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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 어린이집 안 갈 거야!”
며칠 전, 네 살배기 끔찍깜찍한 필자의 큰 조카가 제 엄마에게 야심차게 던진 말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집에서 로보카 폴리(로봇으로도 변신하는 용감무쌍한 자동차 구조대 캐릭터)랑 놀 거야!”라며 티브이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앉더란다.
하긴, 요즘은 집에서도 놀 거리, 즐길 거리가 많으니 그 맘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 사회생활 경력을 가진 엄마의 조곤조곤 말솜씨와 회유로 강유는 어린이집으로 향했지만, 엄마는 나중에라도 아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어색해할까 봐 걱정된다고.
내 아이의 부족한 사회성, 어.떡.하.지?
사회성은 ‘사람과의 접촉’에서 시작된다. 낮아지는 출산율, 외동이의 증가, 워킹맘의 증가 등 여러 사회적 변화를 생각해 볼 때, 아이들이 낯을 많이 가리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향한 긍정적인 자세와 믿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원활한 관계 형성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성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하며,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의 소소한 물음에도 답해 주고, 왜 그랬는지, 어떻게 그랬는지, 일일이 관심을 쏟아 주고 사랑을 보여 주는 것. 가족이 아이가 접하는 첫 번째 ‘사람과의 접촉’이기 때문에 부모의 이러한 역할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하루 24시간 아이의 옆에 꼭 붙어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정작 다른 사람과 직접 부딪치는 아이에게 어떤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것인지 알려 주는 일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내 아이가 친구를 바라보는 법 -
“나는 키가 작아요. 하지만 내 친구는 덩치가 엄청 커요.
나는 털이 없는데, 내 친구는 온몸에 털이 북슬북슬해요.”
-『사자는 내 친구』中
주인공 꼬마는 사자와 친구이다. 모습도 다르고 습성도 다르지만, 둘은 서로 아주 아주 소중한 친구이다.
자기가 좋아하니까 당연히 가족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꼬마. 하지만 가족들은 자꾸만 사자의 모습을 바꾸려고만 하는데…….
“다름”을 인정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다르게 태어난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임에도 이것을 무시해서 서로 상처를 주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진정한 관계 맺기의 자세를 보여 주는 꼬마의 마음이 따뜻한 그림과 함께 녹아 있다. -
“내 이름은 버니, 찰리의 작은 토끼 인형이야.
찰리는 내 친구야. 내 선생님이기도 하고.
내가 아는 건 전부 찰리한테서 배운 거거든”
-『찰리가 엄마한테 혼날 땐?』中
주인공 토끼 인형은 늘 찰리와 함께이다. 찰리가 악기를 연주할 땐 시끄러운 게 뭔지를 배우고, 찰리가 병원놀이를 할 땐 아픈 게 무엇인지를 배운다. 미안한 게 뭔지, 괜찮은 건 뭔지, 샘이 난다는 건 뭔지, 서운하다는 건 뭔지, 찰리의 행동을 하나씩 눈에 담으며 세상을 배워가는 버니. 그렇게 ‘사랑’ 역시 배워간다.
사람 셋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는 말처럼, “어울리며 배우려는 태도”의 끊임없는 반복이야말로 자아를 확인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책 속의 버니가 그랬듯이 말이다.
바람이 쌀쌀해졌다. 따뜻한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하며, 아이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키움출판사 편집부 강정현 편집자
[오늘 이 책] 혼자 노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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