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파워 블로그 류대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입학사정관제 독서법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0.04.14 16:20

청소년이여, 책의 숲에서 길을 찾아라!

  •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일 년에 평균 15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소설책 3권 분량의 리뷰 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활자중독증에 걸린 못 말리는 책벌레 국어선생님입니다. 류대성 선생님은 ‘인식의 힘’이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의 서평 블로그(blog.naver.com/cognize)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을 주제별로 분류해 서평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 거리를 정리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인더북스)’롤 출간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분당 수내고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시며 전국국어교사모임 정회원 겸 나라말 출판위원회 기획위원, 〈학교도서관저널〉 청소년문학 분야 추천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지요.

    2008~2009년까지 네이버 '오늘의 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고 2008년에는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분으로부터 입학사정관제 시대 효과적인 독서법과 수능과 내신 공부와 함께 독서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다음은 그 인터뷰 내용입니다. 

  • Q. 입학사정관제가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입학사정관제와 독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기본적으로 학생의 성적 등 수치로 나타난 능력 뿐만 아니라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전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업 이외에 전공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 정도를 증명할 수 있는 활동 내용과 심층 면접이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만큼 간접 경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기초 소양과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교양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디딤돌이자 마침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입학사정관제 시대에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할까요?

    우선 전공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도서목록을 작성하고 계획적으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만 준비할 것이 아니라 동서양의 고전과 철학은 물론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수일의 <한국속의 세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문명교류사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학과에 관한 책은 물론 인문서에 대한 책읽기는 언제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Q. 희망학과가 경영학과인 학생은 경제 경영 서적을 좀 더 많이 읽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다양한 주제의 책을 두루 섭력하는 게 좋을까요? 비슷한 사례로 공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과학 수학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는지 아니면 짬을 내서 인문 사회 책도 읽어야 하는지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대학에서 학부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고, 최근들어 고등학교 문과와 이과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학의 분과 학문들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지만 사실 사회에 나오면 특정 분야의 연구원이나 학자의 길을 걷지 않을 경우 전공보다 중요한 교양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경영학이든 공학이든 일단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우리 인류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논술이나 입학사정관제 등 목적이 뚜렷한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한다면 인문학의 기초 위에 관심 분야 혹은 전공하고 싶은 분야의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Q.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은 시간이 없습니다. 언어 영역이나 논술 때문에 책을 읽는 게 현실인데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시간이 없다는 학생들에게 저는 학생들에게 러시아 과학자 류비세프의 이야기를 담은 <시간을 지배한 남자>(<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을 가끔 권합니다. 현실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책읽기는 불가능한 과제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오랬동안 현장에서 언어 영역과 논술을 지도해보면 암기식, 문제 풀이식 공부 방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언어와 논술은 결국 텍스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책읽기는 이러한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에 언어영역의 지문을 이해하는 일이든 논술의 제시문을 이해하는 일이든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시간을 핑계대지 말고 체계적인 독서습관을 기르고 틈나는 대로 수불석권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영역은 문제 풀이식 공부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Q. 수업 중에도 책을 많이 인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활용한 교과 수업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문학 작품이나 비문학 텍스트와 관련된 내용의 책을 언급하고 인용하고 소개하면 아이들 중에 메모해 두었다가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앎의 범위를 넓히고 한 권의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연결되고 결국 지식이라는 것이 하나로 통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언어영역입니다. 아시다시피 문학에서 과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문을 읽고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책읽기보다 좋은 공부 방법이 없으니까요.

    Q. 실제 학생을 지도해 보시면 독서를 많이 한 친구들이 언어 영역 점수가 높은가요? 아니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나요? 언어 영역과 독서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학급문고를 활용해서 1년간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분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각 분야의 책을 직접 선정해서 40권의 책을 한 권씩 가져오게 했습니다. 학기말에 몇 권이나 읽었는지 통계를 내고 아이들의 언어 영역 점수 변화를 살펴 본 결과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던 학생들도 있고 담임의 권유에 따라 책읽기를 실천한 경우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문제집을 많이 푼 학생보다 꾸준하고 진지한 책읽기를 실천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 선생님들께도 많이 권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언어영역은 제한된 시간에 지문을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없습니다.

