지 않다. 대부분의 과목 성적이 내신 4~5등급 정도로 낮은 편이다. 졸지에 우등생에서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아이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모두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이의 공부습관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중학교 내내 시험 기간마다 벼락치기를 하며 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시험 기간이 발표가 나면, 그때부터 시험 범위만 단기간에 달달 외우며 문제를 몰아서 풀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고등학교에 들어오니, 너무나 큰 어려움을 만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벼락치기로 좋은 성적을 받기란 정말 어렵다. 중학교 때 잠깐 머리로 공부해서 시험 보던 습관대로 공부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 친구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처음에 하던 방식대로 시험기간이 되어서야 공부를 부랴부랴 하고 시험을 보았는데, 전에는 받아보지 못한 성적을 받아 좌절하게 되었다. 그러나 평상시에 공부하던 습관이 있지 않던 이 학생은 결국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내신을 거의 포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유사 케이스들은 정말 많다. 중학교 재학 중에 우수학생이었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대부분은 벼락치기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공부는 중학교에 비해 공부해야 할 양이 정말 많고, 문제의 난이도도 더 있기 때문에 반드시 꾸준히 공부를 해야만 한다. 반대로 고등학교에 입학 후 줄곧 좋은 성적을 받던 다른 아이 같은 경우, 매일 5~10분의 복습만으로도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매 수업 시간 마칠 때마다 필기 노트를 한번 읽어보거나, 나눠주신 프린트를 읽으며 다시 한번 봐야 할 것들만 체크해놓은 것으로도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험기간도 특별히 늦게 자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 공부 효율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얻은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좋은 학교에 수시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공부를 벼락치기로 하는 습관을 가진 중학교 3학년, 예비 고1 학생들은 이 겨울방학을 적극 활용해서 공부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준비 없이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당연히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보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자. 지금 시간이 있을 때, 고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