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준비생 논술도 준비해야 할까? ①
맛있는 교육
기사입력 2010.06.30 15:35
  • 안녕하세요. 스터디마스터 공부법 연구소 신진상 소장입니다. 요즘에는 수시로 대학 가는 게 대세인 것처럼 인식이 되면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겁니다.

    고대 일반 전형 등 몇몇 입학사정관 참여 전형에서는 논술 시험도 치릅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 전형에는 대부분 논술 대신 면접이 있지요. 학생부를 포함한 서류 평가와 면접이 주요 전형 요소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리더십 전형 같은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논술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입학사정관제에서는 내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신이 안 좋은 학생들은 논술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시는 쳐야 하는데 내신이 별로 안 좋고 특별한 비교과가 없는 학생이라면 실질적으로 기회는 논술 전형 외에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연세대가 80%, 고려대가 70%를 수시에서 뽑기 때문에 이들 학생들에게는 수능 못지않게 논술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키 어렵지요.

  • 여름방학 때는 내신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까 논술을 시작할까, 말까 고민을 할 겁니다. “자금부터 준비했을 경우 내가 합격할 확률은 도대체 몇 %일까?”라는 고민도 할 겁니다.

    수능처럼 점수가 나오거나 평소 모의고사로 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애초에 없고,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지망하는 다른 학생들이 도대체 얼마만큼 논술을 하는지도 알 길이 없는, 모두가 무지의 베일 속에 갇혀 있는 상태라 논술은 정말 막연하고 갑갑하죠.

    논술에 투자했다 수능 준비를 소홀히 해 수능을 망치면 수시는 물론, 그해 정시도 포기하고, 재수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있다는 이야기죠. 어떻게 해야 될까요? 간단합니다. 기대 수익률(합격 가능성)이 리스크(수능을 망칠 확률)보다 크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지요.

    일단 최상위권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지금까지는 수능과 내신 위주로 했는데 이제부터 논술도 준비해서 수시로 가겠다는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컨설팅을 통해 만나 본 연대 준비생들은 거의 모두가 이미 올 겨울방학부터 논술을 시작했습니다. 작년과는 경우가 다르죠. 작년 연대 글로벌 전형에서는 우리 말 스피킹은 되지만 라이팅이 잘 안 되는 해외파 학생도 당당히 붙었고 심지어 세 문제 중에서 두 개나 완성하지 못한 학생도 합격한 사례가 있습니다.

    논술보다는 서류가 당락에 미친 영향력이 훨씬 더 컸던 거죠. 작년에 글로벌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여름방학 즈음에 논술을 시작했고(그나마 안 한 학생들이 태반일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AP, SAT 반영이 안 되지, 공인 인증 시험은 텝스 770(국제중 준비하는 초등학생도 그 점수 받는 경우가 꽤 됩니다)이면 만점이지, 그래서 외고생들이 겨울방학 때부터 논술에 달려들었던 겁니다.

    지난 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논술 학원은 올해 부활에 완전히 성공했습니다. 상당수 학원들이 학기 중에도 고 3반은 중간고사 2주 정도 휴강 외에는 수업을 돌렸습니다. 외고생들도 외고생들이지만 재수생들 상당수가 주말을 이용해 강남의 논술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일부 최상위권 학생들이 다니는 강남의 재종반에는 2008학년도처럼 정규강좌로 논술을 편성하기도 했고요. 나 말고 다른 경쟁자들이 논술에 투자한 시간이 많다면 당연히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실력도 상승할 것이고 그만큼 내가 합격할 가능성은 줄어들겠죠. 경쟁률이 이미 50대 1 이상이 예상되는데 지금 논술을 시작해서 수시에 가겠다는 전략은 “확률=0”의 대도박을 시작하는 겁니다. 손실은 적어도 0보다는 크겠죠.

    다만 변수가 있습니다. 언수외 1등급(문과 기준) 학생들이라면 확률은 높아지겠지요. 얼마나 올라갈까요? 언수외 1등급 학생들 대부분(서울대 아니면 안 된다는 극소수 학생을 제외한 거의 전원이죠)이 연대 수시에 지원할 겁니다.

    언수외 1등급 학생이 올해 7000명(이과는 수리 가, 과탐 1등급) 정도로 예상되는데(수리가 쉽게 나오면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여학생 중에 언외 1등급은 나오는데 수리가 약해서 언수외 1이 안 나오는 학생이 많습니다.

    수리가 쉬워지면 당연히 언수외 1등급도 늘어납니다) 산술적으로도 연대 일반 전형은 5대 1 이상(글로벌과 중복 지원이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더 뛸 수도 있지요)이 될 겁니다. 경영은 훨씬 더 높을 것(10대 1은 되겠지요)이고 더러 2대 1 이하의 학과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평균 4대 1이라고 쳐도 올해는 언수외 1등급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논술에 더 투자를 많이 했고 논술 실력도 좋은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기에 그들을 제치고 우선 선발로 붙는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닙니다.

    연대가 수시에서 워낙 많은 학생들을 뽑기에 나는 죽어도 연대에 가겠다는 학생들은 논술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남들 다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뒤늦게 시작해서 합격을 기대하는 건 확률을 모르든지, 도둑놈 심보를 갖고 있든지 둘 중에 하나겠지요.

    남들 안 할 때 내가 조금 했을 경우 약간의 경쟁력이라도 있는 거지, 남들 다 하고 나도 그만큼 하거나, 내가 조금 덜 했을 경우에는 경쟁에서 이길 확률은 그만큼 줄어드는 겁니다. 입시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확률을 높이는 게임입니다. 지금 섣불리 논술에 뛰어들었다가는 시간을 투자해도 확률을 올리기는커녕 되레 낮출 수도 있지요.

    연대와 고대만 대학이냐, 서강대도 있고 한양대도 있고 성균관대도 있지 않느냐고 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특히 서강대 1차는 수능 최저 등급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서강대 논술은 불확실성의 화신 그 자체입니다. 학교가 예시 답안이나 출제 의도, 채점의 원칙 등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서강대 논술에서 그나마 알려진 것은 여학생의 합격률이 높다는 것, 내신도 어느 정도 갖추고 영어 인증 시험 등 비교과도 있는 학생들이 주로 붙는다는 거지요. 내신, 수능, 비교과 정말 아무 것도 없는데 논술만 죽어라고 파서 이들 대학에 붙었다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몇 명이나 될까요?

    대학들이 일반 전형 지원을 독려하면서 우리 학교는 논술로 내신 5등급 학생도 붙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곧이 믿더라도 이 학생 수능 점수도 내신만큼 형편없었는지, 토플 같은 다른 비교과는 없었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변은 대개 생략합니다. 심지어 이 학생이 일반고인지 특목고인지도 밝히지 않지요.

    중앙대 경희대 외대 시립대 등 기타 서울의 주요대들은 2등급 2개를 요구하고 있지요. 정시에서 2등급 2개로 이들 대학에 가는 것은 미달이 발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시에서 이들 학교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수시에 논술로 붙을 가능성은 최상위권 대학보다는 의외로 이들 학교들에서 더 높습니다. 모의고사가 2등급이 주로 나오고 한 두 과목이 3등급 내외인 학생들이 이 시점에서 논술에 투자할 경우 정시에서는 갈 수 없는 대학들을 수시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죠.

    지금까지는 수시 논술과 합격 확률의 관계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학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름방학 때부터 논술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무조건 학원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수시 일반 전형에서 논술 학원들 합격률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준비생 논술도 준비해야 할까? ②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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