    Q. 언어 영역 비문학이 아마 독서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학생들은 언어 영역 비문학 지문 정도의 분량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할 터인데 책 전체를 읽지 않더라도 선생님이 쓰신 서평만 읽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권 수가 적더라도 책 전체를 반드시 읽어야 할까요?

    아이들이 종종 하는 질문입니다. 요약된 내용을 통해 책 전체의 의미와 내용을 맛볼 수는 있지만 스스로 읽고 머릿속에 의문을 갖게 되고 생각하는 과정이 책읽기의 핵심이기 때문에 제 책은 아이들에게 나침반의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독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틈틈이 읽는다면 2주에 한 권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면 1년에 20~30권 정도 가능합니다. 조금 욕심을 내서 중3부터 고2까지 100권 정도 읽을 수 있는다면 언어영역은 물론이고 자기주독 학습 능력은 덤으로 얻게 됩니다. 집중력과 효율성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입학사정관제에서 독서가 중요해도 독서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독후활동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권하는 독후 활동은 어떤 게 있으신지요?

    우선 독후활동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독서를 기피해서는 안됩니다. 처음에는 짧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에서 독서기록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파일을 만들어 관리하는 학생도 있고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도서부나 계발활동 독서토론반에서 활동한 내용들은 모두 생활기록부에 남게 됩니다. 한 가지 방법을 권하지는 않고 자기 수준에 맞는 분량과 방법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에 그리고 포트폴리오는 입학사정관제에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라고 충고합니다.

    Q. 책을 읽고 다양한 독후감 중에서 서평 쓰기는 아주 높은 단계의 독후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서평은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이 된 ‘책을 읽게 된 이유 - 줄거리 - 느낀 점’의 방법을 쉽게 고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책은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단 하나의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쓰면 좋습니다. 작가 혹은 자신이 어떤 질문을 했는가에 대한 작가 혹은 나의 답은 이것이라고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이 나에게 어떤 행동과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는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깨달음은 무엇인지 메모하며 읽는 방법이 가장 좋겠습니다. 부담스럽다면 ‘요약-질문 만들어 보기-스스로 찾은 답 적어보기’의 형식으로 간단하게 쓰는 연습을 하면 자신만의 서평쓰기가 가능해집니다.

    Q. 서평이나 책에 관한 글쓰기와 논술 준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서평과 결국 한 권의 텍스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와의 치열한 대화이고 내면의 변화 과정에 대한 고백입니다. 입시 논술은 기본적으로 제시문에서 출발합니다. 제시문에 대한 올바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논제 분석도 필요없고 글쓰기 자체도 무의미해집니다. 서평과 논술은 주어진 텍스트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 일입니다. 유사한 측면이 매우 많습니다.

    제자 중에서 독서 이력철이나 독서 포트폴리오로 수시에서 좋은 결과를 올린 케이스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지요.

    아직 없습니다. 작년, 재작년에 도입된 입학사정관제에서 독서 관련 이력과 포트폴리오로 입학한 사례가 없어 올해에는 몇 명과 함께 2학년때부터 준비해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Q. 특목고 입시도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의 책에 실려 있는 책들이 조금 어려운데 중학생들은 어떻게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게 좋을까요?

    중학생의 경우도 방법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책의 수준을 조금 낮추고 독서 멘토나 코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부모, 형제, 선생님 등이 옆에 있다면 조언을 받고 꾸준히 읽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중학교 국어교과서가 국정에서 23종 검인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중학생이 똑같은 국어교과서로 공부하던 시대는 2009년으로 끝났습니다. 서로 다른 교과서에 실린 서로 다른 내용을 공부한 학생들이 결국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는가의 능력이 자기주도학습 전형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