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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 그리고 ‘경우의 수’도 해야 해요?
우리가 사는 데 정말 필요해요?
우리 엄마는 계산이면 살아가는 데 지장 없다고 하시던데요?
계산과 생각에 지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원망의 목소리로 필자에게 질문했다.
인공위성이나 빌딩과 다리 등의 건설 과정에 필요한 것이 수학이며, 다양한 사건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 경우에도 수학이 사용된다는 필자의 설명에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수학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학생들은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일까?
학생 스스로 수학을 도구로 삼아 상상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산 이외에 어려운 개념으로 갈수록 수학의 필요성은 학문 이외에는 없다는 생각이 굳어져 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학으로 상상을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초등학생들에게 “어떻게 풀었니?”라고 질문하면 “모르겠어요! 그냥 답이 나왔어요!” 라고 답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풀이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맞고 틀리고만이 중요하다고 보는 풍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문제 해답은 과정 없이 그냥 나오는 경우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상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을 할 수 없으면 상상도 할 수 없다. 수학을 해결한 과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수학으로의 상상의 원동력이다.
2013년부터 적용되는 2009 개정 수학교육과정은 ‘창의중심의 미래형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이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입장이며, 또한 표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는 상대방의 수학적인 아이디어나 생각을 존중하여 경청하여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내세운다.
메뉴판과 같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의미와 목적을 가진 이야기 속에서 상상한다. -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을 이해하는 과정은 소통을 배우는 것이다. 토론이나 논쟁, 그리고 책읽기는 소통의 핵심적이며 실행이 수월한 방법 중의 방법이다.
《0의 비밀 화원》은 솝, 류, 승, 토파즈라는 메타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어느 날 0의 비밀 화원이라는 과거의 세계로 가는 문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게 된다. 말하는 기이한 곤충 나비하루, 점점 사라져 가는 몸, 손대면 돌 조각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과나무 등을 만나면서 겪는 모험과 갈등에서 잘못된 수학개념을 바르게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마음껏 상상하는 재료로 수학을 이용하게 된다. -
《0의 비밀 화원》의 후속작인 《유리수 상자의 비밀》은 학생들에게 더욱 자유로운 상상을 요구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가는 유리수와 무리수 개념이 전개되는 과정이 학생들의 상상 속 재료로는 넘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마음껏 상상의 힘을 발휘할 기회를 갖는 것 또한 가치가 있을 것이며, 앞으로 학습하게 되는 수의 범위가 분수 형태인 유리수만이 아니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이 책은 이집트 신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멜랑콜리아〉 등 학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지는 판타지적 요소가 전편에 비해 월등하게 강화되면서 이야기의 가치를 더한다. 단편적인 흥미 위주가 아니며, 단순하며 메뉴판과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의 상상에 근육을 키워줄 원천은 단순한 흥미가 아니다. 집중을 요하며 다양한 상상거리를 제시하는 이야기이다.
《0의 비밀 화원》과 《유리수 상자의 비밀》은 수학을 도구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며 학생들의 상상과 집중을 요구한다. 5학년 이상의 초등 고학년 학생들은 단지 흥미만을 요구하는 메뉴판과 같은 글감보다는 새로운 지식과 자신의 경험, 지식을 통합하여 전개할 수 있는 다소 난이도 있는 이야기 전개를 경험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수학책을 벗어난 판타지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수학 개념을 도구 삼아 마음껏 상상하는 경험을 주고 싶다.
주인공인 솝과 류, 승, 토파즈의 집념과 과정, 의견에 귀 기울여 소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솝에게 류에게, 승에게 전달하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
《0의 비밀 화원》, 《유리수 상자의 비밀》저자, 수학교육 박사 박현정
1992년 경희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2002, 2007년 이화여대 일반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대교 연구소와 CBS 문화센터에서 유아부터 성인에 이르는 수학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현재는 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천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피리파라 퐁퐁, 수학나라 대탐험』에 대한 감수와 글을 담당하였다. 기독교 방송국 CBS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어머니 수학교실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하기도 하고, 대교 연구실에서 온라인 수학교육 연구에 대한 과제 진행하기도 하였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위촉연구원으로 TIMSS(수학과 과학 국제 성취도평가) 연구에 참가했으며 영재교육 센터에서 프로그램 개발과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쓴 책으로는 『한켈이 들려주는 정수 이야기』, 『가우스가 들려주는 근사값과 오차 이야기』, 『0의 비밀 화원』, 『유리수 상자의 비밀』 등이 있다.
[오늘 이 책] 판타지로 만나는 수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