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책] 아이들이 자라면 세상은 좋아질까?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09.24 10:27
  • ▲바람의 아이들 편집부 이민영
    ▲ ▲바람의 아이들 편집부 이민영
    세상에는 도무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근본적으로 뿌리가 깊은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도 세상 어딘 가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여섯 명 중 한 명은 빈곤 상태라는데,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린다는데, 멸종되는 동물이 하나둘이 아니라는데…….

    자, 그러니 이런 일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중에 어떤 어른들은 앞으로는 좋아지겠지 하고 막연하게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확실히 착하고 사심 없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 예쁜 아이들이 커서 나쁜 어른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니까.
  • ▲환경을 생각하는 개똥 클럽 <바람의 아이들>
    ▲ ▲환경을 생각하는 개똥 클럽 <바람의 아이들>
    그런데 어른들이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 얼른얼른 자라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아이들이라서 가능한 일들.

    수지 모건스턴의 『환경을 생각하는 개똥 클럽』은 개똥으로 지저분한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모인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똥을 밟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 결성한 ‘개똥 클럽’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갖가지 의견이 오가는 모임을 갖는 등 클럽의 진행 과정을 거치면서 ‘개똥 클럽’ 아이들은 어른들 못지않게 열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주인공 자크가 할머니에게 개 한 마리를 선물 받으면서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린다. 개를 사랑하게 되면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자크는 개똥이나 개 끈에 얽힌 그들의 무신경함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해서 개똥을 밟아 망쳐버린 신발 때문에 시작된 고민은 사람과 애완동물, 더 나아가 사람과 자연, 무엇보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개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평화롭고 아름답게 공존하는 길을 찾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로부터 시작해 부족한 시민정신을 깨닫고, 환경을 생각하고, 모임을 결성하면서 자기 자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개똥 클럽’의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라면 굳이 나중에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 ▲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바람의 아이들>
    ▲ ▲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바람의 아이들>
    그런가 하면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에 대해 묵직한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책도 있다. 미카엘 올리비에의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요트에서 3년을 보낸 위고가 프랑스로 돌아와 겪는 혼란과 방황을 이야기한다.

    마요트에서 ‘프랑스에서 온 백인 소년’으로서 그들의 삶에 완벽히 동화하지 못했던 위고는 프랑스에 돌아와서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행하는 잡지 등에 열광하는 또래 애들이나 세일 기간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기 위해 미친 듯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어떻게 태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위고는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주의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가족들을 공격하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광고판에 낙서를 하고 있던 샤를리를 만난 위고. 위고는 샤를리에게 한눈에 반하는 한편, 샤를리를 통해 반소비주의 운동가 그룹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뜬다.

    소비주의란 문제의 뿌리가 더 공고하고 심각하니만큼, 위고가 광고 반대 게릴라 시위에 참여하는 것 이상의 어떤 해결책을 찾으리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고가 “나중에,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란 말로써 자신의 깨달음을 확인한다는 점이다. 이때 자유란, 무한정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절대 자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상황과 분위기, 유행, 무언의 압력, 소비주의의 광풍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다. 무엇이든 해도 좋고,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유.

    결국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자기 자신이 나아갈 바에 대해 탐색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쨌든 앞으로 세상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바람의 아이들 편집부 이민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