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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명문 학교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인문학 수업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본교가 인문학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음을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학생들 인생 전반에 걸쳐 유익이 되고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 정신이기 때문이다.한국에서 사회, 문화, 역사, 철학, 문학, 과학 등 인간이 하는 모든 학문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문학적 분야는 ‘국어’와 ‘논술’이다.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둘의 차이는 크다. 국어는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지식적 측면을 묻는 문제를 잘 풀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지만, 논술은 논제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표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차원의 능력을 요한다.다시 말해 논술은 자기 의견에 관한 개런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논술은 객관식 문제를 서술형으로 변형시켜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의 옳고 그름, 맞고 틀리고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입장을 정하든 그에 대한 근거와 논리를 튼튼히 하고 합리적 주장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훌륭한 논술이 된다. 자기 것이 있어야 논술에 빛나는 플러스알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논술의 개념과 체계가 잘 잡혀 있다면 이미 논술이 무엇인지 반은 알고 시작하는 셈이다.‘논제’라는 것은 원래 우리 사회에서 논의가 필요하거나 혹은 현재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들이 대다수다. 우리가 고민하는 사회 문제들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좋은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절차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술에 임할 때는 자신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의견이 사회에 쓰임이 되도록 임하는 것이 좋다. 입장을 정하고 그것을 합당하게 끌어나가기 위한 근거를 켜켜이 쌓아 상대방이 수긍하도록 만들면 논술의 목적은 다 한 것이다. 여기에 ‘선한 영향력’을 보태면 금상첨화다.논술은 한 번 배우고 끝나는 지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넘어 내가 속한 지역 사회와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서 실천적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교육이다. 이러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게 논술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자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쓰는 방식으로 논술을 하게 되면 결국 자기 생각의 알맹이가 쏙 빠진 채 남의 눈치나 보는 글이 되고 만다. 내 의견이 아닌 상대방의 의견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내 것이 자라날 수가 없다. 글에 대한 자신감 또한 없어진다.논술 수업 중 다양한 의견과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가 터져 나오는 때의 감탄은 양질의 것들을 아이들과 나눠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이어져 선순환을 이룬다. 논제를 뛰어넘거나, 독창적이고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가진 의견을 접할 때면 논술이야말로 아이들의 진짜 실력이 거침없이 발휘되는 진짜 공부라는 확신이 든다.아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논제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 속에서 지적 성장을 이루고, 풍부하고 깊이 있는 사고의 체계를 다져나갈 수 있어야 한다.별 것 아닌 일일지라도 모든 처음은 힘들고 어렵기 마련이다. 다년생 꽃을 정원에 심으면 첫해는 비실비실하고 약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 해를 지나면 꽃은 더 아름답고 튼튼하게 자라난다. 이처럼 모든 것에는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논술을 하는 순간 생각의 힘이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더 빛나고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글=‘신나는 논술 슌슌샘’ 이순영 #조선에듀
[이순영의 논술 개런티] 생각의 개런티를 만드는 논술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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